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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판교 사옥(사진=카카오)[더게이트]
카카오가 창사 이후 첫 본사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이 최종 결렬되면서 쟁의권을 확보한 카카오 본사 노조는 다음달 판교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본격적인 단체행동에 나선다.
이번 사태를 단순 임금 협상 충돌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전환과 조직 개편 과정에서 누적된 내부 불신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성과급과 임금 갈등을 넘어 경영진 책임론과 조직 운영 문제까지 동시에 불거지면서 내부 조직 신뢰와 리더십 체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페이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계열사 4곳도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여서 그룹 차원의 공동 파업 현실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카오 첫 본사 파업 초읽기
카카오 크루유니언(사진=카카오 크루유니언)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28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본격적인 파업 투쟁을 선언했다. 노조는 오는 6월 10일 성남 판교역 일대와 유스페이스에서 조합원 12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진 집회를 연다.
노조는 “회사가 장기간 교섭 동안 수동적인 대응으로 일관했고, 일방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며 교섭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전날 열린 2차 조정에서 노사는 약 8시간에 걸쳐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체계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성과급 포함 여부 등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다. 사측이 AI 중심 사업 재편을 명분으로 강도 높은 비용 통제를 이어가는 반면, 경영진의 보상 기준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내부의 상대적 박탈감이 뇌관이 됐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본사에서 실제 파업이 이뤄질 경우 2006년 창사 이후 첫 사례가 된다. 카카오 계열사 가운데서는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노조가 부분 파업에 나선 적은 있지만, 본사 노조 차원의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 해결 없이 또 떠난다”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지난해 9월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if)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카카오톡 업데이트와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카카오)이번 갈등은 단순 보상 문제를 넘어 카카오 내부 경영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노조는 최근 사의를 표명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경영진 책임 문제까지 제기했다. 지난해 2월 토스뱅크 대표를 지내다 핵심 인사로 합류했던 홍 CPO는 카카오톡 개편 논란과 장시간 근로 문제 등의 중심에 섰으나, 아무런 해명 없이 1년여 만에 회사를 떠나게 됐다.
나아가 노조는 과거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막대한 보상액까지 정조준했다. 노조 측은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 등 논란이 있었던 경영진들이 지금까지 수령한 보상 규모만 수백억원이 넘는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사법 리스크 장기화로 그룹 컨트롤타워가 흔들리는 가운데 책임져야 할 경영진마저 잇따라 이탈하면서 내부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짜 리스크는 ‘장기 균열’
카카오톡 로고. 사진=카카오다만 업계에서는 실제 파업이 벌어지더라도 당장 카카오톡 등 핵심 서비스 운영이 중단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IT 서비스 기업 특성상 제조업처럼 생산라인이 즉각 멈추는 구조가 아니고, 핵심 인프라 운영 인력 역시 별도로 유지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카카오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서비스 안정성을 유지하고 고객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갖출 것”이라며 “조정 절차 이후에도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는 메신저를 넘어 금융·모빌리티·콘텐츠·커머스 등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경우 단순 IT 서비스가 아니라 국민 일상 인프라에 가까운 플랫폼이 됐다”며 “당장 서비스 중단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대외 신뢰도에 뼈아픈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신아 대표 “진심으로 송구”
정신아 카카오 대표. 사진=카카오이처럼 파업 전운이 고조되자 최고경영자(CEO)도 긴급 진화에 나섰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28일 오전 사내 공지를 통해 “여러 우려와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점,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임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또한 정 대표는 “서로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차이를 대화로 풀어가며 다시 하나의 카카오로 힘을 모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분위기 쇄신과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일부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기존 프로덕트 조직을 ‘카카오톡’과 ‘비즈니스’로 이원화하고, 분산됐던 디자인 조직을 통합해 각 영역의 전문성과 협업 시너지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뿐 아니라 ‘유저 퍼스트(User First)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핵심 서비스인 카카오톡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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