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셋 우승팀 공통점은 3차전 승리? '후라도 괴력투·구자욱 투혼' 삼성, 12년 만의 챔피언에 성큼
승리를 자축하는 삼성(사진=삼성)승리를 자축하는 삼성(사진=삼성)

[더게이트]

2000년 이후 정규시즌 1위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 경우는 세 차례뿐이다. 2001년 두산 베어스, 2015년 두산, 2018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정규시즌 1위 팀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세 팀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승리해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갔고, 끝내 우승까지 차지했다.

2026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삼성은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5대 1로 승리했다. 1차전을 내준 뒤 연장 12회 혈투 끝에 2차전을 잡았고, 3차전까지 이기면서 시리즈 전적을 2승 1패로 뒤집었다. 정규시즌 1위 KT는 벼랑 끝으로 한 걸음 더 밀려났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 1패로 맞선 뒤 3차전을 이긴 팀은 18번 중 16번 우승했다. 우승 확률 88.9%다. 삼성이 이 확률을 현실로 만들면 2014년 이후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다. 반면 2021년 이후 5년 만의 통합 우승을 노리는 KT는 남은 경기에서 3승을 거둬야 한다.

2001년·2015년·2018년…업셋의 공통점은 3차전후라도(사진=삼성)후라도(사진=삼성)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1위 팀을 꺾는 건 쉽지 않다. 정규시즌 우승팀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충분한 휴식과 준비 기간을 갖는다. 반면 아래에서 올라온 팀은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체력이 바닥나고, 주축 투수들도 소모되게 마련이다. 기본적인 전력 차이에 체력적인 불리함까지 극복해야 우승할 수 있다.

2001년 두산이 그랬다. 정규시즌 3위였던 두산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에 패했지만 폭발적인 타선의 힘으로 2·3차전을 내리 잡아 주도권을 가져왔고,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했다. 당시 우승을 놓친 삼성은 14년 뒤 비슷한 아픔을 다시 겪었다.

2015년 두산은 정규시즌 1위 삼성에 한국시리즈 1차전을 내줬다. 그러나 2·3차전을 연달아 가져간 두산은 4·5차전까지 승리해 4승 1패로 정상에 올랐다. 2011년부터 이어진 삼성의 4년 연속 통합 우승 행진도 여기서 끝났다.

2018년에는 반대로 두산이 희생양이 됐다. SK는 1차전을 잡은 뒤 2차전을 내줬지만 3차전에서 다시 앞서 나갔고, 4차전 패배 뒤 내리 2연승을 거둬 4승 2패로 시리즈를 끝냈다. 세 차례 업셋 우승의 갈림길이 모두 3차전이었던 셈이다.

올해 삼성은 정규시즌 2위로 가을야구를 시작해 KIA 타이거즈와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꽉 채워서 치르고 올라왔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정규시즌 우승팀 KT에 먼저 1승을 내줬다. 그러나 2차전에서 반격에 성공한 뒤 3차전까지 잡으며 앞선 업셋 우승팀들과 같은 출발점에 섰다.

또 7이닝 책임진 후라도, 아픈 다리로 달린 구자욱구자욱(사진=삼성)구자욱(사진=삼성)

삼성의 3차전 승리를 이끈 건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였다. 후라도는 이날 7이닝 동안 108구를 던지며 6피안타 무4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200안타 타자 최원준과 베테랑 허경민이 빠진 KT 타선을 꽁꽁 묶었다. 1회초 김민혁과 샘 힐리어드에게 2루타를 맞아 먼저 1점을 내줬지만 이후 추가 실점은 없었다.

후라도는 KIA와 플레이오프 2·5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데 이어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올해 포스트시즌 성적은 3승 무패, 20.2이닝 3실점에 평균자책 1.31이다.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던 후라도는 이날 한국시리즈 3차전 데일리 MVP도 거머쥐었다.

삼성으로선 후라도가 7회까지 책임진 덕분에 불펜 약점까지 지웠다. 7회에도 올라온 후라도는 1사 후 장진혁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대타 최원준과 이정훈을 범타로 처리하고 도미넌트 스타트를 완성했다. 삼성은 8회 이승민, 9회 김태훈이 각각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는 주장 구자욱의 한 방이 승부를 갈랐다. 삼성은 1회말 최형우의 적시타로 1대 1 동점을 만든 뒤 2회말 소형준의 갑작스런 제구 난조를 틈타 빅이닝을 만들었다. 볼넷 3개로 잡은 1사 만루에서 김성윤의 유격수 땅볼로 역전했고, 2사 1, 3루에서 구자욱이 타석에 들어섰다.

구자욱은 볼카운트 2볼에서 소형준의 3구째 몸쪽 커터를 잡아당겼다. 타구는 우측 담장 상단을 때린 뒤 그라운드에 떨어지는 장타로 이어졌다. KT 우익수 안현민이 타구를 처리하는 사이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점수는 4대 1로 벌어졌다.

여기서 구자욱의 놀라운 투혼이 나왔다. 9월 3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왼쪽 햄스트링을 다친 뒤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정상적인 주루가 어려운 몸인데도, 구자욱은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렸다. 3루에서 세이프된 구자욱은 크게 포효하며 대구 홈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8회에는 박승규의 솔로포까지 터지면서 승리를 자축했다.

8점→2점→1점…KT 타선의 급격한 침묵구자욱(사진=삼성)구자욱(사진=삼성)

KT는 3차전에서도 먼저 점수를 냈지만 후라도의 호투에 막혀 추가 득점하지 못했다. 1차전에서 6회까지 무려 8점을 뽑았던 타선이 2차전 12이닝 동안 2점, 3차전 1점으로 갈수록 득점력이 떨어지는 흐름이다. 3차전에서는 삼성보다 3개 많은 7안타를 치고도 1점에 그쳤다.

주축 타자들의 부상 악재까지 겹쳤다. 정규시즌 208안타의 최원준은 2차전 수비 도중 다친 왼쪽 엄지손가락 때문에 선발에서 제외됐다. 허경민도 왼쪽 가슴 부위 담 증세로 빠졌다. 최원준이 맡았던 우익수 자리에 들어간 안현민은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지명타자로 출전한 장성우 역시 안타 없이 삼진만 세 차례 당했다.

믿었던 소형준의 부진도 아쉬웠다. 2021년 우승 멤버 소형준은 정규시즌 삼성전에서 2승 무패를 기록했고, 앞선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도 패배 없이 3승 1홀드 평균자책 1.48을 기록한 투수. 그러나 이날은 1, 2회에만 볼넷 5개를 내주며 4실점했다. 3회부터 6회까지 뒤늦게 4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막아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을 수 없었다. 6이닝 4실점한 소형준은 가을야구 통산 첫 패전을 기록했다.

양팀 모두 7일 열리는 4차전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리즈 전적이 뒤집힌 KT는 4차전까지 놓치면 1승 3패로 정말 벼랑 끝에 몰린다. 선발진이 구멍난 삼성은 2007년생 신인 장찬희가 선발 중책을 맡는다. 4차전을 내줘도 5차전 원태인, 6차전에 페덱과 후라도를 모두 투입해 시리즈를 끝낸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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