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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게이트
전복의 고장 완도(사진=더게이트)[더게이트=완도]
5월 29일 새벽 5시. 용산역은 한산했다. KTX 한 대가 남쪽으로 출발했다. 나주역에서 내렸다. 거기서 다시 차로 두 시간 가까이 달렸다. 완도는 멀었다.
배우 이기영이 동행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함께였다. 임무영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특별위원회 위원도 같이 갔다.
완도에서 우홍섭 민주당 군수 후보를 만났다. 함께 거리를 걸었다.
거리엔 사람이 없었다. 그게 첫인상이었다. 선거 막판, 사전투표를 코앞에 둔 군수 후보가 손 내밀 사람조차 드물었다. 완도의 인구는 4만 4000명 안팎. 거리의 적막이 그 숫자를 대신 설명하고 있었다.
드문드문 만난 군민들의 입에서 같은 단어가 나왔다. 병원. 아이들. 소아과. 아이가 아프면 큰 도시로 나가야 한다는 것. 그 한마디에 완도가 처한 현실이 담겨 있었다. 사람이 줄고, 병원이 줄고, 아이 키우기가 어려워지고, 그래서 또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
군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하지 않았다. 아이가 아플 때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것. 사실이었다. 완도에 있는 동안 유모차를 한 대도 보지 못했다.
-7급 공무원에서 진도부군수까지-
2023년 진도부군수 시절 강연하는 우홍섭(사진=더게이트)우홍섭은 이 요구에 답할 그릇이 되는가. 이력을 보면 한 가지는 분명하다. 행정으로 단련된 사람이다.
7급 공채로 공직에 들어섰다. 신안군 해양수산과장을 지냈다. 전남도 해양수산정책팀장, 사회복지과장을 거쳤다. 진도부군수까지 올랐다. 바다를 아는 공무원이다. 복지를 다뤄본 행정가다.
정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선출직 경험이 없다. 약점일 수 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다르다. 30년 가까운 공직 경험이 정치 구호에 앞선다. 완도 같은 수산 군에서 '해양수산 전문가'라는 타이틀은 빈말이 아니다. 전복이 무너지면 완도가 무너진다.
공약은 바다에서 출발한다. 전복가격안정기금을 현재 계획된 200억 원에서 1000억 원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생산비 밑으로 가격이 떨어지면 최저가격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선박 수리비 지원, 고가 수산장비 임대, 정책자금 상환 유예도 함께 내놨다. 어민의 지갑에서 가장 먼 곳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을 건드린 공약들이다.
복지도 빠지지 않았다. 어르신 목욕·이미용비를 분기당 5만 원으로 올리고, 노인일자리를 2030년까지 5000개로 늘리겠다고 했다. 핵심은 따로 있다. 완도형 기본소득. 전 군민에게 월 20만 원을 지역상품권으로 주겠다는 공약이다.
관건은 상대다. 상대는 만만치 않다. 무소속 김신 후보. 완도군의원을 두 번 지냈고, 군수 도전은 네 번째다. 4년 전 경선에서 0.42%포인트 차로 졌다. 그 아쉬움이 동정론으로 번졌다. 접전이다.
우홍섭은 ‘네거티브 없는 정책선거를 지향하겠다’고 했다. "비난보다 비전"을 입에 달았다. 진심인지 전략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텅 빈 거리에서 표가 아쉬울 후보가 끝까지 인물 공격을 자제하는 건 흔한 풍경이 아니다.
-청해진의 꿈, 그리고 빈 거리-
이기영 배우((사진 가운데)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사진 맨 오른쪽)이 완도 주민과 이야기하는 장면(사진=더게이트)우홍섭은 '제2의 청해진 시대'를 말한다. 장보고가 바다를 호령하던 그 완도다. 연도·연륙 사업으로 섬과 뭍을 잇고, 광주~완도 고속도로 2단계를 앞당기고, 관광객 1000만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큰 그림이다.
큰 그림은 늘 의심을 부른다. 군수 한 사람이 고속도로를 깔 수 있나. 우홍섭의 답은 '혼자 안 한다'였다. 정부·국회·집권여당·전남도·통합특별시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 30일 완도 오일장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왔다. 민형배 통합특별시장 후보, 박지원 의원도 섰다. '원팀'을 강조하는 그림이었다.
그 그림이 완도를 바꿀지는 군민이 결정할 일이다. 6월 3일이면 결판이 난다.
돌아오는 길, 아침에 본 빈 거리가 자꾸 떠올랐다. 후보의 공약은 화려했다. 전복도, 기본소득도, 고속도로도 거기 다 있었다. 그런데 정작 군민이 꺼낸 단어는 소박했다. 소아과. 아이. 병원.
화려한 공약과 소박한 요구 사이. 그 거리를 좁히는 사람이 완도의 다음 4년을 가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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