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스 전성기 생각나" 다저스 코치의 김혜성 극찬...한국서 최다실책 유격수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김혜성(사진=MLB.com)김혜성(사진=MLB.com)

[더게이트]

안드렐톤 시몬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타격은 평균 이하였지만 수비 하나로 시대를 풍미했다. 골드글러브 4회, 필딩 바이블 어워드 6회 수상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2013년 기록한 수비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5.4승은 역대 단일 시즌 최고치다. 스피드와 풋워크, 번개 같은 공 빼는 속도에 강한 어깨까지 갖췄다. 매 경기 하이라이트 필름을 제조하던 수비 장인이다.

그런 시몬스를 LA 다저스 코치가 김혜성과 비교했다. 대단한 극찬이다. 김혜성이 키움 히어로즈 시절 한 시즌 실책 35개로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썼던 기억을 떠올린다면 더욱 놀라운 일이다. KBO리그에선 결국 유격수 자리를 내려놓고 2루수로 옮겨야 했던 김혜성이 태평양 건너 메이저리그에선 역대 최고 유격수와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게 대관절 어떻게 된 일일까.

반지의 주인이 된 김혜성(사진=LA 다저스 SNS)반지의 주인이 된 김혜성(사진=LA 다저스 SNS)


"시몬스 전성기가 돌아온 것 같다"

칭찬의 주인공은 크리스 우드워드 다저스 1루 코치다. 우드워드 코치는 최근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기자와 인터뷰하며 김혜성을 시몬스에 비견했다. 우드워드 코치 역시 현역 시절 수비 하나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2시즌 동안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슈퍼 유틸리티로 활약했고, 은퇴 후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감독까지 맡았다. 내야 수비를 보는 안목만큼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드워드 코치는 김혜성에 관해 "재능과 워크에식, 모든 면에서 이런 선수를 본 적이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시몬스의 전성기가 (김혜성과) 비슷했을 거다. 어깨 힘과 민첩성 면에서 시몬스는 내가 본 선수 중 최고였을 것"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또 김혜성이 골반 유연성을 바탕으로 몸이 반대 방향을 향한 상태에서도 내야를 가로지르는 160km짜리 송구를 정확히 꽂아 넣는다며 "가르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말이 안 되는 플레이"라고 극찬했다.

키움 시절부터 훈련량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던 김혜성이다. 작은 체구에도 팀내에서 박병호 다음가는 무게를 들어올렸고, 뼈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결코 경기에 빠지지 않았다. 우드워드 코치도 "그의 워크에식은 차원이 다르다"면서 "훈련을 계속하려고 해서, 내가 그만하라고 말해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사실 김혜성에게 유격수는 좋은 기억만 있는 포지션은 아니다. 동산고 시절 고교 최고 유격수로 꼽혔으나 프로 입단 후엔 김하성의 그늘에 가려 주로 2루를 지켰다. 김하성이 미국으로 떠난 2021년, 마침내 유격수 기회를 잡았지만 실책이 발목을 잡았다. 유격수로 29개 실책, 2루수로도 6개 실책을 범해 시즌 한시즌 최다실책(35실책)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결국 다시 2루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다만 '실책왕' 시절에도 김혜성의 잠재력 자체를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홍원기 당시 키움 감독은 "김혜성은 사실 누구보다 어깨가 강한 선수"라면서 "더블플레이 시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동작이나 피벗 동작에서 1루 송구 등은 국내 탑클래스"라고 칭찬한 바 있다.

키움 출신 한 지도자는 몇 해 전 인터뷰에서 "김혜성이 아마추어 시절 유격수와 사이드암 투수를 겸했다. 그러다 보니 공을 던질 때 손목 움직임이 다소 많은 편"이라며 "오버스로로 던지다 밸런스가 안 맞으면 크게 빗나가는 경우가 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김혜성의 송구 실책은 짧게 바운드되는 송구가 아니라 1루수 위로 넘어가는 유형이 대부분이었다. 어깨 자체는 강한데 송구 동작과 경험 부족이 원인이란 지적. 이 코치는 "김혜성이 만약 계속 유격수 자리를 지켰다면 점점 발전하는 수비를 보여줬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홈 보살에 성공한 김혜성(사진=중계화면 갈무리)홈 보살에 성공한 김혜성(사진=중계화면 갈무리)


무키 베츠 공백 메운 '그물망 수비'

올 시즌 김혜성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주전 유격수 무키 베츠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그 자리를 김혜성이 채우게 된 것. 덕분에 지난해 빅리그 데뷔 시즌 주로 2루수로 나섰던 김혜성은 올해 유격수로 출전하며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지난 16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전에서 보여준 다이빙 캐치 후 송구는 메이저리그 공식 SNS를 장식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전국 중계된 시카고 컵스전에서도 기막힌 중계플레이로 홈에서 주자를 잡아내기도 했다.

데이터도 수비력을 뒷받침한다. 7일 기준 김혜성은 스탯캐스트 아웃 추가 기여도(OAA) +1을 기록하며 리그 상위 20%에 올라 있다. 어깨 강도 역시 85.3마일(약 137.3km/h)로 리그 상위 37%에 속한다. 2021년 최다 실책을 기록하며 사실상 '유격수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여겨졌던 선수로선 놀라운 변화다.

로젠탈 기자는 김혜성의 공수 활약을 조명하면서 "다저스가 단 1250만 달러(약 181억 원)에 영입한 김혜성이 대박을 터뜨렸다"고 썼다. 김혜성의 계약은 2027년까지며, 이후 2028년과 2029년 팀 옵션이 걸려 있다. 최대 2029년까지 다저스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조건이다. 선수 스카우팅 능력에서 최고로 꼽히는 다저스가 또 하나의 성공 사례를 추가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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