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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념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더게이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이번 방한은 겉으로는 ‘먹방’과 시구로 주목받았지만 산업적으로는 한국을 차세대 인공지능(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행보에 가까웠다. 삼성전자·SK·현대차·LG·두산 등 주요 그룹 최고경영진을 잇따라 만난 데 이어 네이버와 게임사까지 접촉하며 반도체와 클라우드,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을 아우르는 협력을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한국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을 넘어 ‘피지컬 AI’ 구현을 위한 주요 거점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한국 기업들의 제조 역량은 물론 산업 데이터, 클라우드 인프라가 결합할 경우 로봇과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시장에서 새로운 협력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HBM 넘어 클라우드·디지털 트윈으로 확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8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1784 사옥을 방문해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사진=네이버)이번 방한에서 가장 구체적인 협력 구도를 보여준 곳은 SK그룹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CEO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공동 브리핑을 열고 기존 SK하이닉스 중심의 HBM 협력을 SK그룹 차원의 AI 인프라 협력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양측은 AI 작업에 특화된 데이터센터인 AI 팩토리를 기가와트(GW)급 규모로 확장하고, 엔비디아 DGX 플랫폼을 기반으로 풀스택 AI 클라우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 반도체 공급 관계를 넘어 AI 연산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까지 결합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의 회동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젠슨 황 CEO는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을 만나 AI 반도체와 HBM을 중심으로 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I 시장 확대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엔비디아 공급망 내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와 게임사 미팅 역시 클라우드와 디지털 트윈 생태계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젠슨 황 CEO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이사회 의장)와 만났고, 네이버의 기술 인프라와 AI 클라우드 협력 가능성에도 관심을 보였다.
피지컬 AI가 현실 세계를 학습하려면 대규모 3차원 가상환경과 시뮬레이션 기술이 필요한데, 게임업계는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그래픽·엔진·콘텐츠 제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젠슨 황 CEO가 크래프톤, 엔씨 등 주요 게임사와 접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LG·두산, 피지컬 AI 정조준
7일 잠실야구장을 방문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등번호 96번과 93번이 적힌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96번은 두산그룹 창립연도인 1896년을, 93번은 엔비디아 창립연도인 1993년을 의미한다.(사진=두산그룹 제공)엔비디아의 다음 승부처는 생성형 AI가 로봇과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 실제 산업 현장과 결합하는 피지컬 AI다. 젠슨 황 CEO가 현대차그룹, LG그룹, 두산그룹 최고경영진과 잇따라 회동한 이유도 이들이 보유한 제조 현장과 로보틱스 역량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젠슨 황 CEO와 만나 새만금 AI 밸리 구상과 로보틱스·자율주행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정 회장의 제안을 수락해 새만금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기로 확정하며 피지컬 AI 동맹을 공식화했다.
LG그룹은 로봇과 AI 인프라, 디지털 트윈 분야에서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한 협력 확대에 나선다. LG는 엔비디아의 Isaac, GR00T, Cosmos 등 AI·로보틱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로봇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LG이노텍의 광학·센싱 기술과 LG CNS의 산업 현장 플랫폼을 결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그룹도 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협력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해 차세대 지능형 로봇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산업용 휴머노이드 분야까지 확장을 구상하고 있다. 젠슨 황 CEO가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 경기 시구에 나선 것도 화제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두산로보틱스와 엔비디아 간 피지컬 AI 협력 가능성이 더 큰 관심사였다.
한국 제조업에 꽂힌 엔비디아
이 더운 날에도 재킷을 입은 젠슨 황(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이번 방한은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 간 협력이 HBM 공급망을 넘어 AI 인프라와 로보틱스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젠슨 황 CEO는 한국의 AI 연구 인력과 제조업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며, 두 역량의 결합이 한국을 AI와 로보틱스 시대에 적합한 국가로 만든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한국은 반도체 메모리와 제조업, 자동차, 전자, 로봇, 통신·클라우드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드문 시장이다. AI가 더 이상 데이터센터 안에 머무르지 않고 공장과 자동차, 로봇으로 확장될수록 한국 기업과의 협력 필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방한은 단순한 총수 회동이라기보다 엔비디아가 한국 제조업을 AI 생태계의 실행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과정에 가깝다”며 “앞으로는 누가 엔비디아 플랫폼을 실제 산업 현장에 먼저 적용해 수익화하느냐가 AI 동맹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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