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40억 현금분할’ 최태원 다음은 권혁빈…스마일게이트 8조 지분의 향방은? [더게이트 포커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CVO(사진=스마일게이트)권혁빈 스마일게이트 CVO(사진=스마일게이트)

[더게이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내 이혼소송 사상 최대 규모다. 법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에 포함하면서도 그룹 경영권을 고려해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노 관장의 몫을 정산하도록 했다.

재계의 시선은 이제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소송으로 옮겨가고 있다. 권 CVO의 배우자는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지분의 절반을 요구하고 있다. 법원 감정에서 기업가치가 최대 8조원대로 평가된 만큼 요구가 모두 받아들여지면 분할 대상 가치는 최대 4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

최 회장 판결은 권 CVO의 이혼소송에 일부 시사점을 남겼다. 배우자의 가사·양육과 대외 활동을 주식 가치 형성의 기여로 인정한 점은 권 CVO 배우자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고려해 주식을 나누지 않고 현금으로 정산한 방식은 권 CVO가 지분을 유지할 가능성도 보여준다. 이 경우 수조원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뒤따른다.

공동재산 인정했지만 지분은 남겼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SK·아트센터 나비)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SK·아트센터 나비)

서울고법 가사1부는 지난 24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정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다음 날부터 미지급 분할금에 연 5%의 지연손해금이 붙는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해당 주식이 혼인 기간 중 최 회장 명의로 취득됐고, 노 관장의 가사·양육과 SK그룹 관련 대외 활동도 재산의 형성과 가치 유지 및 증가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재산분할 기여에서 제외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는 별개로 노 관장 본인의 기여도를 인정한 것이다.

주식 가액은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이 아닌 2024년 4월 16일 항소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이후 주가 상승에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다만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사정은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는 과정에 반영했다.

분할 방식은 주식 자체를 나누는 현물분할이 아닌 현금으로 부족분을 지급하는 대상분할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SK㈜ 주식이 그룹 경영권과 지배력을 뒷받침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최 회장은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는 대신 9440억원의 현금 지급 부담을 지게 됐다.

최 회장과 다른 재산 형성의 출발점

스마일게이트 사옥 전경(사진=스마일게이트)스마일게이트 사옥 전경(사진=스마일게이트)

권 CVO의 이혼소송 선고는 오는 9월 9일로 예정돼 있다. 배우자 이씨는 2022년 11월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지분의 절반을 분할해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소송 초기 권 CVO의 주식 처분을 막아달라는 이씨 측의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였다.

권 CVO의 이혼 소송은 재산 형성의 출발점부터 최 회장 소송과 다르다. 최 회장은 SK㈜ 주식이 선대 회장에게서 승계된 특유재산이라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권 CVO는 2001년 결혼한 뒤 이듬해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현재 지분 가치 대부분이 혼인 기간 중 형성된 만큼 재산분할 대상 여부보다 양측의 기여도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이씨 측은 스마일게이트 설립 당시 지분 30%를 보유했고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로 재직했다는 점을 들어 공동창업과 경영 기여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녀를 양육한 가사 기여도 재산 형성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이씨가 설립 자본금을 출자하지 않았고 회사에 출근하거나 실제 경영에 참여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지분과 등기상 직책이 실질적인 창업·경영 기여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놓고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셈이다. 법원이 초기 지분 보유와 경영 관여, 가사·양육의 기여도를 각각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분할 비율도 달라질 수 있다.

최대 4조원 앞에 선 1인 지배체제

스마일게이트 로고(사진=스마일게이트)스마일게이트 로고(사진=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는 비상장사여서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지분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 법원 감정 결과도 평가 방식과 계열사 합병 반영 여부 등에 따라 차이가 났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적용한 평가액은 약 4조9000억원,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적용한 평가액은 약 8조160억원으로 전해졌다. 배우자 측이 요구한 50%를 단순 적용하면 분할 대상 가치는 약 2조4500억원에서 최대 4조원까지 벌어진다.

분할 방식은 스마일게이트 지배구조와 권 CVO의 유동성 부담을 결정할 핵심 변수다. 법원이 최 회장 소송처럼 대상분할을 택하면 권 CVO는 지분을 유지할 수 있지만 수조원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배당이나 개인 차입, 보유 지분 일부 매각 등이 재원 조달 수단으로 거론될 수 있다.

반대로 주식 자체를 나누는 현물분할이 이뤄지면 현금 부담은 줄지만 권 CVO의 1인 지배체제는 흔들릴 수 있다. 이씨가 통합법인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면 의결권 행사와 배당, 향후 지분 매각 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올해 1월 스마일게이트홀딩스와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알피지를 합친 통합법인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최 회장과 권 CVO의 이혼소송은 기업의 설립 시점과 배우자의 초기 지분, 경영 관여 여부 등 사실관계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고려해 현금 정산을 택한 이번 판단은 권 CVO 소송에서도 주목할 대목이다. 분할 방식에 따른 결과는 뚜렷하다. 지분을 나누면 1인 지배력이 약해지고, 지분을 유지하면 수조원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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