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1인 카리스마' 대신 '데이터와 소통'으로…롯데가 이동욱 감독-이택근 단장 체제에서 그리는 그림은?
롯데 자이언츠가 이동욱-이택근 체제로 2027시즌 출범한다.롯데 자이언츠가 이동욱-이택근 체제로 2027시즌 출범한다.

[더게이트]

9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롯데 자이언츠가 리더십 교체로 변화를 시도한다. 카리스마 명장 김태형 감독 대신 소통과 협력형 지도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여기에 스타 선수 출신으로 최신 야구 이론과 분석 기법에 밝은 이택근 해설위원을 신임 단장으로 영입했다. 감독 개인의 역량에 크게 의존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프런트와 현장이 함께 팀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롯데는 26일 이동욱 제22대 감독과 이택근 신임 단장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이 감독과는 계약 기간 3년, 총액 20억원(계약금 5억원·연봉 5억원)에 계약했다. 2024년부터 3년간 팀을 이끈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임기 만료를 앞둔 박준혁 단장도 교체하는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롯데는 올 시즌 64승 3무 77패, 7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2018년부터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다. 두산 베어스에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세 차례 우승을 이룬 김태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결과는 3년 연속 7위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였다. 감독의 경험과 권위를 중심으로 한 팀 운영이 기대했던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은 만큼 리더십 변화는 불가피했다.

김태형의 카리스마에서 이동욱의 소통-협업형 리더십으로이동욱 감독(사진=롯데)이동욱 감독(사진=롯데)

김태형 전 감독과 이동욱 신임 감독은 리더십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김 전 감독은 전통적인 카리스마형 지도자로 현장의 권한과 판단을 중시한다. 롯데도 김 감독에게 선수단 운영의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고 프런트는 현장 지원에만 주력하면서 지난 3년을 보냈다. 명장으로 불리는 김 감독의 경험과 지도력을 앞세워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었다.

김 감독 체제에서도 분명한 성과는 있었다. 오랫동안 주인을 찾지 못했던 포수와 유격수 자리에 젊은 주전이 등장했고, 한동희는 3할 타율과 25홈런을 기록하며 중심 타자로 성장했다. 선발투수 5명이 모두 규정이닝을 채우는 구단 최초의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선수 개개인의 성장이 팀 순위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세 시즌 연속 7위라는 결과는 감독 개인기에 의존하는 운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이동욱 감독은 다른 방식으로 성공을 경험한 지도자다. 2018년 최하위에 머물렀던 NC의 지휘봉을 잡아 2019년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20년에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했다. NC 창단 첫 통합우승이었다. 당시 이 감독은 개인의 카리스마보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의 유기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팀을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감독의 강점은 구성원들과의 소통 능력, 야구 데이터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현장 활용 능력이다. 수비코치 시절부터 다양한 분석 지표를 공부하고 선수 지도에 활용했다. 감독으로서도 구단 분석 파트가 제공하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현장의 경험과 접목했다. 선발투수에게 가능한 한 많은 이닝을 맡기면서 불펜의 역할을 세분화하고, 주전의 체력을 관리하면서 백업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하는 운영에서도 이런 접근 방식이 드러났다.

롯데는 이 감독을 선임하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인 경기 운영과 수비 강화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구단은 프런트와 현장 사이의 긴밀한 데이터 공유와 객관적인 전력 분석을 통해 선진화된 야구를 정착시키고, 수비 불안을 해결해 기본기가 탄탄한 팀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이 감독이 NC에서 보여준 지도 방식과 롯데가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이 맞아떨어진다.

이 감독도 취임 소감에서 이런 구상을 분명히 밝혔다.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오게 되어 매우 기쁘고 감회가 새롭다."고 밝힌 이 감독은 "데이터와 신뢰로 스마트한 야구와 기본기가 단단한 팀 컬러로 결과를 기다리는 팬 분들께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스타 선수 출신 이택근, 야구 감각에 데이터 이해까지이택근 단장(사진=롯데)이택근 단장(사진=롯데)

이택근 신임 단장 선임에도 비슷한 구상이 담겨 있다. 이 단장은 선수 시절부터 뛰어난 야구 감각과 경기 이해도로 인정받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2003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에 데뷔해 히어로즈와 LG 트윈스 등을 거치며 18년간 선수 생활을 했다. 통산 1651경기에서 타율 0.302, 1621안타, 136홈런, 773타점, 175도루를 기록했고, 오랫동안 히어로즈의 중심 선수이자 팀 리더로 활약했다.

이 단장의 강점은 풍부한 현장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2020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 야구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빠르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새로운 야구 이론과 데이터 분석 기법을 꾸준히 공부해 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선수 시절의 경험과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세이버메트릭스와 최신 야구계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구단 전력분석 담당자들과 교류하며 선수 정보와 데이터를 학습하는 등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선수 생활을 통해 선수와 지도자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최신 분석 기술이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잘 아는 인물이다. 이동욱 감독과 마찬가지로 현장의 경험을 존중하되 새로운 정보와 방식에도 열린 태도를 갖고 있다. 선수 출신의 야구 감각에 끊임없는 학습으로 쌓은 분석 능력까지 겸비했다는 점이 이 단장의 경쟁력이다.

선수로서 발휘했던 리더십과 해설자로 보여준 분석 능력을 선수 영입과 육성, 조직 관리에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관건이다. 롯데는 이 단장의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스카우트를 비롯한 프런트 조직에도 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단장은 취임 소감에서 선수별 맞춤 육성과 현장 지원을 강조했다. "선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단의 성장 단계별 맞춤 육성을 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해 뎁스를 강화하고자 한다"며 "현장과 프런트가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감독 혼자 결정하는 야구에서 함께 만드는 야구로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한 이동욱 감독(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한 이동욱 감독(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이동욱 감독과 이택근 단장 체제의 가장 큰 변화는 프런트와 현장의 관계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감독 1인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운영하고 프런트는 지원에만 충실했다면, 앞으로는 양쪽이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하는 방식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단장이 중장기 전력 구성과 육성 방향을 책임지고 감독은 현장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이동욱 감독은 NC에서 이런 협업을 통해 우승을 경험했다. 이택근 단장 역시 현장 경험에 새로운 정보와 분석 기법을 결합하는 데 익숙하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주관적 경험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기보다 다양한 의견과 자료를 받아들이는 데 강점이 있다. 롯데가 서로 다른 경력의 두 야구인을 감독과 단장으로 함께 선택한 배경도 이런 공통점에서 찾을 수 있다.

구단도 공식 발표에서 이런 방향을 확인했다. 롯데는 구단주의 비전과 의지에 맞춰 스카우트를 포함한 프런트 혁신으로 팀 체질을 개선하고, 선두권으로 도약할 전력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동욱 감독과 이택근 단장은 육성 시스템을 강화하고 프런트와 현장의 소통을 활성화하려는 롯데의 구상에 잘 들어맞는 인사란 게 중평이다.

지난 3년간 쌓아온 육성 기반, 새 체제와 만난다멀티히트로 활약한 한동희(사진=롯데)멀티히트로 활약한 한동희(사진=롯데)

롯데는 감독과 단장을 교체하기 전부터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전력을 재편해 왔다. 지난 3년간 외부 FA 영입에 큰돈을 쓰는 대신 선수 육성과 훈련 환경 개선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일본프로야구 구단 및 해외 전문 아카데미와의 교류를 늘렸고, 퓨처스 퍼포먼스센터와 3군 운영으로 유망주들에게 더 많은 훈련과 실전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이런 노력의 성과를 보여준다. 한동희는 타율 0.306, 25홈런, 81타점으로 중심 타자 자리를 굳혔다. 손성빈은 129경기에 출전하며 주전 포수로 자리 잡았고, 전민재도 140경기에서 타율 0.278, 9홈런, 70타점을 기록하며 유격수 자리를 지켰다. 고승민과 나승엽, 황성빈, 장두성 등도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마운드에서도 젊은 선수들이 한 단계 올라섰다. 김진욱은 26경기에서 7승 9패, 평균자책 4.12를 기록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채웠다. 나균안 역시 26경기에서 6승 11패, 평균자책 4.27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불펜에서는 신인 박정민이 63경기에 출전해 14홀드를 기록했고, 최준용은 15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았다.

젊은 선수들의 경쟁력은 기록으로도 확인된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롯데의 2026시즌 20대 선수 투타 합산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27.14로 정규시즌 우승팀 KT 위즈(31.22)에 이어 리그 2위였다. 20대 투수들의 WAR 합계도 15.45로 리그 3위에 올랐다. 팀 순위는 7위였지만 젊은 선수들의 경쟁력만큼은 리그 상위권에 해당했다.

한 번의 가을야구보다 지속 가능한 강팀 구축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한 이동욱 감독(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한 이동욱 감독(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새로운 감독·단장 체제의 과제는 지난 3년간 쌓아온 육성 성과를 실제 팀 성적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다음 시즌의 좋은 성적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내년에도 같은 모습을 보여줄지 알 수 없고, 부상이나 부진으로 발생할 전력 공백에 대비할 선수층도 갖춰야 한다. 이택근 단장이 강조한 성장 단계별 맞춤 육성과 선수층 강화가 중요한 이유다.

특히 롯데가 공식 발표에서 수비 강화를 강조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동욱 감독은 현역 은퇴 이후 오랫동안 수비코치로 일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NC에서도 젊은 내야수들을 지도했고, 국가대표팀 수비코치로도 활동했다. 수비 전문가 출신 감독이 롯데의 수비 불안을 개선하고 팀의 기본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새로운 체제에서 확인할 부분이다.

롯데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단 한 차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니다. 해마다 가을야구를 경쟁할 수 있는 강팀, 수뇌부가 바뀌어도 육성 시스템과 팀의 경쟁력이 유지되는 지속 가능한 구단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젊은 선수들을 키우고 육성 환경을 개선하며 그 토대를 다졌다면, 이제는 그 성과를 팀 전체의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할 시점이다.

이동욱 감독과 이택근 단장은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재편된 롯데의 전력을 물려받아 2027시즌을 준비한다. 이 감독의 공식 취임식은 오는 31일 오후 2시 롯데호텔 부산 41층 사파이어룸에서 열린다. 2027시즌 롯데호는 새로운 선사, 선장과 함께 가을야구 바다를 향해 돛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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