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타워 팔던 박정원, 이번엔 SK실트론 품는다…AI 반도체 승부수 [더게이트 재계]
두산 사옥 전경(사진=두산그룹)두산 사옥 전경(사진=두산그룹)

[더게이트]

한때 두산타워와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며 유동성 위기를 버텨냈던 두산그룹이 이번에는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기업 SK실트론 인수에 나서며 대형 승부수를 던졌다. 구조조정과 재무 정상화에 집중하던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이제는 인공지능(AI)·반도체 중심 첨단산업 그룹으로의 체질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이달 말 SK실트론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대상은 SK그룹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지분 19.6% 등 총 70.6%다. 시장에서는 거래 규모를 약 5조원대로 추산 중이다.

두산은 지난해 말 SK실트론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5개월여간 협상을 이어왔다. 이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보유한 지분 29.4%까지 추가 확보해 연내 지분 100% 인수를 마무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아픈 손가락’ 다 잘라내고, 거액 베팅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가운데)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콘엑스포 2026’ 현장을 찾아 두산밥캣의 미니트랙로더에 직접 탑승해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두산)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가운데)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콘엑스포 2026’ 현장을 찾아 두산밥캣의 미니트랙로더에 직접 탑승해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두산)

이번 거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반도체 인수를 넘어 두산그룹의 상징적인 체질 변화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2020년 유동성 위기 당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등 핵심 자산을 잇달아 매각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당시 그룹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갔고, 박 회장은 재무 안정화와 사업 재편을 동시에 추진해야 했다.

이후 두산은 발전·에너지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AI와 반도체 중심의 첨단산업으로 빠르게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원전과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사업을 확대했고, 두산로보틱스를 통해 협동로봇 시장에도 진출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지난 2022년 후공정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를 인수하며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여기에 AI 가속기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는 전자BG 사업부까지 더해지며 AI 인프라 중심 사업 구조를 구축해왔으며, SK실트론 인수가 이러한 사업 재편의 ‘마지막 퍼즐’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자적인 ‘반도체 수직계열화’ 완성하다

SK실트론 연구원들이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사진=SK실트론)SK실트론 연구원들이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사진=SK실트론)

SK실트론은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기준 세계 3위 업체다. 특히 첨단 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300㎜ 실리콘 웨이퍼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두산이 SK실트론을 품게 되면 반도체 소재부터 후공정 테스트까지 연결되는 밸류체인 구축이 가능해진다. 전자BG의 CCL 사업, 두산테스나의 테스트 사업, SK실트론의 웨이퍼 사업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된다는 의미다.

특히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성장으로 고성능 웨이퍼와 기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사업 확장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두산이 중공업과 건설기계 중심 그룹이었다면 이제는 AI 인프라와 반도체 소재 중심 기업으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며 “SK실트론 인수는 박정원 체제의 체질 개선이 사실상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는 상징성이 있는 거래”라고 평가했다.

‘구원투수’로 나선 산은…일부 사업은 정리

산업은행 본점(사진=한국산업은행)산업은행 본점(사진=한국산업은행)

5조원 규모의 대형 거래인 만큼 재무 부담 관리는 두산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두산은 최근 신용대출과 두산로보틱스 주가수익스와프(PRS) 등을 활용해 약 2조200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가 자금 조달 부담은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산업은행이 두산그룹에 2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 주선을 추진하며 구원투수로 나섰다. 산은은 공동 주선기관인 우리은행과 함께 이번 인수자금 중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1조원을 인수자금으로, 나머지 1조5000억원은 주주 변경에 따른 기존 차입금 상환의무 해소에 투입한다는 방안이다.

다만 이는 잠정안으로 최종 금액은 변동될 수 있으며, 공동주선기관인 우리은행과 분담 비율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SK실트론 내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은 인수 이후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SK실트론은 지난해 SiC 사업에서 4000억원대 손상차손을 반영한 바 있다. 두산은 핵심 수익원인 300㎜ 실리콘 웨이퍼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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