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어느 나라 기업인가…트럼프 계좌가 다시 던진 질문 [더게이트 포커스]
김범석 쿠팡 의장(사진=쿠팡)김범석 쿠팡 의장(사진=쿠팡)

[더게이트]

쿠팡의 기업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한미 통상 현안으로까지 번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명의의 위탁 투자 계좌에서 쿠팡 주식 거래 내역이 확인되면서 관련 논란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쿠팡은 한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이지만 법적으로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본사를 두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다. 미국 자본시장에 편입된 상장사라는 점에서 쿠팡을 둘러싼 한국 정부의 규제와 조사 역시 더 이상 국내 문제에만 머물기 어렵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쿠팡 주식 사고판 ‘트럼프 계좌’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미국 정부윤리청(OGE)이 최근 공개한 대통령의 재산신고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명의의 투자 계좌 두 곳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쿠팡 주식 거래가 수차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 규모는 최대 13만달러(약 2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거래 시점은 한국 내에서 불거진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국회 청문회, 정부 조사 시기와 일부 맞물려 있다. 다만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투자 판단에 개입했거나 관련 현안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백악관 측 역시 대통령 재임 중 주식 거래는 외부 운용사를 통한 위탁 형태로 이뤄지며, 대통령은 투자 의사결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 명의의 계좌에 쿠팡이 포함됐다는 사실은 쿠팡이 미국 자본시장과 정치권에서 갖는 위상을 다시 보여준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 통상 현안으로 올라선 쿠팡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1일(현지시각) 공개한 보고서 ‘경쟁 차단 :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사진=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보고서 표지 캡처)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1일(현지시각) 공개한 보고서 ‘경쟁 차단 :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사진=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보고서 표지 캡처)

쿠팡은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롭게 통상 변수로 떠오른 기업은 아니다. 미국 의회와 통상 당국은 이미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와 규제 움직임을 통상 현안으로 주시해왔던 게 사실이다.

실제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1일(현지시간) 쿠팡에 대해 한국 정부가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긴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와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자칫 한미 간 통상 마찰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 쿠팡의 과거 인적·자문 접점도 주목받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취임 전 쿠팡으로부터 자문 사례금을 받은 내역을 신고했으며, 일부 외교·통상 라인 인사들도 쿠팡 관련 자문 이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韓 플랫폼 vs 美 기업’ 딜레마에 서다

쿠팡 본사. 사진=쿠팡쿠팡 본사. 사진=쿠팡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쿠팡의 본질적 정체성에 대한 딜레마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쿠팡을 공정거래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대규모유통업법 등의 적용을 받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로 인식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자국 증시에 상장돼 미국 투자자의 이해와 직결된 미국 법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계좌에서 확인된 쿠팡 주식 거래는 단순한 투자 사실을 넘어 국경을 넘나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관할권 문제와 한미 통상 관계의 복잡성을 가속화시키는 일종의 ‘트리거’가 되고 있는 양상이다.

쿠팡은 한국 소비자를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미국 자본시장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기도 하다. 한국의 플랫폼 규제와 미국 투자자 보호 논리가 충돌할 경우 쿠팡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한미 통상 관계의 새로운 변수와 논쟁거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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