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난 사람보다 3일이 많았다"…성수동 카페, 그리고 청년재단과 오창석
청년재단 오창석 이사장(사진 왼쪽)과 청년재단이 개최한 '낯가리는 카페' 현장청년재단 오창석 이사장(사진 왼쪽)과 청년재단이 개최한 '낯가리는 카페' 현장

[더게이트]

6월 23일 서울 성수동. 카페 하나가 문을 열었다. 아메리카노가 1, 2천 원. 주문은 키오스크로 받는다. 화면 속 버추얼 캐릭터가 손님과 이야기한다. 캐릭터 뒤에는 사람이 있다. 오랜 시간 방 안에 머물던 고립·은둔청년이다. 별도의 안전한 공간에서, 화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세상과 다시 마주 앉은 것이다.

사흘간 700여 명이 다녀갔다. 한 참여 청년이 말했다. "3년 동안 만난 사람보다 지난 3일 동안 더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처음 주문을 받을 때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던 다른 청년은 이제 대면 아르바이트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 카페의 이름은 '낯가리는 카페'다. 청년재단이 만들었다.

-아이디어는 많지만, 실행은 적었던 청년 정책-

‘낯가리는 카페’를 찾은 고객이 키오스크 속 버추얼 캐릭터를 통해 카페직원(청년)과 소통하는 장면‘낯가리는 카페’를 찾은 고객이 키오스크 속 버추얼 캐릭터를 통해 카페직원(청년)과 소통하는 장면

디테일을 보면 이 카페가 하루아침의 이벤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메뉴를 1, 2천 원대로 낮춰 청년이 최대한 많은 손님을 만나게 했다.

키오스크엔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같은 대화카드를 심어 어색한 침묵을 지웠다. ‘은둔 경험’ 청년이 세운 회사(안무서운회사)가 참여자를 모으고, 버추얼 기술 기업이 캐릭터를 무상 제공했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기금 1천만 원이 사업비가 됐다.

청년재단이 8년째 고립·은둔청년을 지원하며 쌓은 네트워크가 사흘의 카페에 압축돼 있었다.

카페가 끝이 아니다. 청년재단은 고립·은둔청년에게 6주 직무교육과 12주 일경험을 제공하는 '청년온앤업'을 돌린다. 고용노동부 일경험 사업에 선정됐고, 참여청년에게는 수당과 노트북을, 기업 멘토에게는 수당을 지급한다. 8월이면 교육을 마친 청년들이 실제 기업 현장에 선다. 방문을 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일터까지 잇는 설계다.

청년재단의 실험은 금융에서도 이어진다. 올해 3월 BNK부산은행과 내놓은 '미래설계대출'이 그것이다.

부산에 살며 부산 기업에 다니는 만 19~39세 청년 직장인에게 1인당 최대 1천만 원, 우대 조건을 채우면 1년 차 금리 연 0.1%. 총 100억 원 규모다.

청년 누구나 일정 금액을 저리로 빌릴 수 있는 '청년기본대출' 모델의 정책 실험이다. 수도권 청년이 부산으로 옮기면 이전 비용을 최대 1천만 원까지 지원하는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맞물린다. 하나는 떠나려는 청년을 붙잡고, 하나는 돌아오는 청년을 맞는다.

-남에게 권하는 것을 제 조직에서 먼저 한 청년재단-

오창석 청년재단 이사장(사진 왼쪽부터), 김성주 BNK부산은행 은행장(사진=BNK부산은행)오창석 청년재단 이사장(사진 왼쪽부터), 김성주 BNK부산은행 은행장(사진=BNK부산은행)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방식도 다르다. 청년재단은 올해 청년연구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어 135건의 제안을 받았다. 최우수작은 "누가 청년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곧 만 35세가 되며 청년정책 대상에서 밀려나는 청년이 자기 경험에서 길어 올린 연구다.

청년재단은 이 아이디어들을 실제 연구와 정책사업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청년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청년과 '함께 만드는' 정책이라는 원칙이다.

그렇다면 자기 조직 운영은 어떤가. 청년재단은 채용공고에 연봉을 미리 공개한다. 정규직 1호봉 3,257만 원. 구직 청년이 가장 답답해하는 '연봉 비공개' 관행을 스스로 깼다. 연내 주 4.5일제 도입도 추진한다. 남에게 권하는 청년친화를 자기 조직에서 먼저 실천하는 셈이다.

이 사업들을 관통하는 설계자가 오창석 청년재단 이사장이다. 낯가리는 카페를 두고 오 이사장은 "모든 청년이 같은 방식으로 회복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미래설계대출을 내놓으며 "청년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실제 삶에 도움이 되는 접근 가능한 금융"이라고 했다. 회복은 저마다의 속도로, 지원은 시혜가 아닌 접근 가능한 권리로. 두 문장이 재단의 방향을 요약한다.

취임 후 오 이사장의 발걸음은 파트너십 확장으로 향했다. BNK부산은행, 국민건강보험공단, 현대캐피탈, 캠코. 은행과 공단과 캐피탈과 공기업을 청년 지원의 자원으로 끌어들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청년재단과 현대캐피탈의 지역 이주 활성화 협약 기사를 공유하며 "오창석 대표님 잘하고 계십니다"라고 공개 칭찬한 배경이다. 참고로 청년재단 이사장직은 무보수 비상임이다. 봉급 없이 하는 일치고는 판이 크다.

-이 그림을 그렸던 사람, 오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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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이사장이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의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다. 방송인 출신이 금융 공기업 이사라니, 낙하산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 전문성을 갖췄느냐는 자격 시비도 따라붙었다.

하나씩 보자. 먼저 절차다. 이 자리는 캠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과 후보자 공모를 거쳐 금융위원장이 최종 임명했다. 캠코도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공정하게 선발됐다"고 밝혔다. 밀실 인사가 아니라 공개 공모다.

다음은 직무 연관성이다. 캠코는 부실채권만 다루는 기관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캠코는 청년재단과 '국유재산을 활용한 청년지원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었다. 청년 주거·창업에 쓸 수 있는 국유재산을 발굴해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국유재산포털에 '청년적합재산 전용관'까지 열었다. 캠코의 정책 지도 위에 청년이 이미 크게 그려져 있다는 뜻이다. 그 정책의 파트너 기관 수장이 이사회에 앉는 것은 낙하산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가깝다.

비상임이사는 경영진의 판단을 바깥의 눈으로 살피는 자리다. 판사와 회계사만 앉으면 채무자와 청년의 자리는 누가 대변하나.

‘정치 평론가’ 오창석의 언행은 언행대로 평가받으면 된다. 다만 그 불똥이 청년재단의 성과까지 태우는 것은 다른 문제다. 방송에서의 말 한마디와, 성수동 카페에서 3년 만에 세상과 마주 앉은 은둔청년의 사흘은 별개의 장부에 적혀야 한다.

누군가는 그 카페를 '보여주기'라 부를지 모른다. 그러나 방문을 열고 나온 당사자에게, 그 사흘은 인생의 문이었다. 정책의 성적표는 정책의 성적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청년의 활동 지원과 창의적인 청년들의 기반을 조성하고, 청년이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만들어진 청년재단은 자기 역할을 잘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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