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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사고 선박 기관실 왜 못 들어가나…"질식사고 위험"

스포츠춘추
김경문 감독(사진=한화)[더게이트]
비판을 안 하자니 비판할 거리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세게 비판하자니 인간관계가 마음에 걸린다. 시즌 초반 바닥을 모르고 추락 중인 한화 이글스를 바라보는 방송 해설위원들의 딜레마다.
한화는 6일 현재 12승 19패, 승률 0.387로 리그 9위까지 내려앉았다. 3년 연속 꼴찌팀이자 올해도 가장 유력한 꼴찌 후보인 키움 히어로즈와 불과 반 경기차. 선수단 연봉 총액이 96억 8000만원으로 키움(49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팀이라고는 믿기 힘든 성적이다. 최근 4년간 외부 FA 영입에만 440억원을 쏟아부은 팀이 이 모양이라는 건 더 믿기 힘들다. 무엇보다 지난해 정규시즌 1위를 시즌 마지막까지 다투고,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차지한 팀이라고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성적이다.
한화에 합류한 강백호(사진=한화)
극단의 투타 불균형
타선은 제 몫을 해내고 있다. 급성장한 문현빈의 활약에 복귀한 요나단 페라자의 맹타, 4년 100억원에 영입한 강백호까지 가세해 경기당 평균 5.74득점. 리그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뽑아내는 팀이 됐다. 11년 총액 307억원짜리 주포 노시환이 307년 11억원짜리 선수처럼 부진한 상황에서도 이만한 공격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마운드다. 작년 리그 최강을 자랑하던 투수진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33승을 합작한 외국인 에이스 듀오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가 빠졌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 무너질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작년 한화의 경기당 평균 실점은 3.31점, 리그 최소 2위였다. 올해는 경기당 6.32점을 허용 중이다. 5점 내고 6점 주는 야구다.
한화는 지난해 강력한 선발야구로 성적을 냈던 팀이다. 올해는 오웬 화이트 부상 이탈을 시작으로 엄상백 시즌아웃, 윌켈 에르난데스 부상 이탈, 문동주 시즌아웃까지 선발 자원 4명이 사라졌다. 마무리 김서현을 필두로 이미 불펜이 무너진 마당에 선발까지 녹아내리니 버틸 도리가 없다. 익명을 원한 한 방송 해설위원은 "현장 스태프도 문제가 있지만 애초 구단에서 마운드 전력 세팅을 잘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성적이 나쁜 팀의 특징은 온갖 소문과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실제로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겠으나 경기장에서, 혹은 중계 화면에 잡히는 사소한 장면 하나, 감독이나 관계자의 말 한마디까지 전부 도마에 오르고 억측의 대상이 된다. 온라인 게시판에 구단 내부정보를 올리는 소위 '썰쟁이'들도 한쪽 입장에서 바라본 왜곡된 정보로 혼란을 부추긴다. 나쁜 성적은 나쁜 소문을 낳고, 나쁜 소문은 더 나쁜 성적으로 이어지는 악무한이다.
대전 한화 팬들(사진=한화)
"한화 경기가 가장 중계하기 힘들다"
최근 한화 경기를 중계한 한 해설위원은 난처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 해설위원은 "투수 운영이나 작전에서 분명히 비판해야 할 부분이 보이는데, 야구계 정서상 너무 세게 비판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비판하지 않는 건 해설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한화 경기를 맡으면 참 난처하다"고 털어놨다.
안 그래도 최근 한화 경기 중계방송을 보면 해설가들의 비판 수위가 의례적인 수준을 넘어선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 역대 세 명뿐인 1000승 사령탑 김경문 감독을 의식해 보통은 비판을 자제할 법한데도, 일부 해설자 가운데서 벤치의 판단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눈치볼 것 없는 베테랑 해설가나, 한화 스태프와 감정이 썩 좋지 않은 해설가일 경우 비판 강도는 더 세지게 마련. 야구계에선 이런 현상을 일종의 위험 신호로 읽는다. 한화 감독 자리가 '뜨거운 의자'가 됐다는 방증이다.
이미 지난해 후반기부터 최악으로 치달았던 팬 여론은 분노에 가까운 수준이다. 일부 한화 팬들은 7일부터 트럭 시위를 예고했다. 7일부터 9일까지 서울 63빌딩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앞에서 1차 시위, 10일부터 12일까지는 한화그룹 본사·63빌딩·볼파크를 하루씩 순차적으로 돌며 2차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팀이 상위권을 달리던 시절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고 당시에는 비웃음을 사는 분위기였지만, 성적이 하위권으로 추락한 올해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6일 현재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 확률은 7.2%까지 내려간 상황. 그래도 아직 정규시즌이 110경기 넘게 남아 있다. 5위 KIA와의 승차는 3경기에 불과하고, 1·2위를 제외한 팀들이 서로 물고 물리는 혼전 양상인 만큼 희망을 버리기엔 이른 시점이다. 한화 관계자는 "다음 주를 기점으로 에르난데스, 화이트 등 외국인 투수들이 복귀할 예정"이라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한화의 진짜 문제는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구계에선 한화의 혼란상을 보면서 단순히 전력 문제를 넘어 내부적으로 '뭔가 외부에는 드러나지 않는' 다른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그게 사실이라면 부상자들이 돌아와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한화에 남은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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