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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트럼프와 화이트 회장.[더게이트]
중간선거 참패로 코너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데이나 화이트 회장에게 백악관 대변인직을 제안해 또 논란이다. 격투기 선수 6명을 보좌진으로 데려오라는 황당한 요구까지 붙였다.
미국 AP통신과 로이터통신, CNN 등은 8일(한국시간) 트럼프가 극우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화이트 회장에게 대변인직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위대한 데이나 화이트, 폭력적인 격투가이자 전사에게 미국 백악관 대변인직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기쁜 마음으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나는 그 누구와도 다른 대변인이 될 것이다. 데이나, 제발 그 자리를 맡아 달라!"고 적었다.
보좌진 명단도 내놨다. 이슬람 마카체프,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저스틴 게이치, 대니얼 코미어, 아만다 누네스, 그리고 '케일라 해리스'다. 마지막 이름은 여성 격투기 선수 케일라 해리슨의 오타로 보인다. 트럼프는 일부 선수가 미국 국적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언급하며 "미친 좌파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농담인가, 진담인가…동명이인 착각설까지트럼프의 제안이 실제 진지한 제안인지, 농담인지를 두고 미국 언론들도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CNN은 백악관 관계자 한 명이 이번 제안을 농담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고,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화이트 회장이 제안을 거절했다고도 전했다.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제안의 성격을 설명하지 않았다.
화이트 회장은 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파 복싱 대회 기자회견에서 수락 여부를 묻자 "이미 맡고 있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요일에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그 이후에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인스타그램에는 백악관 브리핑룸 연단에 선 자신의 AI 합성 이미지를 "다음 장으로"라는 문구와 함께 올렸다.
워낙 황당한 일이다보니 온라인에서는 트럼프가 동명이인을 착각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중이다. 미국 정치권에는 UFC 회장과 이름이 같은 여성 데이나 W. 화이트가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방부 수석대변인을 지냈고, 헤리티지재단과 폭스뉴스에서도 일한 인물이다. 보좌진들이 대변인 후보로 추천한 여성을 트럼프가 UFC 회장으로 착각한 게 아니냐는 가설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변인들은 1기 때부터 수난을 겪었다. 첫 대변인 숀 스파이서는 취임식 인파 규모를 둘러싼 논란 끝에 반년 만에 물러났다. 2019년 대변인을 맡은 스테퍼니 그리셤은 9개월 재임 기간 정례 브리핑을 한 번도 열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1기 4년 동안 대변인 자리를 거친 사람은 4명이다.
2기 들어서도 혼란은 이어졌다. 첫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은 숱한 거짓말과 막말 논란으로 브리핑 때마다 부정적인 화제를 쏟아냈다. 후임 케이티 자카리아는 10월 13일 첫 공식 브리핑에 나섰지만 16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재임 기간 5일로 역대 백악관 대변인 가운데 가장 짧은 임기다. 첫 브리핑에서는 원고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질문 3개만 받은 뒤 약 14분 만에 브리핑을 마쳤다.
결정타는 변호사 자격이었다. 트럼프는 자카리아를 임명하면서 변호사라고 소개했고, 자카리아도 자신을 변호사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카리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시험에 떨어졌으며 재응시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대변인 자리는 그렇게 다시 공석이 됐고, 3주 남짓 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이름이 UFC 회장이었다.
선거 참패·참모 경질 속 다시 불거진 인지능력 논란이번 제안은 미국 내에서 트럼프의 인지능력과 정신건강을 둘러싼 의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는 올해 초 백악관 의료진이 자신을 '완벽한 건강' 상태로 판정했으며, 인지능력 검사에서 세 번 연속 모든 문항을 맞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국민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51%는 트럼프의 정신 능력이 지난해와 올해 초에 걸쳐 저하됐다고 답했다. 이번 대변인 요청 논란으로 더 많은 미국인이 자국 대통령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게 됐을 법하다.
정치적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 3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연방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모두 확보했다. 공화당이 수십 년 동안 우위를 지켜온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이겼다. 민주당은 내년 1월 의회 주도권을 넘겨받으면 행정부 정책과 트럼프 일가의 사업 관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 관련 파괴력 있는 내용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 추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1기 임기 포함 이미 두 차례 탄핵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바 있어 실제 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 역사상 아직 탄핵으로 파면당한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결과를 확인한 공화당 내에서 '반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세 번째 시도는 결과가 다를 수 있다.
한편 화이트 회장과 트럼프의 인연은 25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2001년 트럼프가 소유한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의 트럼프 타지마할 카지노에서 UFC 대회를 열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화이트 회장은 2016년과 2020년, 2024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지지 연설을 했다.
지난 6월에는 트럼프의 80세 생일과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UFC 대회를 여는 엽기적인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9일 만나는 자리에서 화이트가 대변인직을 수락하면, 백악관 브리핑이 다른 의미에서의 '대변'으로 뒤덮이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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