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330억 소송' 공정위가 들여다 본다…정종채 변호사 "하이브, 명백한 불공정 거래" [더게이트 인터뷰]
뉴진스 멤버 다니엘 마쉬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대표변호사 (사진=더게이트 DB)뉴진스 멤버 다니엘 마쉬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대표변호사 (사진=더게이트 DB)

[더게이트]

법무법인 정박의 정종채 대표변호사 는 공정거래법 전문가다. 기업 인수합병과 경쟁법 자문을 주로 맡아온 그가 뉴진스 멤버 다니엘 마쉬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다. 하이브는 최근 뉴진스 멤버들과의 전속계약 유효 소송에서 이긴 뒤 다니엘에 대해서만 '뉴진스 퇴출' 방침을 정했다.

정 변호사는 올해 초 하이브와 어도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사유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 거래 행위. 그러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속 계약 분쟁이 왜 경쟁 당국 소관이냐는 것이었다. 예상을 깨고 공정위는 오랜 검토 끝에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조사 착수는 이 사건의 성격을 바꿔 놓는다. 민사 소송에서 계약 조항의 유효성을 다투는 것과, 경쟁 당국이 대형 기획사의 시장 행위 전체를 들여다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정 변호사가 노린 것은 바로 그 지점이었다. 뉴진스 분쟁이라는 개별 사건을 K-팝 산업 구조 전체의 문제로 끌어올리는 것.

정종채 변호사는 이번 신고의 핵심 논리를 직접 설명하겠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는 한 멤버의 계약 분쟁에서 출발해 K-팝 플랫폼 자본의 구조, 표준약관의 허점, 위약벌(계약을 위반한 사람에게 손해배상과 별도로 벌금을 물게 하는 것)의 경제적 함의, 그리고 산업 전체의 공정성 문제로 확장됐다. 다만 하이브·어도어 측은 전속계약 위반에 따른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 변호사가 이 사건에서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다니엘 개인이 억울하다는 데 있지 않다. 그는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해 "하이브라는 거대 플랫폼이 수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 아티스트를 시장에서 영구 퇴출시키는 행위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쟁 질서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지배적 플랫폼…수요 독점·시장 봉쇄로 봐야"

하이브의 다니엘에 대한 계약 해지와 1000억원 위약벌 부과의 공정거래법상 경쟁 제한 효과 (자료=법무법인 정박 제공)하이브의 다니엘에 대한 계약 해지와 1000억원 위약벌 부과의 공정거래법상 경쟁 제한 효과 (자료=법무법인 정박 제공)

전속계약 분쟁인데 왜 공정위가 판단합니까.

본 사건은 단순한 계약 해석의 문제를 넘어섰습니다. 하이브라는 거대 플랫폼 권력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했고 특정 아티스트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적으로 퇴출시켰습니다. 이는 K-팝 시장의 혁신을 저해하고 산업의 동태적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입니다. 그 때문에 공정거래법이라는 '시장 경쟁 감시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본질에 부합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수요 독점(Monopsony)'이라는 생소한 표현을 쓰셨습니다.

일반적인 독점이 파는 사람이 하나인 경우라면, 수요 독점은 사는 사람(아티스트의 재능을 구매하는 기획사)이 압도적인 힘을 가진 상태를 뜻합니다. K-팝 아이돌 전속계약 시장에서는 하이브 같은 거대 기획사가 연습생 단계부터 데뷔까지 전 과정을 통제하고, 데뷔 후 7년이라는 장기 계약을 체결합니다. 그 구조에서 아티스트가 불합리한 처우를 당해도 다른 대안을 찾기가 극도로 어려운데요. 이걸 '시장 봉쇄' 현상이라고 합니다. 일반 공급 시장에서의 사업자 배제보다 수요 독점 시장에서의 배제 행위가 경쟁에 더 치명적입니다.

하이브는 여러 레이블로 나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하나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봐야 합니까.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력은 실질적으로 경제적 동일체인 관계 회사들을 '하나의 경쟁 단위'로 보기 때문입니다. 하이브는 어도어, 소스뮤직, 빌리프랩 등 다수 레이블을 계열사로 거느리며 사실상 하나의 의사결정 구조 아래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K-팝 시장 내에서 50%에 육박합니다. 팬, 콘텐츠 제작 협력자, 음반 유통사, 광고주, 방송 매체까지 아우르죠.

영향력이 대단하군요.

그런 상황에서 하이브는 아티스트의 선발부터 활동 전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지배력을 갖습니다. 전형적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입니다.

그래도 1명의 아티스트에 대한 소송이 시장 봉쇄 효과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선뜻 이해되지 않습니다.

거대 기획사가 아티스트에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위약벌을 부과하면 그 아티스트의 이적 자체가 원천 봉쇄됩니다. 다른 기획사나 신규 진입자가 해당 아티스트를 영입하는 것도 막아요. 그게 시장 봉쇄 효과입니다.

한 사람에 대한 제재가 전체로 퍼져 나간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죠. 아티스트가 발이 묶이는 장면을 시장 전체가 목격합니다. 다른 아티스트들은 "저 사람처럼 되면 어떻게 된다"는 신호를 받죠. 결국 중소 기획사나 신규 진입자가 기존 아티스트를 영입하려는 시도도 위축됩니다. 1인의 사례가 시장 전체의 경쟁 구조를 바꾸는 겁니다. 다면적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 플랫폼 시장의 특성 때문에 그 효과는 훨씬 더 크게 발현되고요.

"1000억 위약벌이 남긴 질문"…전속계약 공정성 도마 위에

뉴진스 멤버 다니엘이 올해 초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속사 퇴출 통보 후 첫 심경을 밝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뉴진스 멤버 다니엘이 올해 초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속사 퇴출 통보 후 첫 심경을 밝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표준약관에 따른 위약벌 청구라는 게 하이브 측 입장입니다. 정당한 권리 행사 아닙니까.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표준약관이라 해서 반드시 공정한 약관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표준약관에 따르면 위약벌은 아티스트의 이탈에 따른 기획사의 손해가 얼마인지에 따르지는 않습니다. 매출액에 잔여 계약 기간을 곱해 산정하도록 규정돼어 있어요.

단지 매출액을 보는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군요.

뉴진스의 2022년부터 2024년 정산 자료를 보고 계산·추정한 결과 실제 기획사의 이익은 매출액의 4분의1에서 10분의1 수준이었습니다. 매출이 늘수록 비용 비율이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면 덜 성공한 아이돌의 경우 실제 손해는 매출액의 10분의1보다 훨씬 작습니다. 이익이 아닌 매출 기준 위약벌은 아티스트에게 '무한 책임'을 강요하는 독소 조항입니다. 게다가 위약벌과 별개로 이행 이익(계약이 이행됐을 때 발생할 이익) 상당의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거든요. 아티스트는 실제 손해의 5~6배를 물어야 하는 구조이죠.

표준약관의 문제가 그뿐입니까.

더 있습니다. 표준약관에는 위약벌 산정 기준이 되는 매출액의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인조 아이돌의 경우 그룹 전체 매출액인지, 멤버당 매출액인지, 멤버당 매출액이면 어떻게 산정하는지, 이런 기본적인 사항이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허점이 많군요.

정부가 고시한 표준약관이라면 시장에 법적 안정성을 제공해야 합니다. 업계 관계자들과 TF를 구성해 만들었다고 해도, 이 정도의 허술함이라면 시장 표준으로 존중받을 수 없습니다.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위약벌 조항이 '표준약관'이라는 허울 아래 업계 전반의 고질적 불공정 관행으로 자리 잡은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하이브의 위약벌 청구 자체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건가요.

서울고등법원은 2004년 SM엔터테인먼트 사건에서 '기획사의 계약상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상 권리 행사가 과도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명확히 판시했습니다. 헌법은 계약 자유의 원칙과 경제 민주화 조항을 함께 두고 있고, 그 조화를 위해 공정거래법이 있습니다. 경제 주체의 민사적 권리 행사가 무한정 허용되지 않는 이유죠. 특히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는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거나 경쟁을 제한하려는 의도로 민사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금지됩니다. 이번 경우는 SM 사건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다니엘 1인 문제 아니다"…차별적 취급과 K-팝 생태계 향한 위협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아티스트와 기획사 간 계약 구조와 산업 생태계 (자료=법무법인 정박 제공)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아티스트와 기획사 간 계약 구조와 산업 생태계 (자료=법무법인 정박 제공)

'차별적 취급'도 주장하셨습니다. 무슨 의미입니까.

뉴진스 멤버 전원이 동일한 취지의 전속계약 해지 통고를 하고 이후 동일한 독자 행보를 취했죠. 어도어는 유독 다니엘에게만 1000억원에 달하는 위약벌 명시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나머지도 계속 청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명확한 이유도 없었죠.

다니엘이 특별히 큰 공격을 받고 있단 얘깁니까.

NJZ 2025 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이 다니엘이 아닌 민지라는 점, 국정감사에서 증언한 멤버가 하니였다는 점만 봐도 다니엘이 더 잘못했다고 볼 근거가 없습니다. 어도어는 또한 항소심에서 "뉴진스와의 신뢰관계가 파탄되지 않았으며 복귀하면 완전체를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진술했습니다. 나머지 멤버들은 그 말을 믿고 항소를 포기했고요. 다니엘에 대한 계약 해지와 소송은 어도어 자신의 법정 진술에 정면으로 반하는 자기 모순입니다.

만약 하이브가 승소하더라도 다니엘이 실질적으로 330억원이라는 거금을 부담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받기 어려운 금액의 소송을 하이브가 왜 제기했다고 보십니까.

하이브의 소송은 변호사 비용만 수억원이 소요되지만 경제적으로 사실상 이익이 없는 것이죠. 그럼에도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은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뜻입니다. 다니엘을 시범 케이스로 삼아 K-팝 시장에서 영구 퇴출시키고, 평생 거액 채무자로 남게 함으로써 다른 뉴진스 멤버들과 소속 아티스트들로 하여금 본보기로 삼겠다는 겁니다.

그 말씀이 사실이라면 조금 섬뜩한데요.

다니엘 건을 통해 아티스트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생각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하이브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이 해석 이외에는 해당 소송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공정위 조사가 K-팝 산업에는 어떤 의미를 가집니까.

K-팝이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의 한 축이 된 지금, 플랫폼화된 거대 기획사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아티스트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고 소송을 무기로 아티스트의 생명을 끊는 관행에 경종을 울릴 겁니다. 또한 아티스트의 권리가 경쟁법적 관점에서 판단받도록 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자유롭고 창의적이어야 할 음악 산업 전반에 억압과 통제의 분위기가 확산하면 K-팝 산업 전체의 혁신이 저해되겠죠. 결국 이것은 K-팝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집니다.

"버니즈 앞에서 함께 노래하고 싶을 뿐"

뉴진스 (사진=어도어 제공)뉴진스 (사진=어도어 제공)

당사자인 다니엘은 어떤 입장인지 궁금합니다.

(잠시 뜸을 뜰이다) 곧 다가올 봄날의 희망 같은 것일지 모르겠지만, 다니엘은 그저 민지, 하니, 해린, 혜인과 함께 완전체 뉴진스로서 예전처럼 버니즈와 팬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도 다니엘은 그렇게 꿈을 꾸고 있습니다.

뉴진스 팬들도 완전체 복귀를 바라는 듯합니다.

만약 하이브가 진정 손해배상금을 원한다면 오랜 소송으로 빈털터리가 된 다니엘로부터 위약벌을 받아내는 것보다 다니엘을 뉴진스에 복귀시켜 완전체로 활동하게 하면서 정산금에서 상계하는 편이 재무적으로 더 현명합니다. 그 선택을 하지 않고 천문학적 금액의 위약벌 청구소송을 택했다는 것 자체가 경제적 손해배상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있음을 방증하고요.

마지막으로 공정위가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번 신고는 다니엘 개인의 자유를 찾기 위한 싸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하려면 아티스트를 부속품이 아닌 대등한 파트너로 대우하는, 공정한 거래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저의 개인적인 소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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