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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사진=한진그룹)[더게이트]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을 둘러싼 지분 경쟁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호반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한진칼 지분을 20.15%까지 늘리면서 산업은행을 제외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지분 20.56%와의 격차가 0.4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한진그룹도 정석인하학원 등 그룹 내 공익재단을 앞세워 한진칼 지분 확대에 나섰다. 정석인하학원은 보유 중인 대한항공 주식을 전량 처분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계획이다. 호반의 잇따른 지분 매집에 맞서 조 회장 측이 본격적인 방어선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호반 측은 보유 목적을 여전히 ‘단순 투자’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 지분 격차가 0%대로 좁혀진 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이후 산업은행 지분 10.58%가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있어 잠재돼 있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반 계열사 총동원 속 지분 20% 돌파
호반건설 사옥(사진=호반건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반건설과 특별관계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지난 10일 기준 20.15%로 집계됐다. 보유 주식은 총 1345만4674주다. 지난 3월 말 18.87%에서 약 3개월 만에 1.28%포인트 증가했다.
계열사별 지분은 호반건설 11.50%, 호반호텔앤리조트 8.34%, 호반산업 0.17%, ㈜호반 0.15%다. 그동안 호반건설과 호반호텔앤리조트가 지분 매입을 주도한 데 이어 핵심 계열사인 호반산업까지 매수에 참여하면서 그룹 차원의 움직임이 한층 뚜렷해졌다.
호반그룹은 2022년 사모펀드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13.97%를 5640억원에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팬오션이 보유한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고 장내 매수를 이어가며 조 회장 측과의 격차를 지속해서 좁혀왔다. 누적 투자액은 약 8782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투자액과 현재 보유 주식 수를 적용하면 평균 취득가는 주당 약 6만5000원이다. 지난 27일 종가 11만700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호반 측의 평가수익률은 70% 안팎에 이른다. 상당한 투자 성과를 확보한 상태에서도 지분을 추가로 늘리고 있어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선 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익재단 앞세운 한진의 맞대응
대한항공 신규 CI를 발표 중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제공)산업은행을 제외한 조원태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은 최근 공시 기준 20.56%다. 호반 측과의 격차는 0.41%포인트, 주식 수로는 27만3174주에 불과하다. 양측의 지분이 사실상 대등해지자 한진그룹도 그룹 내 공익재단을 통한 지분 확대에 나섰다.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은 보유 중인 대한항공 보통주 259만3934주와 우선주 6932주를 전량 처분해 약 736억원을 마련하고, 보유 자금까지 더해 연말까지 한진칼 주식 77만3676주를 취득할 계획이다. 매입이 마무리되면 정석인하학원의 한진칼 지분은 1.90%에서 3.06%로 높아진다.
정석물류학술재단과 일우재단도 연말까지 한진칼 주식을 각각 1610주와 1만5862주 추가 취득할 예정이다. 세 재단의 계획을 합하면 추가 매입 물량은 총 79만1148주다. 발행주식 수와 다른 주주의 지분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조 회장 측 소유 지분은 약 21.75%로 높아지고 호반 측과의 격차도 약 1.59%포인트로 다시 벌어진다.
다만 21.75%는 소유 지분을 단순 합산한 수치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은 의결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임원 선임·해임 등 일부 안건에 한해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15%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산업은행 엑시트가 바꿀 지분 구도
산업은행 본점(사진=한국산업은행)현재 지분 구도만 놓고 보면 호반 측이 당장 한진칼 경영권을 위협하기는 쉽지 않다. 조 회장 측에는 지분 14.9%를 보유한 전략적 파트너 델타항공과 10.58%를 가진 산업은행이 있다. LX판토스가 보유한 3.83%도 시장에서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산업은행은 지난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약 5000억원을 투입했다. 현재 조 회장 측 대량보유 공시에서도 공동보유자로 포함돼 있다. 조 회장 측은 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안에 찬성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며, 조 회장 보유 주식에 대한 담보 설정과 처분권 위임 등의 투자 약정도 체결돼 있다. 다만 산업은행이 조 회장 측과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의무는 없다.
변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이후다. 양사는 오는 12월 16일을 합병기일로 정하고 다음 날 통합 대한항공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항공산업 재편이 마무리되면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한진칼 출자금 회수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호반이 산업은행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현재로서는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기존 투자 약정의 처리와 매각 절차, 인수 후보 등 확인되지 않은 변수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조 회장 측과 호반의 지분 격차가 0.41%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황에서 산업은행 지분이 움직인다면 한진칼의 지분 구도는 단숨에 달라질 수 있다. 결국 공익재단을 통한 한진의 방어와 호반의 추가 매집 여부, 산업은행의 엑시트 등이 향후 경영권 분쟁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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