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47억 과징금에 행정소송 예고…쿠팡 사태가 던진 과징금 산정의 역설 [더게이트 포커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6월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제11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6월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제11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더게이트]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쿠팡이 약 62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국내 개인정보 규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 사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준의 제재다.

쿠팡은 즉각 행정소송 방침을 밝히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파장은 단순히 쿠팡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제재 수위가 기업 실적을 뒤흔드는 수준까지 높아지면서 과징금 산정 체계의 형평성과 예측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영업이익 맞먹는 과징금

쿠팡 본사 전경. 사진=쿠팡쿠팡 본사 전경. 사진=쿠팡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1일 쿠팡에 6246억8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한 국내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과징금은 미국 법인 쿠팡Inc의 지난해 영업이익 6790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쿠팡은 올해 1분기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고객 보상 프로그램 영향으로 35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과징금까지 반영될 경우 올해 실적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개보위의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행정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데이터 유출 이후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선제 조치와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쿠팡은 6247억, 듀오는 12억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개인정보위원회로부터 약 12억원의 과징금을 부여받은 듀오(사진=듀오 홈페이지 캡처)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개인정보위원회로부터 약 12억원의 과징금을 부여받은 듀오(사진=듀오 홈페이지 캡처)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과징금 규모의 차이다.

개보위는 올해 4월 결혼정보업체 듀오에 약 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유출된 정보에는 재산과 종교, 혼인 여부, 체중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됐다.

카카오페이 역시 약 4000만명의 금융·개인정보를 알리페이에 제공한 사안으로 약 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SK텔레콤은 2324만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약 1348억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유출 정보의 민감도와 실제 피해 규모보다 기업 규모가 과징금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개보위는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유출 규모뿐 아니라 위반 행위의 내용, 매출 규모, 관리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매출 기준 과징금 체계의 명암

개인정보위원회 과징금 부과와 관련한 쿠팡 측 입장문(사진=쿠팡)개인정보위원회 과징금 부과와 관련한 쿠팡 측 입장문(사진=쿠팡)

쿠팡의 과징금이 커진 배경에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과징금 산정 방식이 있다.

현행법은 위반 사업자의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보위는 쿠팡의 사고 직전 3개년 평균 매출 규모를 약 36조원 수준으로 판단했다.

이 같은 방식은 대형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큰 사업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과징금 부담을 지게 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같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라도 기업 규모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9월부터 더 강해지는 규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CI(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 CI(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규제 강화가 임박했다는 점도 업계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오는 9월부터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대규모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해 더욱 강화된 과징금 체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플랫폼과 e커머스 기업들의 책임도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는 이제 단순한 보안 문제가 아니라 기업 경영의 핵심 리스크가 됐다”며 “이번 쿠팡 사례는 개인정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쿠팡을 둘러싼 행정소송 결과와 별개로 이번 사건은 개인정보 규제 체계와 과징금 산정 기준을 둘러싼 본격적인 논의를 촉발하는 강력한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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