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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진은 감언이설을 할 줄 모른다. 그는 인사를 해도 90도로 한다. 허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고, 정제된 공약으로 승부하며,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것. 그게 전태진의 선거운동이다(사진=더게이트)[더게이트=울산]
울산 남구 수암한우야시장. 5월 18일 저녁 무렵, 거기서 한 남자를 만났다.
키가 훤칠한 그가 시민들 사이를 걸었다. 명함을 건넸다. 머리를 숙였다. 명함을 받은 시민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듯 명함을 다시 들여다봤다. 사내는 멋쩍게 웃었다. 다시 머리를 숙였다. 그 모습은 정치인의 인사라기보다, 누군가의 결혼식장에서 처음 보는 친척에게 건네는 인사에 가까웠다.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1호 영입 인재. 울산 남구갑에 출마한 전태진 변호사다.
-156명에서 시작한 길-
전태진(사진 가운데부터)이 자신을 응원 온 이기영 배우,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함께 수암한우야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인사하는 장면(사진=더게이트)전태진의 이력은 화려하다.
1971년 울산 출생. 대현초·태화중·학성고. 서울대 정치학과. 2001년 사법시험 43회 합격. 사법연수원 33기. 청와대·방송통신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경찰청·국가유산청 자문 경력. 법무법인 동헌 대표변호사.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영입식에서 "뼛속까지 울산 토박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화려한 이력만으로 정치가 되지는 않는다.
5월 12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전태진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단 156명이었다. 김어준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로 너무 적은데, 이거 만드신 지 한 달 됐습니까?" 전태진의 대답은 정직했다. "몇 주 안 됐습니다. 겸공 구독자분들이 도와주시면 많이 늘 것 같습니다."
방송이 끝나기 전에 1만 명을 돌파했다. 일주일 뒤인 5월 18일, 2만 2800명. 또 이틀 뒤인 5월 20일, 2만 5800명. 폭발적인 증가였다. 본인 입으로 "다 겸공 덕분"이라고 했다.
후원금 사정은 더 짠했다. 후원회장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현 대구시장 후보). 그런데 "문자 한 번 보내는 데도 몇백만 원씩 들더라"는 말이 나왔다. 변호사 평생, 돈 들어오는 쪽보다 돈 나가는 쪽에 더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의 토로처럼 들렸다.
-노무현과 문재인, 그 운명의 그림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사진=노무현재단)전태진의 변호사 인생은 두 명의 대통령으로 시작됐다.
영입식에서 전태진은 이렇게 말했다. "첫 직장인 법무법인 정세가 청와대 관련 법률 업무를 많이 하고 있다 보니, 변호사로서 처음 출석한 사건의 당사자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두 번째 사건의 당사자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그분들의 뜻을 이어받아 이 자리에 나서게 되니, 문 전 대통령 책 제목처럼 이것도 다 ‘운명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운명. 변호사가 함부로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법조인은 본디 운명보다 증거를 믿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전태진은 ‘운명’이라고 말했다. 사법시험 합격 직후 받은 첫 사건이 노 전 대통령이었고, 두 번째가 문 전 대통령이었다는 사실. 그것이 4반세기 만에 울산 남구갑 보궐선거로 흘러와 닿았다는 사실. 변호사의 셈법으로는 풀리지 않는 우연이었을 것이다.
-수암한우야시장의 수줍음-
전태진이 버스 정류장에 있는 시민을 향해 90도로 인사하는 장면(사진=더게이트)직접 본 전태진은 정치인답지 않았다.
이기영 배우,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임무영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특별위원회 위원 등과 함께 5월 17일부터 1박 2일 경남 산청·하동을 거쳐 창원, 부산, 울산을 돌았다. 18일 오후, 수암한우야시장에서 전태진을 만났다.
그가 시민들 앞에 섰을 때, 솔직히 안쓰러웠다. 정치인의 첫 번째 자질은 넉살이다. 모르는 사람의 어깨를 두드리고, 빈말도 진심처럼 하고, 큰소리로 이름을 외칠 수 있는 능력. 그게 없으면 선거판은 사나운 운동장이 된다. 전태진에게 그런 넉살은 없었다.
대신 진정성이 있었다. 한 시민과 마주 섰을 때, 전태진은 명함을 주고 돌아서지 않았다. 자리에 멈춰 섰다. 듣고, 끄덕이고, 다시 들었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마주할 때의 자세였다.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그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전태진의 법조계 후배에게 물었다. "전 변호사는 어떤 분입니까." 그 후배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말수가 적지만, 행동으로 뭔가를 보여주는 스타일입니다. 고교 시절부터 묵직한 선배로 통했어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올지 정말 몰랐어요. 그만큼 튀는 사람과는 거리가 먼 선배였으니까요. 다만, 자신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공직 인생을 통해 돌려주겠다는 마음은 항상 있던 사람이었어요."
-"단디 좀 뽑아주이소"-
울산 남구갑은 험지다. 그것도 보통 험지가 아니다.
전태진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다. "여기는 민주당이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지역입니다. 이른바 보수 강세 지역이죠." 안진걸 소장은 더 냉정하게 평가했다. "보수 강세를 넘어 보수 성지와 같은 곳입니다."
상대는 김태규다.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했던 인물이다. 전태진의 진단은 이렇다. "제가 얘기를 하면 관심을 안 가지시다가, 상대 후보 이름을 언급하면 ‘네?’하고 놀라는 분이 많아요. 순간, 판이 바뀌는 느낌을 받습니다."
전태진의 마지막 호소는 사투리였다. "정치 좀 단디 해라"라는 울산 시민들의 말을 받아, 그가 시민들에게 돌려준 말. "제가 단디 할 테니, 이번엔 진짜 단디 좀 뽑아주이소."
울산 남구갑 보궐선거는 6월 3일이다. 김상욱 의원이 울산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만들어진 선거다. 김상욱은 국민의힘 간판으로 당선됐었다. 민주당 간판으로는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그 자리. 수암한우야시장의 그 사내가, 그 자리를 노린다.
울산을 떠나오던 길에 한참 생각했다. 화려한 정치인은 많이 봤다. 말 잘하는 정치인도 많이 만났다. 카메라 앞에서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정치인은 더 많이 접했다.
그러나 수암한우야시장 한복판에서 멋쩍게 웃던 전태진의 표정은, 그런 정치인들과는 결이 달랐다. 노무현의 첫 변호. 문재인의 두 번째 변호. 그리고 25년이 흘러 다시 선 자리.
전태진의 표현대로라면, 이것도 다 운명일지 모른다. 운명을 시험하는 자리. 6월 3일이 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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