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곧 소득, 지리산이 통장이 된다"…제윤경의 '하동 대전환', 보수 텃밭 한복판에 던진 청사진 [더게이트 정치]
'서민금융 전문가' 제윤경은 빠르게 소멸하는 하동을 구해낼 수 있을까(사진=더게이트)'서민금융 전문가' 제윤경은 빠르게 소멸하는 하동을 구해낼 수 있을까(사진=더게이트)

[더게이트=하동]

대한민국 남서쪽 끝자락,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경남 하동. 5월 17일 일요일 아침이었다. 5일장이 한창이라는 하동공설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소설 '토지' 속 읍내 장터의 모티브이자, 한때 상인보다 많은 인파로 넘쳐났다는 그 시장이다. 하지만 그날, 풍경은 달랐다.

거대한 청소기가 훑고 지나간 듯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간간이 불어오는 서글픈 강바람 소리만 빈자리를 채웠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사라진 건 시장 인파만이 아니었다. 청년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통계청은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이라는 차가운 도장을 찍었다.

여기에 2027년부터 순차 폐쇄가 예정된 하동화력발전소가 또 하나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지역 경제의 큰 기둥 하나가 곧 빠진다.

이 거대한 절망의 벽 앞에 한 사람이 마주 섰다. 1971년 하동읍 두곡리에서 태어나 제20대 국회 비례대표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하동군수 후보다. 민선 1995년 이래 8차례 선거 중 8번 보수 정당이 깃발을 꽂아 온 땅. 그 보수 텃밭 한복판에 군수 도전장을 던진, 여야 통틀어 첫 여성 후보다.

-여의도를 떠난 '서민의 빚 깎는 해결사', 고향으로-

서민들의 장기·소액 부실 채권을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빚 독촉에서 벗어나게 해준 시민단체 주빌리은행의 공동설립자이자 상임이사였던 제윤경(사진=더게이트)서민들의 장기·소액 부실 채권을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빚 독촉에서 벗어나게 해준 시민단체 주빌리은행의 공동설립자이자 상임이사였던 제윤경(사진=더게이트)

제윤경은 과거 서민들의 죽은 채권을 사들여 빚을 깎아 주던 주빌리은행 상임이사 출신이다. 금융 복지의 영역에서 '서민의 빚을 깎는 해결사'로 통하던 인물이다. 그 해결사가 이제 여의도의 스포트라이트를 뒤로하고 고향 하동의 해묵은 셈법 앞에 운동화 끈을 다시 묶었다. 이번 선거는 군수 한 명을 바꾸는 권력 게임이 아니다. 하동의 생존을 건 거대한 전환점이다.

이미 숫자는 신호를 보냈다. 2024년 22대 총선 사천·남해·하동 출마. 결과는 낙선이었지만, 고향 하동에서만 37.25%의 표를 모았다. 표차는 졌으나 흙은 응답했다. 그 흙으로 다시 돌아왔다.

제윤경이 들고 나온 생존 전략은 명쾌하다. 자연을 보존하는 행위가 곧 군민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일이 되는 구조. 이름하여 '환경경제 특별군'이다.

제윤경의 진단은 한 줄로 압축된다. 하동의 미래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 콘크리트와 굴착기로 풀어 오던 지역 행정의 문법을 통째로 다시 쓰겠다는 선언이 그 뒤를 따랐다. 천혜의 자연을 자산으로 돌려 돈 버는 에너지 도시로 갈아 끼우겠다는, 상상력의 대전환이다.

-'환경경제 특별군'으로 뒤집는 소멸의 방정식-

제윤경이 하동공설시장에서 시장 상인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사진=더게이트)제윤경이 하동공설시장에서 시장 상인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사진=더게이트)

청사진의 첫 장에는 '농어촌 기본소득'이 적혀 있다. 하동을 시범 지구로 지정해 전 군민에게 매월 15만 원씩 지급한다는 구상이다. 연간 약 720억 원이 하동이라는 작은 공동체 안에서만 도는 구조다. 모세혈관 같은 바닥 경제가 즉각 반응한다. 제윤경은 이미 민주당 원내 대표부를 직접 찾아 정책을 건의하고 중앙 정치권의 약속을 받아냈다.

여기에 섬진강환경유역청 신설·유치라는 묵직한 공약도 얹었다. 독립적인 수계 관리 기금을 확보하고 환경 인허가 원스톱 체계를 구축해, 우량 기업 유치와 농가 소득 증대를 한 번에 노리는 구상이다.

관내 저수지와 소류지 200여 곳을 활용한 수상 태양광, 그리고 마을 단위 태양광을 엮은 '319개 마을 햇빛소득' 정책. 발전 수익은 고스란히 주민의 통장으로 흐른다.

1조 5000억 원 규모의 옥종 양수발전소 유치도 함께 굴린다. 2027년부터 순차 폐쇄되는 하동화력발전소를 대체할 700메가와트(MW)급 시설이다. 정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반영을 노리는 이 카드는, 하동을 청정에너지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제윤경 구상의 핵심 동력이다.

지방 소멸을 막아낼 또 다른 무기는 중앙 정치권 네트워크다. 비례대표·민주당 대변인·국회의장 민생특별보좌관을 거치며 차곡차곡 쌓은 자산이다.

5월 19일, 한산하던 하동읍 돌봄 현장에 예사롭지 않은 활력이 돌았다. 남인순·권향엽·이재정·백혜련·김남희·전진숙·박지혜·이수진·진선미. 민주당 소속 현역 여성 의원 9명이 한꺼번에 하동에 내려와 제윤경의 손을 맞잡았다. 같은 날 연속으로 열린 노인·의료 돌봄 간담회에도 의원 8명이 자리를 지켰다.

중앙 정치의 핵심들이 작은 농촌 마을의 지역아동센터와 장기요양기관을 직접 밟은 풍경이다. 하동 정가가 받은 충격은 가볍지 않았다.

-중앙 무대를 흔든 네트워크, 현장의 눈물을 닦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제윤경 후보와 함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사진=더게이트)민주당 여성의원들이 제윤경 후보와 함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사진=더게이트)

이날 간담회에서 제윤경의 답은 빨랐다. 소규모 돌봄 시설들이 어린이 통학차량 동승 의무화 규정 탓에 야간 차량 운행 시 센터 인력이 비게 되는 문제를 호소하자, 제윤경은 즉각 공공시설 무상 활용과 임대료 지원을 약속했다. 요양보호사와 간호사들의 열악한 야간 근무 환경과 수당 체계에 대해서도 위험수당·처우 개선 수당 현실화를 약속했다.

동행한 의원들도 통합돌봄법 시행에 따른 지원 체계 정비와 국비 확대를 국회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중앙 인맥은 사진 한 장의 풍경이 아니었다.

개혁의 칼날은 군청 안쪽도 조준한다. 지적과 감사로 옥죄어 오던 옛 군청 풍경을 걷어내고, 칭찬과 격려가 오가는 '포지티브 공직 생태계'로 갈아엎겠다는 구상이다.

사진 위는 인파로 넘쳐나던 시절의 하동공설시장이다. 사진 아래는 5월 17일 하동공설시장이다(사진=더게이트)사진 위는 인파로 넘쳐나던 시절의 하동공설시장이다. 사진 아래는 5월 17일 하동공설시장이다(사진=더게이트)

인사권을 휘둘러 군림하던 시절의 관행도 손본다. 적극행정 마일리지와 희망보직 시스템을 들여 투명한 인사를 약속했다. 제윤경이 하동군수가 된다면, 군수와 평직원이 계급장을 떼고 점심 도시락 옆에서 아이디어를 흩어내는 '비전 토크'가 일상 풍경으로 자리 잡는다.

단순 반복 업무는 AI와 디지털 시스템이 떠안고, 공직자는 군민을 위한 창의 기획에 손과 머리를 쏟는 구조. 제윤경이 그리는 새 군청의 자화상이다. 모바일 행정 플랫폼, 24시간 가동되는 AI 민원 챗봇. 농촌 군청의 문법으로는 낯선 어휘들이 도구 상자에 차곡차곡 들어와 있다.

직원을 위한 보상도 함께 손본다. 복지포인트와 출산축하금을 늘리고, 육아휴직 중에도 복지 혜택이 끊기지 않게 하며, 대체근무 수당을 인상하는 안이 패키지로 자리를 잡았다.

-"하동이 제윤경을 버릴 순 있어도 제윤경이 하동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것"-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사진 맨 왼쪽)과 하동 지선 출마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사진=더게이트)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사진 맨 왼쪽)과 하동 지선 출마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사진=더게이트)

18, 19일 경남, 부산을 돌며 민주진보 후보들을 격려한 이기영 배우는 제윤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총선 때도 험지 중의 험지 하동에서 출마했다. 낙선할 확률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도전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바 없는 하동에 또 출마했다. 낙선의 두려움보다 고향 하동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만약 제 후보가 당선된다면 하동을 바라보는 중앙 정부의 시선이 바뀔 것이다. 그리고 지원 규모가 확 달라질 것이다."

이 배우와 함께 동행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도 비슷한 생각이다. 안 소장은 "제 후보 만큼 고향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큰 정치인을 본 적이 없다. 하동이 제 후보를 버릴 순 있어도 제 후보가 고향 하동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제 후보가 오랫동안 하동 발전을 위해 다양한 안을 준비한 만큼 당선이 되면 그 안들이 곧바로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거대한 관성과 해묵은 과제에 짓눌려 있던 하동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지리산 자락을 따라, 섬진강 물길을 따라. 여의도에서 서민의 빚을 깎던 손이 이제 고향 회계장부 옆에 놓였다. 서민 가계의 빚을 깎아 본 사람은, 고향 마을의 빚도 깎아 낼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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