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이재명 vs 대통령 이재명”…금융노조, 국책은행 지방이전에 ‘정면 반발’
(사진=금융노조 제공)(사진=금융노조 제공)

[더게이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이전 움직임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금융기관 지방이전에 신중을 기하기로 한 정책협약을 거론하며 정부가 이전을 강행할 경우 10만 금융노동자가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금융노조는 18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정치야합 분쇄! 정책금융 사수! 졸속적인 국책은행 지방이전 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국책은행 지방이전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경제위기의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고 중소기업과 수출기업을 지원해 온 핵심 정책금융기관이라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전하는 것은 국가 금융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2026년 상반기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이 세계 137개 도시 가운데 8위를 기록한 것은 금융산업에서 집적효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결과”라며 “금융기관과 기업, 자본시장, 전문인력이 한곳에 모여 만들어내는 경쟁력을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인위적으로 흩어놓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대한민국 금융산업 전체에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책은행 본점을 옮기는 방식보다 지역 금융인프라를 강화하고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지역 청년 창업지원 등 실질적인 금융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금융은 정치 전리품 아니다”…3개 국책은행 지부도 반발(사진=금융노조 제공)(사진=금융노조 제공)

현장에서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노동조합도 잇따라 지방이전 추진을 비판했다.

김현준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 정부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 과정에서 조직 혼란과 전문인력 이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정부의 일방적인 이전 추진으로 수많은 핵심 인력이 조직을 떠났고 직원들은 수년간 불안과 갈등이라는 혹독한 후유증을 감내해야 했다”며 “산업은행은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 지역에 하나씩 떼어줄 수 있는 정치적 전리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수도권을 글로벌 경제수도이자 금융허브로 육성하고 여의도를 국제 금융허브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놓는 동시에 산업은행에 국민성장펀드와 첨단전략산업 지원 역할을 부여하면서 본점 지방이전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류장희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정부가 금융노동자와 체결한 정책협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금융기관 지방이전에 신중을 기하겠다며 금융노조와 이중삼중의 정책협약을 맺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설명이나 협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국책은행 지방이전을 이대로 강행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함께 만들어온 노동계를 비롯한 집권 기반과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명호 한국수출입은행지부 수석부위원장은 전문인력 이탈에 따른 정책금융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한 수석부위원장은 “일 잘하는 핵심인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인재가 떠나고 전문성이 무너지면 정책금융의 경쟁력도 함께 무너지고 그 피해는 결국 대한민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윤석구 위원장은 과거 금융노조 위원장으로 산업은행 지방이전 반대에 나섰던 박홍배 전 위원장의 최근 입장 변화도 직접 겨냥했다.

윤 위원장은 “10만 금융노동자의 이름으로 세웠던 원칙은 개인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와 여야, 전직 금융노조 위원장을 막론하고 금융노동자의 생존권과 금융산업의 미래를 정치적 이해관계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맞서겠다고 밝혔다.

“당대표 이재명 vs 대통령 이재명”…대선 협약 파기 공세(사진=금융노조 제공)(사진=금융노조 제공)

금융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과거 민주당과 현재 정부의 입장 차이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기자회견문에는 ‘당대표 이재명 VS 대통령 이재명’, ‘대선 후보 이재명 VS 대통령 이재명’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금융노조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재임 당시 산업은행 지방이전에 찬성하지 않았고 당시 민주당 역시 금융산업 경쟁력 저하와 금융중심지 서울 정책 훼손, 노동자 의견 수렴 부족 등을 이유로 윤석열 정부의 국책은행 지방이전 추진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측이 금융노조와 ‘금융 중심지 서울’ 육성, 지방이전의 객관적 효과 분석을 토대로 한 노동자와의 논의, 기업은행의 특수성 고려 등을 담은 정책협약을 체결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국책은행의 상황과 세계 금융산업의 특성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책의 원칙까지 뒤집는 것은 자기부정”이라며 국책은행 이전의 최대 이해당사자인 금융노동자를 배제한 채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직후에는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실에 ‘대한민국 정책금융 사수를 위한 10만 노동자의 결의’를 담은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금융노조는 최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6%가 넘는 찬성률이 나온 만큼 정부가 금융노동자와의 협의 없이 금융기관 지방이전을 강행할 경우 43개 지부와 10만 금융노동자의 힘을 모아 총력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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