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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사진=우원식 의장 SNS)[더게이트]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말해준다. 2년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는 마지막 날, 우원식 의장은 그동안 고생한 국회 직원들을 위해 구내 카페에 커피값을 내놨다. 오후에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을 찾아 절박한 청년들 곁에 앉았다. 거창한 인터뷰도, 화려한 행사도 없었다. 늘 해오던 방식으로 묵묵히 마지막을 보냈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29일 우 의장은 국회 구내 카페 다섯 곳에 사비로 각 100만 원씩을 선결제했다. 장소는 본관 1층과 3층, 의원회관 2층, 도서관 1층, 외계인키친이다. 오후 1시부터 소진 시까지 공무원증이나 상시출입증을 제시하면 누구나 한 잔씩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년간 국회 직원들이 보여준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남겼다.
국회 직원들을 위해 커피를 선물한 우원식 의장.
절박한 청년들의 가능성을 믿다
커피 향이 국회 가득 퍼지는 동안 우 의장은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국회의원회관을 찾았다. 우 의장이 참석한 행사는 '제18기 꿈수저청년장학금 수여식 및 기부식'이다. 민생경제연구소와 사단법인 홍길동은행이 주최한 민간 장학 행사로, 배우 이기영, 정두홍 무술감독, 박홍배 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수여식에서는 최종 선발된 청년 16명에게 각 300만 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꿈수저 장학금은 부모의 경제력이나 스펙이 아닌 개인의 가능성과 자립 의지를 보고 선발하는 민간 프로젝트다. 2021년 시작 이후 현재까지 174명에게 5억 2200만 원을 지원했으며, 이번 18기 공모에는 약 1만 5000명이 지원했다.
우 의장은 축사에서 "지난 2년 동안 정말 힘들고 어려운 결정의 순간들이 많았다"며 "임기 마지막 행사를 꿈수저 장학금 수여식으로 마무리하게 돼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이어 "1만 50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청년들이 많다는 의미"라며 "누군가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있다는 마음을 오래 간직해 달라"고 당부했다.
행사에서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이 3000만 원을 추가 기부하며 5000만 원 기부클럽 2호에 이름을 올렸다. 우 의장은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국 힘없는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며 만들어내는 변화"라며 공동체를 지키는 소중한 실천을 격려했다. 참석자들의 박수 속에 우 의장은 임기가 끝난 뒤에도 이러한 활동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우 의장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가장 격동의 순간을 함께한 국회의장이다. 2024년 6월 5일 제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이후, 여야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주요 현안을 주도했다.
2년 재임 중 가장 극적인 밤은 2024년 12월 3일이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우 의장은 곧바로 여의도로 향했다. 경찰이 국회를 에워싸자 우 의장은 차에서 내려 1m 남짓한 담장을 직접 넘었다. 우 의장이 담을 넘는 이 장면은 내란 사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진으로 남았다.
본회의장 안에서 의원들이 급박하게 개의를 재촉할 때도 우 의장은 "절차적 오류 없이 해야 한다"며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오전 1시,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됐다. 긴박한 순간에도 민주적 절차를 지켜낸 우 의장의 뚝심이 있었기에 국회는 내란의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헌정사의 가장 뜨거운 중심에 섰던 의장이 임기 마지막 날에는 직원들에게 커피를 건네고, 힘들어하는 청년들의 손을 잡았다. 누구보다 큰 업적을 남겼지만 떠날 때는 어떤 의장보다도 조용하게 임기를 마무리했다. 그 빈자리가 오랫동안 크게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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