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보다 신용등급…건설사들이 ‘신종자본증권’에 몰리는 이유 [더게이트 포커스]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건설사들을  형상화한 이미지(사진=챗GPT 생성)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건설사들을 형상화한 이미지(사진=챗GPT 생성)

[더게이트]

국내 건설사들이 일명 ‘영구채’로 불리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축과 건설경기 침체로 차입 부담이 커지자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서라도 회계상 자본을 확충해 재무지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표면적인 효과는 부채비율 하락이지만 그 너머에는 신용등급을 지키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발행금리는 물론 금융권 차입과 PF 조달 등 전반적인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장부상 재무구조 개선을 넘어 자금조달 창구를 지키기 위한 방어 전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과 롯데건설, 금호건설에 이어 포스코이앤씨까지 주요 건설사들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이 건설업계에 처음 등장한 수단은 아니지만 일부 중견사를 중심으로 활용되던 자금조달 방식이 대형 건설사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잇따른 ‘영구채’ 발행, 새로운 자본 전략으로

GS건설·롯데건설·금호건설 로고(사진=각 사)GS건설·롯데건설·금호건설 로고(사진=각 사)

지난해 말부터 대형 건설사들의 첫 발행이 잇따랐다. GS건설은 지난해 12월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전액 채무 상환에 투입했다. 만기는 30년이며 최초 금리는 연 4.82%다.

롯데건설도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500억원씩 총 7000억원을 조달했다. 최초 금리는 연 5.8%로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했다. 부동산 PF 우발채무에 따른 유동성 우려를 불식시키고 단기 차입 중심의 조달 구조를 장기화하려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금호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가세했다.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551.1%에 이른 금호건설은 지난 6월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처음 발행했다. 최초 2년간 연 7.0%의 금리가 적용된다.

포스코이앤씨도 지난 13일 기존 채무 상환을 목적으로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만기는 30년이며 최초 금리는 연 6.35%다. 이들 회사 모두 재무건전성 개선과 채무 상환을 발행 목적으로 제시했으나, 금융 전문가들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줄이고 기존 자금조달 기반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등급 하락이 부르는 조달비용 악순환 우려

포스코이앤씨 사옥 전경(사진=포스코이앤씨)포스코이앤씨 사옥 전경(사진=포스코이앤씨)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의 성격을 지녔지만 만기가 길고 발행사가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또한 이자 지급을 유예할 수 있는 등의 요건을 갖추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유상증자 없이 자기자본을 늘려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건설사들에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다.

또 다른 배경에는 커지는 신용도 하락 압력이 자리한다. PF 우발채무와 미분양, 공사비 상승, 매출채권 회수 지연 등이 겹치면서 영업현금흐름이 약화하고 차입 부담이 커진 건설사가 늘었다. 재무지표 악화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면 회사채와 금융권 차입금리가 함께 올라 다시 재무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대표적이다. 포스코이앤씨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지만 국내 주요 신용평가 3사의 등급전망은 모두 ‘부정적’이다. 올해 3월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71.9%로, 신용평가사들이 주요 등급 하향 요인으로 제시한 150%를 웃돈다. 무보증사채 등급이 두 단계 떨어질 경우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할 수 있는 차입금도 2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 역시 이 같은 등급 하락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인 방어 조치다.

다만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됐다고 해서 신용평가에서도 발행액 전부가 자본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신용평가사들은 만기의 영구성과 이자 지급 유예 가능성, 콜옵션 및 스텝업 조건 등을 따져 자본성을 별도로 판단한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장부상 부채비율이 낮아지더라도 신용평가상 개선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콜옵션 시한 앞둔 건설사들 발등에 떨어진 불

(사진=챗GPT 생성)(사진=챗GPT 생성)

신종자본증권의 부담은 최초 조기상환 시점 이후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는 ‘스텝업’ 조항에 있다. 장부상 부채비율을 낮추고 만기 구조를 장기화할 수 있지만 정해진 시점까지 상환하지 않으면 조달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GS건설은 최초 연 4.82%로 자금을 조달했지만 발행 3년 뒤에는 금리가 5%포인트 가산돼 연 9.82%로 오른다. 금호건설도 최초 2년간 연 7.0%를 적용받은 뒤 2028년 6월부터 연 9.5%로 상승한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발행 3년 뒤부터 금리가 높아지는 조건이 붙었다.

건설사는 최초 콜옵션 시점에 자체 자금으로 원금을 상환하거나 신규 자금으로 차환해야 한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스텝업에 따른 이자 부담을 떠안게 된다. 업황과 신용도가 회복되지 않으면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고, 차환에 성공하더라도 기존보다 높은 조달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결국 신종자본증권 발행의 성패는 장부상 부채비율이 얼마나 낮아졌느냐보다 최초 콜옵션 시점까지 영업현금흐름을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미분양 해소와 공사대금 회수, 수익성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신용등급 방어를 위해 꺼낸 카드가 단지 이자 부담을 뒤로 미루는 수단에 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회계상 자본 확충을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갈 현금창출력 확보가 건설사들의 당면한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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