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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이동욱 감독이 취임사를 밝히고 있다(사진=롯데)[더게이트=롯데호텔 부산]
“아무리 정교한 전략과 데이터가 있어도 결국 그라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는 것은 바로 선수들입니다.”
롯데 자이언츠 신임 사령탑 이동욱 감독이 취임 일성으로 ‘스마트한 야구’를 제시했다. 이 감독은 데이터를 중시하면서도 숫자에만 기대지 않고, 기본기와 루틴, 신뢰와 소통이라는 야구의 전통 덕목을 함께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분석도 선수가 이해하고 그라운드에서 실행해야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 이 감독은 결국 야구를 하는 것은 선수이고 사람이란 사실을 잊지 않았다.
롯데는 31일 오후 2시 롯데호텔 부산 41층 사파이어룸에서 이동욱 감독 취임식을 열었다. 롯데는 올해 64승 3무 77패로 7위에 그쳐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종료 후에는 계약 기간이 끝난 김태형 감독, 박준혁 단장과 재계약하지 않고 현장과 프런트의 수장을 모두 바꿨다. 지난 26일 제22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이 감독은 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 등 3년 총액 20억원에 롯데와 계약했다.
조지훈 응원단장이 사회를 맡은 행사에는 이 감독의 아내와 이강훈 대표이사, 이택근 신임 단장, 전준우·김원중·박세웅·한동희 등 주축 선수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이강훈 대표이사가 직접 나선 유니폼 착복식으로 시작해 이 단장의 꽃다발 전달, 선수들의 꽃다발 전달 및 기념사진 촬영으로 이어졌다.
마이크를 잡은 이 감독은 “오늘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되어 커다란 영광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팬 여러분이 자이언츠에 보내주시는 열정과 사랑이 얼마나 깊은 지 잘 알고 있기에,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완주가 아닌 ‘승리하는 팀, 그리고 승리를 통해 팬들에게 자부심을 드리는 팀’이 되어야 한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데이터는 선수를 구속하는 틀이 아닌 무기
롯데 선수단과 이동욱 감독(사진=롯데)자신이 추구하는 이정표로 '스마트한 야구'를 제시한 이 감독은 첫 원칙으로 데이터를 들었다. 그는 “스마트한 야구는 복잡한 숫자나 모니터 속 그래프에 갇히는 야구가 아니다”라며 “데이터와 분석은 현장에서 땀 흘리는 선수를 구속하는 틀이 아니라 개개인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해 주는 가장 강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선수단 모두가 “우리는 오늘 이길 확률이 높다”는 확신을 갖고 경기장에 들어서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취임사 뒤에 이어진 일문일답에서도 준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 감독은 “스마트한 야구는 상황에 대한 인지를 미리 하고 들어가 상대와 싸운다는 의미”라며 “롯데가 수비와 공격 여러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는데, 그 부분을 먼저 준비해서 들어간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라고 했다.
두 번째 원칙으로 이 감독이 강조한 건 기본기와 루틴이다. 분석과 전략을 그라운드에서 실행하는 것은 결국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볼카운트 하나, 주자 상황 하나에 맞게 순간적으로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야구 IQ’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기본기와 루틴’이 결합할 때 비로소 강팀이 된다”고 말했다.
데이터와 함께 또 하나의 트레이드마크인 '수비'도 강조했다. 수비 지도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로 알려진 이 감독은 NC 수비코치와 감독 시절 젊은 내야수들과 팀 전체 수비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이 감독은 “공격은 팬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는 말처럼, 결국 수비에서 승패가 갈린다”며 “수비 훈련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팀 수비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롯데의 수비 약점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홈런을 제외한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처리한 비율인 수비효율(DER)은 0.662로 10개 구단 중 9위였다. 수비 영향을 제외하고 투수의 성적을 평가하는 수비무관 평균자책(FIP)은 4.43으로 리그 3위였지만, 실제 평균자책은 4.72로 5위에 그쳤다. 실책도 107개로 세 번째로 많았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나온 큰 실수가 패배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보다 준비하는 습관에서 원인을 찾았다. “밖에서 봤을 때 롯데는 어떤 때는 정말 야구 잘하는 팀이었는데, 어떨 때는 정말 못하는 팀이었다”며 “좋은 수비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은데 자기만의 루틴이 없다 보니 실수를 하고, 다음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진단했다. 선수단과의 첫 미팅에서도 운동장에서의 태도를 중요하게 보겠다며 기본기와 자신만의 루틴을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선수들의 마음을 훔치는 지도자”
이동욱 감독과 이택근 단장(사진=롯데)이 감독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원칙은 신뢰였다. 그는 “스마트한 야구의 진짜 완성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에 있다”며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데이터팀이 아무리 훌륭한 분석을 내놓아도 선수단이 마음을 열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흡수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 대목에서 자신의 선수 시절을 꺼냈다. 이 감독은 부산 동래고와 동아대를 거쳐 1997년 롯데에 입단했지만, 2003년까지 7년간 1·2군을 오갔다. “화려하지 못한 선수 시절을 보냈고, 어린 나이에 은퇴해 롯데의 배려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고 현역 시절을 돌아본 이 감독은 “서른 살에 지도자를 시작하면서 선수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선수를 믿어주는 지도자, 선수들의 마음을 훔치는 지도자가 되려고 20년 동안 노력해 왔다”고 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의 이유를 이해하고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감독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꼽았다. “힘든 훈련이라도 왜 하는지 소통해서 선수가 납득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카리스마가 아닌 꾸준함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프런트가 수평적이고 솔직하게 소통하는 단단한 문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선발 라인업을 짤 때도 여러 구성원의 판단을 모으겠다고 했다. 이 감독은 “라인업은 저 혼자 짜는 게 아니라 데이터팀, 코칭스태프, 트레이닝 파트가 협업해서 짤 예정”이라며 “수비나 타격 어느 한쪽으로 절대 치우쳐서 짤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가는 건 좋은데, 가면 오기 힘들다”…롯데로 돌아오기까지 20년
이동욱 감독(사진=롯데)이 감독은 은퇴 후 롯데에서 수비 코치와 전력분석 업무를 맡다가 2006년 팀을 떠났다. 이후 LG 트윈스와 NC에서 수비 코치로 경력을 쌓았고, 2019년 NC 사령탑에 올라 이듬해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일궜다. 롯데 유니폼을 다시 입기까지 꼬박 20년이 걸렸다.
이 감독은 복귀 소감을 묻자 웃음부터 지었다. “강산이 두 번 변했는데, 변하지 않은 건 조지훈 응원단장님이 계시다는 것”이라며 “응원단장을 처음 시작하실 때 만났는데, 다시 만나 함께 잘해보고 싶다”고 했다.
롯데를 떠나던 날의 기억도 꺼냈다. 당시 프런트 직원이었던 이 감독이 LG행을 결심하고 이상구 단장에게 전화했을 때 돌아온 말은 “동욱아, 가는 건 좋은데 가면 오기 힘들다”였다. 이 감독은 “떠나면서 언제 돌아올지, 돌아올 수는 있을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감독 선임 소식이 전해지자 이 전 단장에게서 “돌아올 줄 알았다. 너무 고맙다. 잘 좀 이끌어 달라”는 메시지가 왔다. 이 감독은 “확실히 많이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취임 직후부터 선수들을 살피고 내년 시즌을 구상하는 데 한창이다. 이날도 취임식장으로 곧장 오지 않고 사직야구장부터 들렀다. 그는 “연습에 참가한 지 4일째”라며 “제가 (롯데) 밖에 있다가 들어왔기 때문에 선수들이 어떤 역량과 장단점을 가졌는지 판단하려고 최대한 많이 보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다음 날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합류하는 한동희와도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직접 보고, 각자가 가진 능력을 확인하는 일이 새 팀을 맡은 감독의 첫 일과가 됐다.
이 감독은 시즌 중 결과 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준비 과정과 선수들의 노력을 믿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취임사 마지막에는 선수들에게 함께 뛰자고 당부했다. “이제 거침없이 확신과 루틴, 자신감을 가지고 뛰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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