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해" 그 순간, 임세은의 손이 먼저 나갔다…‘대형 악재’를 막은 두 번의 제지 [박동희 칼럼]
임세은 선임부대변인(사진 오른쪽부터)이 양천구청장 후보를 제지하는 장면임세은 선임부대변인(사진 오른쪽부터)이 양천구청장 후보를 제지하는 장면

[더게이트]

5월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파리공원. 6·3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유세 현장은 평범했다.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한 시민의 아기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카메라가 돌았다. 좋은 그림이었다. 문제는 옆이었다.

양천구청장 우형찬 후보가 아기를 향해 "뽀뽀 한 번"이라고 말했다. 박수까지 치며 다시 "뽀뽀". 카메라는 그 한마디를 놓치지 않았다. 사흘 뒤 투표를 앞둔 선거판을 흔들 만한 불씨였다.

불씨를 끈 건 정 후보 캠프의 임세은 선임부대변인이었다. 손을 뻗어 한 번 막았다. 우형찬이 다시 얼굴을 들이밀자, 고개를 저으며 이번엔 밀어내듯 막았다. 영상에 잡힌 건 순식간이었다. 그 짧은 손짓이 없었다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굴러갔을 것이다.

-먼저 나간 손-

정원오 후보는 선거유세 때마다 아기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기념촬영을 요청하면 선뜻 응하고, 아기의 건강을 빈다. 하지만, 선을 넘지 않는다. 양천구 파리공원에서도 정 후보는 옆에 있던 양천구청장 후보의 발언을 따르지 않았다정원오 후보는 선거유세 때마다 아기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기념촬영을 요청하면 선뜻 응하고, 아기의 건강을 빈다. 하지만, 선을 넘지 않는다. 양천구 파리공원에서도 정 후보는 옆에 있던 양천구청장 후보의 발언을 따르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정원오 캠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 후보가 파리공원에 도착하자 우형찬 후보가 정 후보에게 다소 흥분한 표정으로 달려오셨어요." 자기 지역에 서울시장 후보가 오면 언론의 눈이 구청장 후보에게도 쏠리게 마련이다. 기분이 들떴을 법하다.

캠프 관계자는 그 들뜸을 임세은 선임부대변인이 처음부터 읽었던 듯싶다고 전했다. “평소보다 임 선임이 정 후보 곁에 바짝 붙어 있더군요.”

평소 아기를 좋아하는 정 후보가 아기를 안았을 때다. 임세은이 더 정 후보 옆으로 붙었다. "저도 아이 둘인 엄마라서요." 아이를 둔 부모는 남의 아이를 보는 눈이 예민하다. 그 예민함이 이날 방패가 됐다.

정작 아기를 안은 정 후보는 “뽀뽀”란 말을 듣지 못했다. 정 후보는 아기 아빠에게 손을 흔들며 아기에게 "아빠 봐야지"했다. "뽀뽀"라는 말은 그 틈에 옆에 있던 우 후보 입에서 나왔다. 그 작은 목소릴 들은 이는 임세은뿐이었다. 한 번 막고, 그래도 멈추지 않자 결국 밀어냈다. "계속 하시길래, 순간적으로 우 후보님껜 죄송하지만, 밀어낼 수밖에 없었어요."

장면은 곧 온라인을 탔다. 국민의힘이 받아쳤다. 국민의힘 대변인은 아이가 정치인의 이미지 연출 도구가 아니라고 날을 세웠다. 우 후보는 그날 블로그에 고개를 숙였다. 부주의하고 경솔했다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정원오 후보도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과했다.

만약 임세은이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우 후보를 밀지 않았다면. 서울시장 선거 판세가 출렁일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증권 객장에서 청와대까지, 위기대응에 능한 '경제 전문가'-

임세은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 정원오 캠프에서 선임부대변인을 맡고 있다임세은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 정원오 캠프에서 선임부대변인을 맡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이 남는다. 왜 하필 임세은이었나.

우연이 아니다. 임세은의 이력은 '현장에서 판단하는 사람'의 내력이다. 1981년 서울 금천구에서 났다. 출발은 정치가 아니라 증권이었다. 2006년 증권사에 들어가 펀드와 파생상품을 다뤘다. 숫자가 순식간에 손익을 가르는 객장에서, 머뭇거림은 곧 손실이다. 망설이지 않는 손은 그때 길러졌는지도 모른다.

이후 길은 넓어졌다.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고, 시민단체 민생경제연구소에서 공동소장을 지냈다. 경제평론가로 방송을 누볐다. 대학 강단에도 섰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청년소통정책관을 거쳐 부대변인을 맡았다. 20대 대선에서는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22대 총선에서 관악을 출마에 도전했다. 민주당에서 흔치 않은 '실물 경제 전문가'였다. 경쟁력이 뛰어났다. 그러나 단수공천에 밀려 뜻을 접었다. 컷오프의 쓴맛을 본 정치인이다. 그렇다고 주저앉은 것도 아니었다.

임세은은 지난 대선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 같았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걱정했다. 그런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란을 청산하지 않으면 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할 뿐이었다.

무대 한가운데가 아니라 무대 뒤, 사고가 터지는 자리에서 몸으로 막아야 하는 역할이 낯설지 않다는 뜻이다.

-치명적일 수 있던 둔감함을 두 번이나 막았던 임세은의 손-

임세은이 공동소장으로 있는 민생경제연구소는 각종 장학금 사업과 기부 사업으로 많은 청년과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돕고 있다. 민생경제연구소의 공동소장인 임세은, 안진걸은 본인들이 앞장 서 500만 원의 기부금을 내놨다. 그것도 수차례나.임세은이 공동소장으로 있는 민생경제연구소는 각종 장학금 사업과 기부 사업으로 많은 청년과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돕고 있다. 민생경제연구소의 공동소장인 임세은, 안진걸은 본인들이 앞장 서 500만 원의 기부금을 내놨다. 그것도 수차례나.

둔감함은 때로 악의보다 무섭다. 요즘은 남의 아이를 함부로 만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남의 반려견을 함부로 쓰다듬지도 않는 시대다. 하물며 "뽀뽀하라"는 말을, 그것도 카메라 앞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린 순간, 선의는 증발하고 장면만 남는다. 정치에서 장면은 종종 진심을 이긴다.

더 뼈아픈 대목은 따로 있다. 이 한마디로 흔들릴 뻔한 사람은 우형찬 후보 자신이 아니었다. 나란히 걷던 서울시장 후보, 정원오였다. 구청장 후보의 둔감함이 시장 후보의 발목을 잡을 뻔했다.

선거는 장면의 전쟁이다. 좋은 장면 하나가 표를 모으고, 나쁜 장면 하나가 표를 쓸어간다. 그날 파리공원에는 두 종류의 정치인이 있었다. 둔감함으로 의도치 않는 장면을 만든 사람과, 그 그림이 퍼지기 전에 손으로 지워낸 사람.

임세은은 그날의 일을 부풀리지 않았다. "선거 때면 많이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짧게 말하고 다음 일정을 챙겼다. 정작 박수는 카메라 밖에서 쏟아졌다. 영상을 본 이들은 "두 번이나 막더라"며 임세은의 그 손짓을 곱씹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