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상 최대 실적의 역설…인공지능 리더십은 어디로 갔나 [더게이트 포커스]
최수연 네이버 대표(사진=네이버)최수연 네이버 대표(사진=네이버)

[더게이트]

네이버가 분기 매출 3조원 시대를 열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외부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지난 20여년간 ‘한국의 구글’로 불리며 국내 인공지능(AI) 및 검색 기술의 최전선을 지켜왔던 게 사실이다. 허나 이제는 기술 혁신보다는 상거래 플랫폼으로서의 효율성에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화려한 실적보다는 ‘기술 리더십’ 부재에 더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매출 3조2411억원과 영업이익 541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3%, 영업이익은 7.2% 증가하며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이후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휴 징검다리인 4일도 하락 국면을 유지하며 20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이 현재 이익의 규모보다는 인공지능 성장 동력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대 실적” 자화자찬에 가려진 ‘AI 혁신’ 부재

네이버 2026년 1분기 실적 표(사진=네이버)네이버 2026년 1분기 실적 표(사진=네이버)

이번 실적을 지탱한 핵심 동력은 AI가 아닌 전통적인 광고와 커머스 부문이었다. 플랫폼 매출이 1조8398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데 이어 파이낸셜 플랫폼(4597억원), 크림과 포시마크를 포함한 글로벌 도전 부문(9416억원)이 그 뒤를 받쳤다.

물론 네이버는 핵심 사업 곳곳에 AI 기술을 심어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했지만 냉정하게 보면 AI는 독립적인 수익 모델로서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채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보조적 도구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구조는 네이버가 기술 기반의 테크 기업에서 강력한 영업력을 기반으로 한 유통기업으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는 의구심을 낳는다. 검색 엔진의 점유율이 글로벌 플랫폼에 잠식당하는 위기 상황에서 AI를 통한 파괴적 혁신 대신 쇼핑과 결제라는 안정적 수익원에 집중하는 행보는 장기적으로 ‘기술 네이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결합 통한 소비 생태계 구축에만 주력

옴니모달 하이퍼클로바X 소개 이미지(사진=네이버클라우드)옴니모달 하이퍼클로바X 소개 이미지(사진=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의 최근 전략은 거대언어모델(LLM) 중심의 범용 생성형 AI 패권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자사 플랫폼의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하는 ‘실리주의’로 요약된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전면전 대신 검색과 구매, 예약을 하나로 잇는 소비 생태계 안착을 우선순위에 둔 셈이다.

최근 단행한 클로바X와 검색 서비스 ‘큐:(Cue:)’에 대한 전략 조정 역시 이러한 에이전트 중심의 실용적 전환 과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생성형 AI 확산으로 범용 고객 데이터의 차별성이 약화되는 반면, 수집과 복제가 어려운 독점적 데이터의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온라인 데이터에 오프라인 데이터를 결합해 구조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I 검색이 플랫폼 내 구매와 예약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이를 신규 수익원으로 안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는 원천 기술의 우위보다는 확보된 데이터를 활용해 당장의 수익을 챙기겠다는 현실론적인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벌어지는 글로벌 격차…경쟁 대열에서 뒤처지나?

네이버 본사 전경(사진=네이버)네이버 본사 전경(사진=네이버)

이러한 네이버의 행보는 인공지능 인프라와 서비스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의 움직임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들 업체 AI 패권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자본 투하를 지속하는 동안 네이버는 당장의 영업이익률 관리를 위해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기술 경쟁 대열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결국 네이버를 향한 비판 여론의 본질은 단순한 방향 전환이 아닌 미래 성장 동력의 본질적 변화에 있다. 지금처럼 커머스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에 안주할 것인지, 아니면 독자적인 AI 기술 영토를 확보해 기술 주권을 지켜낼 것인지가 향후 기업 가치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기술 리더십을 상실한 플랫폼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시장의 따가운 눈총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건이다. 숫자로 증명한 ‘현재’가 기술적 도태를 가리는 ‘안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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