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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농협법 개악 저지 및 강호동 회장 퇴진 촉구 전 간부 집회'를 개최한 가운데 우진하 NH농협지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성상영 기자)[더게이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비위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농협 개혁을 두고 정부·여당과 노동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NH농협지부가 각종 비리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강 회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면서도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농협법 개정안에는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노동계는 강 회장에 대한 직권 해임을 요구하고 있는데, 법 개정에는 "자율성 침해"라며 반대하고 있어 개혁 작업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노조 NH농협지부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농협법 개악 저지 및 강호동 회장 퇴진 촉구 전 간부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NH농협지부를 비롯한 금융노조 간부와 한국노총,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노조 NH중앙회지부 간부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이날 집회에서 노조는 강호동 회장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진하 NH농협지부 위원장은 이날 단상에서 "강 회장은 자진 사퇴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농식품부는 각종 위법 행위를 저지른 강 회장에 대해 법이 부여한 감독권에 따른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금의 상황이 방치된다면 농협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리 중앙회장 해임 않는 농식품부, 직무 유기"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농협법 개악 저지 및 강호동 회장 퇴진 촉구 전 간부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성상영 기자)노조는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를 향해서도 "강 회장을 해임하라"며 날을 세웠다. 특히 법무법인으로부터 받은 법률 자문 결과를 공개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해당 법무법인은 "농식품부 장관의 임원 개선(해임) 조치는 비위 사실이 확인된 경우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기속적 행위"라는 의견을 노조에 전달했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장관이 해임 조치를 미루는 것 자체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앞서 발표된 정부 합동 특별감사반 감사 결과, 강 회장은 농협재단 사업비 4억9000만원을 선거 답례품 구매에 유용하고 취임 1주년 기념 황금열쇠 10돈(37.5g)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의혹 가운데 위법 소지가 큰 사건에 대해 수사 의뢰된 상태다. 강 회장은 농민단체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까지 당한 상태다.
그러나 강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달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 보고에 출서해 "법적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이달 21일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에 참석해 정부의 농협 개혁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시 집회엔 농협 조합장과 조합원 2만여명이 집결했는데 사실상 농협중앙회가 자기 방어를 위해 조직 동원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일반 직원은 대출 서류 한 번 잘못 받거나 숫자 한 번 잘못 적어도 연봉을 깎이고 중징계를 받는다"며 "회장은 10번도 더 잘릴 일을 하고도 여전히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강 회장이 집회 단상에 오른 것을 두고 "비리의 몸통이 주인공처럼 집회를 주최한 촌극"이라고 꼬집었다.
개혁 취지엔 공감…"주체 배제한 졸속 입법 안 돼"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농협법 개악 저지 및 강호동 회장 퇴진 촉구 전 간부 집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성상영 기자)노조는 농협 개혁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주도 개혁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농식품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농협 개혁안은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중앙회장의 지주·자회사 경영 개입 금지 △비상임 조합장 연임 제한 △정부 감독권 확대 △외부 감사위원회 설치 등이 핵심 내용이다.
개혁안 중 노조가 반대하는 대목은 감사위원회가 농협경제지주와 금융지주, 자회사, 지역 농협에 감사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헌법 제123조 제5항과 농협법 제1조·제9조에서 보장하는 자율성을 정면으로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감사위원회가 '옥상옥 기구'가 돼 정치권 인사의 낙하산 자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쳤다.
우 위원장은 "농협 개혁의 중심에는 협동조합이 주체로 있어야 한다"며 "(정부·여당이) 농협과 농민·노동자를 배제한 채 일부 급진적 단체들과만 소통해 졸속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협은 농민들이 출연한 출자금과 직원들이 벌어들인 자본으로 운영되며 정부를 비롯해 외부 자본은 단돈 1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졸속 입법을 중단하지 않으면 대정부·대국회 투쟁에 결연히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과 경영 개입 금지에는 적극적인 공감을 표했다.
국민 10명 중 9명 '개혁 찬성'…노·농 설득이 과제
금융노조 NH농협지부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농협법 개악 저지 및 강호동 회장 퇴진 촉구 전 간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성상영 기자)정부는 5월 중순까지 농협법 개정안 입법을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진통이 예상된다. 농협 일부 조합원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노동계까지 나서 감사위원회 설치와 감독권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강 회장 사퇴 문제와 관련해선 이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여당으로서는 '복지부동'으로 대응하는 농협 일각과 '관치 개혁 철회'를 요구하는 노조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는 별개로 여론은 정부 주도 개혁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농식품부가 지난 27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협 개혁에 조합원 94.5%, 일반 국민 95.1%가 찬성했다. 논란이 된 감사위원회 설치에는 조합원 85.8%, 일반 국민 93.3%가 찬성했다. 정부의 자회사 감독권 신설에도 조합원 67.5%, 일반 국민 85%가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조사는 지난 21~24일 전국 농협 조합원 1079명과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편 금융노조 NH농협지부는 강 회장이 물러나고 농협 구성원 주도의 개혁 논의가 이뤄질 때까지 대정부·대국회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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