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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빨라질수록, 사람들은 느린 시계를 찼다

더게이트
(사진=AI 생성 이미지)[더게이트]
일본 외환 당국이 지난달 30일 외환시장에 약 350억 달러(50조7500억원)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엔화는 달러당 159엔대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개입이 허탈한 결과로 끝나면서 시장의 시선은 일본은행의 6월 통화정책회의로 쏠린다.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속 여부가 결정되는 이번 회의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변수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19일 일본 언론들은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 시점은 이미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로 좁혀지고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7일까지의 월별 외환 개입 실적을 오는 29일 발표할 예정이다.
9명 중 3명이 '동결 반대'
일본은행 내부에선 이미 균열이 감지된다. 지난달 27~28일 열린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9명의 정책위원 가운데 3명이 기준금리를 현행 0.75%에서 1.0%로 즉각 올려야 한다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 회의에서 소수 의견이 3표나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은행 역사에서 이 정도의 집단적 이탈은 대개 정책 전환의 전조로 해석돼 왔다.
매파(금리 인상 주장) 위원들의 강경 기조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전망 급등이 있다. 일본은행은 같은 회의에서 2026 회계연도 핵심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8%로 끌어올렸다. 이란발 에너지 쇼크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이 직접 원인으로 지목됐다. 서부텍사스유(WTI)가 배럴당 103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구조상 유가 충격은 구조적 물가 압력으로 직결된다.
6월 회의 세 가지 시나리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 재무성은 대규모 시장 개입을 반복했다. 엔화 급락을 일시적으로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추세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이번 개입도 마찬가지 결과로 끝났다.
시장은 재무성의 실탄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안다. 반면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 가속을 동시에 단행할 경우 파급력은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가 이미 수십 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에서, 테이퍼링 가속은 글로벌 채권 금리의 연쇄 상승을 촉발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음 달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시장에선 세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금리 인상(0.75%→1.0%) 시나리오에서는 엔화 강세 전환 압력이 급격히 커진다. 달러·엔 환율이 150엔 밑으로 내려가면 지난 2~3년간 엔저 덕에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 온 일본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단기간에 뒤집힐 수 있다.
테이퍼링 가속 시나리오에선 일본 국채 금리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일본이 세계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이라는 점에서 일본 국채 금리 급등은 일본 기관 투자자의 미국채 매도, 미국 장기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낳을 수 있다. 두 조치가 동시에 단행될 경우 신흥국 자금 이탈과 글로벌 위험자산 매도 압력이 한꺼번에 분출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우려다.
한국 기업엔 '양날의 검'
이 변화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달러 대비 엔화 약세 폭이 원화보다 컸던 탓에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수출 경합 분야에서 일본 기업의 상대적 가격 우위가 꾸준히 커졌다.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으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이 방정식이 뒤집힌다. 일본 기업의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는 대신 한국 기업은 상대적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다만 글로벌 채권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조정이 동반될 경우 한국의 외채 조달 비용 상승과 자본 유출 압력이라는 역풍도 동시에 현실화될 수 있다.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만큼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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