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카드, 수난 겪는 옛 롯데 금융…사모펀드 '엑시트' 난항 [성상영의 금융게이트]
(사진=AI 생성 이미지)(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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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가 동시다발적 위기에 직면하면서 금융권 내 '적체 매물'로 지목되고 있다. JKL파트너스가 지분을 보유한 롯데손해보험은 금융 당국의 경영 개선 요구에 쫓기며 매각 시계가 사실상 멈췄고 MBK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롯데카드는 해킹 사고 후폭풍으로 영업 정지 위기에 몰렸다. 이들 사모펀드 모두 '엑시트(자금 회수)'에 나섰지만 재무 구조 악화와 당국 제재 등으로 발목이 잡혔다.

롯데손보, 떨어지는 몸값…경영 개선 승인 '촉각'

(사진=롯데손해보험 제공)(사진=롯데손해보험 제공)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에 경영 개선 계획서를 다시 제출했다. 계획서는 합병과 금융지주회사 자회사 편입, 제3자 인수, 영업 전부 또는 일부 양도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이번이 두 번째 시도다. 올해 1월 제출된 첫 번째 계획서가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반려된 지 4개월 만이다. 금융위는 올해 3월 경영 개선 권고를 '경영 개선 요구'로 한 단계 격상하고 합병과 영업 양도 계획 수립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성 결여라는 표면적 이유와 별개로 롯데손보가 당국의 압박을 받는 배경에는 약화된 체력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롯데손보의 당기순이익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23년 3016억원에서 2024년 242억원으로 92% 급감했다가 지난해 513억원으로 소폭 반등했으나 예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더 심각한 것은 자본 침식이다. 자본 총계는 2022년 1조8030억원에서 지난해 6135억원으로 3년 만에 66% 쪼그라들었다.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은 2023년 2조1265억원 순유입에서 2년 만인 지난해 7221억원 순유출로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저축성 보험 계약자들의 자금 인출이 이어지면서 본업의 현금 창출 구조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 비율(K-ICS·킥스)은 지난해 말 기준 159.3%에 그쳤다. 금융 당국 권고치(130%)보다는 높지만 업계 평균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통상 손해보험사들은 220% 안팎으로 킥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일회계법인은 2024·2025년 감사보고서에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해지율이 가정치를 웃돌 경우 보험계약 부채가 추가 증가해 재무제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매각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2023년 처음 매각이 시도됐을 때 시장에서 거론된 몸값은 1조원 중후반대였다. 현재 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원하는 매각가는 2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장이 평가하는 적정 매각가는 3년 전보다 떨어진 1조원 안팎에 그친다는 얘기도 들린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약 3200억원에 롯데손보 경영권을 인수하고 36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총 7300억원을 이 회사에 쏟아부었다.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JKL파트너스가 매각 주관사를 JP모건에서 삼정KPMG로 교체하고 투자 안내서 발송을 준비 중인 것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순이다.

인수 후보군으로는 손해보험 포트폴리오가 없거나 약한 금융지주사들이 거론된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가장 적극적이고 BNK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잠재 원매자로 언급된다.

롯데카드, 영업 정지 확정은 사실상 '사형 선고'

(사진=더게이트 DB)(사진=더게이트 DB)

롯데카드 사정은 더 급박하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해킹 사고로 고객 정보 유출 사태를 야기한 롯데카드에 영업 정지 4.5개월과 과징금 50억원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이와 함께 조좌진 전 대표에 대해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중징계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영업 정지가 확정될 경우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해킹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9월에만 16만명이 빠져나갔다. 연말까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다 올해 들어서야 반등에 성공했다. 1분기 말 롯데카드 개인 회원 수는 956만명으로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제재가 최종 의결돼 신규 고객 유치가 막힐 경우 4개월 반 동안 매월 수만 명대 순유출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의 중징계는 사실상 '사형 선고'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고객 감소는 핵심 수익원인 카드론 자산 축소로 직결된다. 지난 3월 롯데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조9439억원으로 전년 동월(5조1209억원) 대비 3.5% 감소했다. 현금 서비스 잔액(7322억원)과 리볼빙(8719억원)도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0%, 3.8% 줄었다.

수익성 악화는 이미 진행형이다. 롯데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023년 1650억원에서 2024년 1372억원, 지난해 798억원으로 3년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연체 채권 비율도 2024년 1.77%에서 지난해 2.22%로 악화됐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415억원으로 전년 동기(138억원) 대비 201.4% 급증한 점은 위안을 삼는 대목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96억원과 법인세를 반영한 당기순이익 역시 222억원으로 전년 동기(104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연체된 채권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연체 전이율은 3월 말 기준 0.318%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전 수준(0.311%)에 근접했다. 롯데카드는 영업 정지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최근 신규 회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무엇보다 징계 수위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향후 매각 가격이 재평가될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그룹에 약 1조4000억원을 주고 롯데카드를 샀는데 지난해 매각설이 나올 당시 희망 매각가는 2조원 이상이었다. 2022년에 제시한 3조원보다 대폭 낮춘 금액이지만 리스크를 완전히 걷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치를 인수 주체가 나타날지 미지수다.

건전성 리스크 떠안은 채 길어지는 자금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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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L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 모두 수익성과 건전성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하면 자금 회수까지 시일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인수 매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새 주인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금융사는 오너 리스크 대신 엑시트 리스크가 있다"며 "금융 당국과의 마찰이 길어질수록 매각가는 떨어지고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당장 '절벽'에 선 것은 아니다. 롯데손보는 이자수익이 최근 3년 동안 3425억원에서 3871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기초 자산 운용 능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새 경영 개선 계획을 발판으로 매각 작업을 가속할 여지가 있다. 롯데카드 역시 즉시 가용 유동성 비율(1개월 이내 만기인 부채 대비 유동성 자산)이 375.4%로 단기 지급 능력은 견고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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