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창원시 해체' 선거 공약에 NC-야구계도 술렁…"100만 인구가 창단 조건, 연고지 근거 사라질 것"
창원NC파크는 계속 NC파크일 수 있을까(사진=NC)창원NC파크는 계속 NC파크일 수 있을까(사진=NC)


[더게이트]

통합창원시로 합칠 때는 언제고 다시 마창진으로 쪼개자? 국민의힘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와 강기윤 창원특례시장 후보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시를 다시 마산·창원·진해로 쪼개는 방안을 주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공약을 내놔 논란이다. 말은 주민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하지만, 뒤에 있는 건 선거를 위한 표 계산이다.

2010년, 마산·창원·진해가 하나로 합쳐졌다. 통합 창원시의 탄생이다. 그 통합을 "지역경쟁력을 높일 유일한 길"이라며 밀어붙인 사람이 바로 박완수 당시 창원시장이다. 통합 창원시 초대 시장 자리도 그가 가져갔다. 그 치적을 등에 업고 국회의원도 하고 경남지사도 했다. 그 박완수 후보가 이제 와서 창원을 쪼개자고 한다. 4년 임기 중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얘기를, 선거 한 달을 앞두고 꺼냈다.

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캠프 김명섭 대변인은 즉각 "박 후보가 추진했던 마창진 통합에 대한 실패 선언"이라며 비판했다. 창원 지역 정계 일각에서도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지역 정계 인사는 SNS에 이렇게 썼다. "마산 분리하면 마산 토호들 좋고, 진해 분리하면 진해 지역 정치인들 밥그릇 생깁니다. 창원도 마찬가지고요. 분리하면 단체장도 늘고, 의원 자리도 늘고, 지역 유지들 영향력도 커집니다. 이 공약이 누구를 위한 겁니까. 창원 시민을 위한 겁니까, 그 자리들을 탐내는 사람들을 위한 겁니까." 표현이 좀 거칠어도 틀린 말로 보이지 않는다.

창원NC파크는 전국 최고 수준의 야구장이다(사진=NC)창원NC파크는 전국 최고 수준의 야구장이다(사진=NC)


야구계도 긴장한다

이 논란을 야구계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마산이 아닌 통합창원시를 연고로 창단한 NC 다이노스 때문이다.

원래 KBO는 창원을 9구단 연고지 후보로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울산이나 수원처럼 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좋은 도시들이 경쟁 대상이었다. 당시 상황을 아는 야구 관계자는 "창원시의 파격적인 제안이 아니었다면 창원에 야구단을 창단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창진 통합으로 100만에 가까운 인구를 갖춘 도시가 됐고, 구장 사용료 면제를 포함한 파격 조건이 뒤따랐기 때문에 KBO가 창원을 선택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대승적 뜻을 품고 창원으로 연고지를 결정했다. 그게 2011년 일이다.

창단 이후 약속은 하나씩 깨졌다. 신구장 부지 선정부터 삐걱댔다. 창원·마산·진해 중 어디에 야구장을 지을지를 놓고 정치 논리가 개입했다. 자체 용역평가에서 11위로 낙제점을 받은 진해 육군대학 부지를 처음엔 최적지라고 밀어붙였다. 2년 가까이 분쟁이 이어지다가 결국 현재의 자리, 마산종합운동장 옆으로 낙착됐다. 야구장 문제에도 정치적 셈법이 먼저였다.

신구장 창원NC파크가 완공되자 이번엔 이름 논란이 터졌다. 야구장명칭선정위원회가 한 달에 걸쳐 합의한 '창원NC파크'를 창원시의회가 뒤집었다. 시의원 3명이 직접 위원회에 참여해 결론을 냈는데, 본회의에서 그 결론을 스스로 부결시켰다. 대신 재적의원 44명 중 27명 찬성으로 '창원NC파크 마산구장'이라는 이름을 밀어붙였다. 야구에 생전 관심조차 없던 지역 토호들은 '마산' 명칭을 발판으로 정치권에서 이름을 알렸다. 마산 출신 NC 팬들마저 "정말 부끄럽다"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창원시는 구단 유치 당시 약속했던 구장 사용료 면제를 슬그머니 뒤집었다. 새 구장이 완공되자 "사용료 면제는 기존 마산야구장에 대한 것이었다"고 해석을 바꿨다. NC는 신구장 건설비 100억원에 더해 25년치 사용료 230억원, 총 330억원을 이미 전액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료로 쓰게 해주겠다던 마산 2군구장도 2019년부터 매년 8,500만원의 사용료를 따로 받았다. 작년 8월에야 무상 계약으로 바꿨다.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다.

지난해 3월 29일 창원NC파크에서 LG 트윈스와의 홈경기 중 3루 매점 벽에 설치된 알루미늄 구조물이 떨어졌다. 관중 1명이 사망했다. 문제의 구조물은 창원시가 6년 전 직접 설치한 것. 그런데 창원시와 창원시설공단은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NC는 62일간 전국을 떠돌며 원정 경기를 치렀다. 손실액은 40억원을 넘어섰다.

창원 복귀 첫날, NC 이진만 대표이사가 폭탄선언을 했다.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겠다는 말이었다. 14년간 쌓인 불신이 참다 참다 마침내 터졌다. 창원시는 그제야 KTX 증편을 건의하고, 야구장 직행버스를 신설하고, NC의 21가지 요구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이행된 건 거의 없다. 시장 부재 상황에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논의는 사실상 올스톱됐다. NC는 올 시즌에도 관중 동원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창단 때부터 15년째 지적된 접근성 문제, KTX 증편 문제가 여전히 제자리인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창원시 해체 공약이 나왔다. KBO 고위 관계자는 "창원시에 야구단 연고지를 정한 건 100만 인구라는 조건이 결정적인 요건이었던 건 맞다"면서 "지방선거와 관련된 이슈라 언급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야구계에도 영향이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NC 구단 관계자는 "선거 관련 내용이고 아직 실행 단계에 이른 게 아니라서 구단이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구단 내부에선 선거 이후 당선자에 따라 구단 지원책은 물론 연고지 문제까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우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당연한 걱정이다. 창원시가 마창진으로 분리된다면 NC의 연고지는 '창원시'가 아닌 마산으로 쪼그라든다. 창원시와 맺은 각종 행정 지원이나 계약의 주체도 불분명해진다. 100만 인구를 전제로 결정된 것들이 한꺼번에 흔들린다. 수도권을 포함해 최소 5개 지자체가 야구단 유치에 눈독을 들이는 가운데, 마창진 분리는 창원을 떠날 명분을 넘어 '떠나야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NC 홈구장 창원 NC파크(사진=NC)NC 홈구장 창원 NC파크(사진=NC)


선거는 엎치락뒤치락...공약 현실이 될까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기관마다 엇갈린다. 경남신문·모노리서치 조사에선 박완수 44.1%, 김경수 41.9%로 오차범위 내 접전인 반면, 여론조사꽃 조사에선 김경수 48.5%, 박완수 36.6%로 정반대다. 창원시장 선거 역시 2주 전에는 여당 후보가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최근에는 지지율이 붙거나 뒤집어진 결과가 있어서 안갯속이다. 부울경 선거의 전통적인 양상을 고려하면 여권 후보가 선거 전까지 10%p 앞서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창원 지역 한 정치권 인사는 "만에 하나 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이라고 잘라 말했다. 창원 시민들의 의식이 그렇게 낮지 않다는 자부심이다. 그 인사는 SNS에 "우리 애들은 태어날 때부터 창원시 사람이고, 직장도 창원이고, 친구도 마산·창원·진해 구분 없이 섞여 산다. 이미 오래전에 우리는 그냥 창원 사람이 됐다"고 썼다.

이 인사의 글은 이렇게 끝난다. "이런 공약을 선거판에 들고나오는 것 자체가, 이미 섞여서 살아가는 창원 시민들 사이에 괜한 선을 긋는 겁니다. 각 지역 토호와 정치인들 밥그릇 챙겨주자고, 조용히 살아가는 시민들을 갈라치기 하는 겁니다. 진해 사람이라는 정체성, 저도 소중합니다. 근데 그 정체성은 행정구역 이름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삶과 기억 속에 있는 겁니다. 제발 그 기억을 선거 도구로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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