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M&A '쩐의 전쟁'…신한과 한 판 붙는 한투, '실탄'은 어디에 [성상영의 금융게이트]
(사진=AI 생성 이미지)(사진=AI 생성 이미지)

[더게이트]

신한금융그룹과 한국투자금융그룹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손해보험사들을 두고 물 밑 신경전을 예고했다. 신한금융은 취약점으로 꼽히는 손해보험업을 강화하기 위해, 한투금융은 보험업 신규 진출을 목표로 손보사 인수를 추진 중이다.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보험사 매각 작업이 추진 동력을 얻는 가운데, 두 '큰 손'이 어디로 향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는 전날 나란히 공시를 통해 손보사 인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두 금융지주가 함께 언급한 손보사는 자산 기준 업계 7위인 롯데손해보험이다. 앞서 복수 매체를 통해 신한금융과 한투금융이 롯데손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명 공시를 낸 것이다. 다만 두 곳 모두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KB 추격' 신한금융 vs '메리츠 견제' 한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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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롯데손보 인수 의지를 강력하게 나타내는 쪽은 한투금융이다. 한투금융은 지난해 초 김남구 회장이 보험업 진출을 직접 공언한 뒤로 전담 태스크포스(TF)까지 출범하며 적극적으로 나서 왔다. 같은 해 8월에는 한투금융이 이미 롯데손보 인수를 위한 실사까지 마쳤다는 얘기도 나왔다. 금융권에서는 롯데손보를 비롯해 예별손보,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당시 매물로 올라온 보험사 대부분을 한투금융의 잠재적 매수 대상으로 보는 분위기였다.

한투금융이 보험업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가장 큰 이유는 현금 흐름 때문이다. 매월 보험료 수입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경쟁사인 메리츠금융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캐피탈 간 시너지를 내고 있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의 자기자본 이익률(ROE)은 22.7%, 올해 1분기 기준으론 25.4%로 금융업권을 통틀어 최상위권이다.

신한금융도 물러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계 종합 금융그룹으로서 증권·자산운용·생명보험·여신전문 등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갖췄지만, 손해보험이 아쉽다. 신한EZ손보는 오프라인 영업망이 없는 디지털 손보사로서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 올해 1분기 말 신한EZ손보의 자산 규모는 3500억원 수준으로 업계 최하위권이다.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KB금융그룹이 몸집이 큰 생·손보사를 함께 거느린 것과 대비된다.

롯데손보가 신한금융 품에 안기면 KB금융과 제대로 겨뤄 볼 만해진다. 신한금융은 2019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 2021년 신한생명과 합병, 신한라이프를 출범해 '빅3' 생보사로 등극시킨 경험이 있다. KB금융이 2015년 LIG손보를 사들여 단숨에 손보 업계 '빅4' 반열에 오른 것과 비슷하다. 올해 1분기 롯데손보의 자산 규모(감독회계 기준)는 13조8688억원으로 한화손보(19조7178억원)에 이어 일곱 번째다.

30일 본입찰이 마무리되는 예별손보 인수전도 열기를 더하고 있다. 지난 4월 단독으로 최종 제안서를 제출했다 인수가 무산된 한투금융에 더해 태광그룹과 OK금융그룹이 원매자로 나섰다. 여기에 신한금융이 예별손보 인수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얘기가 나오며 막판 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예별손보는 MG손보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100% 출자해 설립한 가교 보험사로 자산 규모는 3조5494억원, 업계 10위다.

실현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신한금융이 롯데·예별손보를 함께 인수하는 선택지도 거론된다. 만약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한다면 롯데손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예별·신한EZ손보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로 흘러갈 수 있다. 자산 규모 18조원의 중대형 손보사를 출범시켜 한화손보와 맞붙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한투, M&A 위한 '실탄' 여유 있나

올해 1분기 말 감독회계 기준 손해보험사 자산 규모 (자료=금융감독원 제공)올해 1분기 말 감독회계 기준 손해보험사 자산 규모 (자료=금융감독원 제공)

관건은 인수 능력이다. 롯데손보 인수와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은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예별손보의 경우 1조원 이상 공적 자금 지원을 전제로 했을 때 3000억원 정도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보험공사가 예별손보에 지원할 자금 규모를 확정하지는 않은 만큼 돈이 더 들 수도 있다. 예상을 깨고 두 보험사를 모두 사겠다는 원매자가 나타난다면 2조3000억원 이상 자금 동원력을 갖춘 곳이어야 한다.

신한금융과 한투금융 모두 막강한 자본력을 자랑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돈을 쓸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셈법이 생각보다 복잡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투금융은 핵심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유입되는 막대한 배당 수익이 최대 무기다. 지난해 한국금융지주가 거둔 순이익은 별도 기준 1조6369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는 증시 호황으로 1분기에만 7000억원 넘는 순이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막상 동원 가능한 현금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1분기 말 한국금융지주가 보유한 현금은 4581억원 수준이다.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증권·캐피탈 등 자회사의 자본 확충에 쓰면서 M&A에 가용한 자금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탄이 여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그룹의 현금 흐름에는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높은 배당 의존도와 지속적인 출자 부담이 공존하고 있다"며 "유입된 현금의 상당 부분이 다시 한국투자증권의 사업 확장 및 자본 확충을 위한 재투자로 유출돼 지주사 자체의 가용 현금 유보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캐피탈·저축은행·부동산신탁 등 자회사가 보유한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을 정리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신한금융은 주주 환원 여력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 단위 자금을 M&A에 투입하면 주주 환원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손보사 인수로 인해 현금 자산이 감소하고 위험 자산은 증가하는 식이다. 신한금융지주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투자자들에 제시한 CET1 관리 목표는 13.0% 이상인데, 1분기 기준 이 비율은 13.3%로 목표치 하단보다 근소하게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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