1루 주자가 박동원인데? 무사 1루→2사 무주자로 바꾼 작전 실패...준PO 내내 두고두고 아쉬울 장면
LG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사진=KIA)LG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사진=KIA)

[더게이트]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김도영의 원맨쇼였다. 역전 솔로홈런에 쐐기 2점 홈런까지 혼자 4타점을 쓸어 담았으니, 결과만 보면 LG가 또다시 김도영을 막지 못해 진 경기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LG에도 충분히 승리를 가져올 기회가 있었다. 허나 LG는 여러 차례 찬스를 잡고도 살리지 못했고, 결정적인 순간 작전 실패와 실책으로 스스로 무너졌다.

특히 1대 1 동점을 허용한 직후인 3회초 공격은 이번 시리즈를 LG가 뒤집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아쉬울 장면이 될 법하다. LG는 선두타자 박동원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무사 1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9번 구본혁이 들어섰고, 뒤에는 홍창기와 박해민, 오스틴 딘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실점 직후 리드를 되찾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LG 벤치는 정석인 희생번트 대신 번트 자세를 취하다 강공으로 전환하는 '페이크 번트 앤드 런' 작전을 꺼냈다. 주자를 2루에 보내 착실하게 한 점을 노리기보다 상대 수비의 허를 찔러 대량 득점을 노리는 공격적인 승부수였다. 그러나 결과는 뼈아픈 실패였다.

구본혁은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의 초구에 번트 동작을 취하다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파울이 됐다. 여기서 1루 주자 박동원은 투구와 동시에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2구째에도 박동원이 출발했지만 공이 타자 머리 높이로 들어오면서 구본혁은 타격하지 못했다.

3구째에도 같은 작전이 나왔다. 박동원이 또다시 2루를 향해 뛰었지만 공이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높게 빠지면서 구본혁은 배트를 내지 못했다. KIA 포수 김태군이 곧바로 2루로 송구했고, 중간에 멈춰 1루로 돌아가던 박동원은 태그아웃 당했다.

같은 작전을 세 번 연속 시도한 LG의 완패, 기민하게 대응한 KIA 배터리의 완승이었다. KIA 배터리는 초구부터 나온 타자와 주자의 움직임을 확인한 뒤 거의 피치아웃에 가까운 공으로 작전 실행을 어렵게 했다. 시즌 때부터 LG 벤치가 이런 작전을 자주 시도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미리 준비한 것처럼 보이는 플레이가 나왔다.

LG는 작전 실패의 대가를 치렀다. 구본혁까지 아웃되면서 무사 1루는 순식간에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얄궂게도 여기서 홍창기의 우중간 안타, 박해민의 좌전 안타가 잇달아 나왔다. 사라진 1루 주자가 야속한 순간이었다. 결국 LG는 2사 1, 2루에서 오스틴이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한 점도 못 내고 공격을 마쳤다.

물론 LG 벤치의 공격적인 전략을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LG는 이번 시리즈를 필승조 고우석과 김진성 없이 치르고 있으며, 손주영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보니 불펜에 약점을 안고 출발했다. 염경엽 감독 역시 경기 전부터 승리하려면 타선이 점수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스 네일을 상대로 1사 2루를 만들어도, 홍창기의 타격감으로는 후속타를 장담하기 어려우니 차라리 상대 허를 찌르는 작전을 선택했는 지도 모른다.

문제는 런앤히트 작전에 나선 1루 주자가 발이 빠르지 않은 박동원이었다는 점이다. 런앤히트는 주자가 먼저 출발하는 만큼 타자가 공을 맞히지 못하면 주루사 위험이 커진다. 더욱이 같은 작전을 세 번이나 반복해 상대 배터리에게 의도가 완전히 노출된 상황이었다. 성공했다면 신출귀몰 신묘막측한 신의 한 수라고 박수 받았겠지만, 애초에 성공하기가 극히 어려운 조건에서 작전이 나왔다. 경기 초반인 3회초이고 1대 1 상황이었다는 점 생각하면 더 아쉬움이 남는다.

야구 원로인 박용진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도 LG의 작전 선택에 아쉬움을 표했다. 박 전 감독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선두타자가 어렵게 출루해 공격의 흐름을 만들었는데 굳이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자를 움직여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작전은 많이 쓰는 게 아니라 성공할 조건이 갖춰졌을 때 써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주자의 발, 타자의 컨택 능력, 상대 투수의 제구와 구종, 경기 흐름, 이닝과 점수 차, 실패했을 때 잃게 되는 것까지 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전의 성패를 떠나 당시 주자와 타자, 경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선택 자체가 적절했느냐는 의문이다.

득점 기회 놓치고 연속 실책…사라진 '디펜딩 챔피언'의 야구LG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사진=KIA)LG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사진=KIA)

3회초 득점 기회를 놓친 LG는 4회말 김도영에게 역전 솔로홈런을 맞고 1대 2로 끌려갔다. 6회초에는 무사 1, 2루 찬스를 삼진과 병살타로 날린 뒤 6회말 연속 실책으로 위기를 맞았고, 여기서 김도영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추가점을 줬다.

8회에도 LG가 찬스를 놓치고, 바로 김도영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이 반복됐다. LG는 2사 후 박해민과 오스틴의 연속 안타로 1, 2루 기회를 만들었지만 문정빈의 큼직한 타구가 중견수 김호령에게 잡혀 득점하지 못했다. KIA는 8회말 김도영의 2점 홈런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LG는 강한 투타 전력도 전력이지만 경험 많은 선수들이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야구가 돋보인 팀이었다. 선수들은 팀이 이기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움직였다. 중요한 순간 집중력을 발휘해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냈고, 수비에서는 결정적인 호수비로 상대의 흐름을 끊었다. 그렇게 작은 차이를 승리로 바꾸는 능력이 LG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규시즌 막판 7연패를 당했던 KIA를 상대로 벤치도 선수들도 마음이 급했던 탓일까. 평소 같으면 차분하게 풀어갔을 상황에서 '묘수'를 노리다 악수가 되는 장면이 나왔고, 찬스에서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포구 실책이 연속해서 나오는 장면도 LG답지 않았다.

오히려 KIA가 LG보다 짜임새 있고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상대의 작전과 경기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했고, 위기에서는 집중력 있는 수비로 실점을 막았다. 타자들도 각자 맡은 역할을 해냈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김도영이 해결사로 나섰다. 양팀의 정규시즌 게임차는 1경기에 불과했지만, 이날만 보면 KIA가 LG보다 훨씬 강한 팀처럼 보였다.

염경엽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김도영을 어떻게 막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도영은 홈런 두 방으로 LG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패배의 원인을 김도영에게서만 찾을 수는 없다. 김도영이 결정타를 날리기 전에 득점 기회를 날리고 빌미를 준 건 LG 스스로였다. 김도영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LG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LG 야구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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