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갈 때 더 경계했다…SK하이닉스가 직접 밝힌 ‘AI 리스크’ [더게이트 IT]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사진=SK하이닉스)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사진=SK하이닉스)

[더게이트]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가 투자자들에게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성장 가능성이 아니라 ‘위험’이었다. 최근 미국주식예탁증서(ADR)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제출된 증권신고서를 26일 [더게이트]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둔화와 기술 변화, 미·중 갈등, 반도체 업황 사이클 등을 핵심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AI 반도체 호황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가 성장의 이면에 있는 불확실성을 투자자들에게 직접 설명한 셈이다.

이번 증권신고서는 단순한 투자설명 자료가 아니라 허위 기재 시 법적 책임이 따르는 공식 공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반드시 고지해야 할 경영 리스크를 담고 있는 만큼, 현재 SK하이닉스가 가장 경계하는 위험요인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빅테크 자본지출 둔화 우려

왼쪽부터 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 이사, 니코 카프레즈 엔비디아 부사장, 정석근 SKT AI CIC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재헌 SKT CEO, 김주선 SK하이닉스 AI Infra 사장, 제프 피셔 엔비디아 수석 부사장(사진=SKT 제공)왼쪽부터 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 이사, 니코 카프레즈 엔비디아 부사장, 정석근 SKT AI CIC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재헌 SKT CEO, 김주선 SK하이닉스 AI Infra 사장, 제프 피셔 엔비디아 수석 부사장(사진=SKT 제공)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둔화를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수요가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에 크게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주요 고객사의 자본적 지출(CAPEX)이 축소되거나 선주문 이후 재고 조정, 주문 취소 등이 발생할 경우 매출과 수익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현재 실적 호조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회사 스스로 투자자들에게 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 특유의 업황 사이클 역시 주요 위험요인으로 제시됐다. SK하이닉스는 업황 하강기에도 연구개발(R&D)과 첨단 공정 투자를 크게 줄이기 어려운 산업 특성상 가격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비용 절감만으로는 실적 악화를 충분히 상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다이어트’ 신기술 경계

SK하이닉스 HBM4E(사진=SK하이닉스)SK하이닉스 HBM4E(사진=SK하이닉스)

기술 변화 역시 회사가 경계하는 핵심 변수다. SK하이닉스는 AI 연산 과정에서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경우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을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연산 정밀도를 낮춰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양자화 기술인 구글의 ‘터보퀀트(TurboQuant)’와 같은 메모리 효율화 기술이 등장하면서 AI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기술 변화 역시 향후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라고 SK하이닉스는 판단했다.

AI 기술의 상용화 속도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AI 산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수익화되지 못하면 데이터센터 투자 역시 둔화되고, 이는 HBM과 서버용 D램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중 갈등도 여전한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주요 위험요인에 포함됐다.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로 중국 우시 D램 공장과 충칭 패키징 공장, 다롄 낸드 공장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 반입 허가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필요한 허가를 적기에 받지 못할 경우 중국 내 생산 활동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거나 무역 제한을 강화할 경우 영업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가격 경쟁과 기술 경쟁 심화 역시 중장기적인 수익성을 위협할 수 있는 변수로 꼽았다.

이번 증권신고서는 AI 호황의 최대 수혜 기업인 SK하이닉스가 투자자들에게 성장 가능성뿐 아니라 그 이면에 존재하는 불확실성까지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 투자 둔화와 기술 변화, 미·중 갈등, 반도체 업황 사이클 등 SK하이닉스가 직접 제시한 위험요인은 향후 메모리 산업과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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