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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하순이면 한낮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단풍철을 앞두고 이름난 산에는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지지만, 가파른 정상 대신 계곡을 따라 천천히 걷고 싶다면 전북 순창군의 '선비의 길'을 눈여겨볼 만하다.
전체 코스는 약 6km로 훈몽재에서 출발해 농로갈림길과 석보교, 사창마을, 가인 김병로 생가를 지나 낙덕정에서 끝난다. 걷는 데 약 2시간 30분이 걸리며, 계곡 옆 데크길과 농촌 마을길이 번갈아 이어져 구간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훈몽재에서 농로갈림길까지 이어지는 추령천 산책로
출발지는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쌍치면 둔전2길 83에 자리한 훈몽재다. 훈몽재는 조선 중기 성리학자 하서 김인후가 명종 3년인 1548년 백방산 자락에 세운 강학당에서 시작됐다. 김인후는 순창에 머물며 후학을 가르쳤고 송강 정철을 비롯한 학자들도 이곳과 인연을 맺었다.
현재 볼 수 있는 훈몽재는 여러 차례 소실과 복원을 거친 공간이다. 처음 세워진 건물은 임진왜란 때 사라졌고 이후 다시 지어졌으나 한국전쟁을 거치며 또 소실됐다. 순창군은 김인후의 학문과 교육 공간을 되살리기 위해 현재 자리에서 복원 사업을 진행했고 2009년 훈몽재를 다시 세웠다.
걷기 전에 훈몽재 경내를 천천히 둘러볼 만하다. 마당에는 청동기 시대 고인돌이 남아 있고, 추령천 주변에는 '대학암'으로 불리는 바위도 있다. 전북문화관광 자료에 따르면 대학암에는 송강 정철의 친필 글씨가 새겨져 있다.
전북 천리길 스탬프 투어에 참여한다면 출발 전에 훈몽재 앞을 확인해야 한다. 선비의 길 스탬프 인증 장소는 훈몽재에 마련돼 있다. 가이드북이나 리플릿은 순창군청에 문의해 방문 수령하거나 택배로 받을 수 있고, 천리길 해설사를 통해 받을 수도 있다.
훈몽재를 둘러본 뒤 표지판을 따라 산책로로 들어서면 추령천을 곁에 둔 길이 시작된다. 초반에는 물가 가까이 놓인 데크와 숲길을 따라 걷게 되며, 바위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과 백방산 자락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다.
농로갈림길에 가까워지면 물가 중심의 산책로에서 농로와 마을길로 주변 모습이 바뀐다. 계곡과 숲을 지나 들판과 농촌 마을까지 차례로 만나게 돼 6km를 걷는 동안 서로 다른 순창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추령천 건너 김병로 생가까지 이어지는 길
농로갈림길을 지나면 석보교 방향으로 길이 연결된다. 추령천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서 앞서 걸었던 산자락과 하천을 조금 넓은 시야에서 볼 수 있다. 물가 바로 옆을 따라가던 초반부와 달리 이후부터는 마을과 들판이 가까워진다.
석보교를 건넌 뒤에는 사창마을을 통과한다. 산길만 이어지는 등산 코스가 아니라 주민들이 생활하는 마을 주변을 지나는 걷기 길이라는 점도 선비의 길에서 기억할 부분이다. 농촌 도로를 걷는 구간에서는 차량이 지나갈 수 있으므로 길 가장자리로 이동하는 편이 안전하다.
사창마을을 지나면 가인 김병로 생가에 닿는다. 김병로는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법조인으로, 김인후의 15대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훈몽재에서 김인후의 흔적을 살펴본 뒤 김병로 생가까지 이어서 걸으면 조선 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이어지는 한 집안의 발자취를 한 코스에서 함께 볼 수 있다.
가인 김병로 생가를 지나 길을 따라가면 선비의 길 마지막 지점인 낙덕정에 닿는다. 낙덕정은 김인후를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세운 정자로, 훈몽재에서 시작한 길의 끝에서도 김인후와 관련된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선비의 길은 훈몽재에서 낙덕정까지 이어지는 편도 6km 코스다. 자가용을 훈몽재에 세워두고 걷는다면 낙덕정에 도착한 뒤 돌아갈 방법까지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같은 길을 걸어서 되돌아가면 전체 거리는 약 12km가 된다.
추령천 가까이를 걷는 구간은 비가 내린 뒤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다. 데크와 돌에 물기가 남고 계곡 주변 바위에 물이끼가 끼는 곳도 있어 발을 디딜 때 주의해야 한다.
정읍공용버스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로 이동
자가용 없이 선비의 길을 찾는다면 정읍공용버스터미널에서 쌍치 방면 농어촌버스를 타면 된다. '중안' 정류장에서 내린 뒤 중안교를 건너 남쪽으로 약 1km를 걸으면 출발 지점인 훈몽재에 도착한다. 정류장에서 훈몽재까지는 걸어서 약 15분 정도 걸린다.
훈몽재에서 출발해 낙덕정까지 6km 코스를 모두 걸었다면 돌아가는 교통편도 확인해야 한다. 낙덕정에서 상송교 방향으로 약 150m 이동하면 '상송' 정류장이 나오며, 이곳에서 정읍 방면 농어촌버스를 탈 수 있다. 농어촌버스는 운행 간격이 긴 편이라 출발 전에 당일 시간표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 구분 | 순창 선비의 길 |
|---|---|
| 출발지 | 훈몽재 전북 순창군 쌍치면 둔전2길 83 |
| 도착지 | 낙덕정 |
| 전체 코스 | 훈몽재 → 농로갈림길 → 석보교 → 사창마을 → 가인 김병로 생가 → 낙덕정 |
| 거리 | 편도 약 6km·약 2시간 30분 왕복 시 약 12km |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 훈몽재에서 낙덕정까지 편도 코스이므로 6km만 걸을 계획이라면 종점에서 돌아올 버스 시간을 출발 전에 확인한다.
- 전북 천리길 스탬프를 모은다면 훈몽재에서 인증하고, 가이드북은 순창군 담당 부서에 미리 문의해 준비한다.
- 비가 내린 직후에는 추령천 주변 데크와 돌이 미끄러울 수 있어 바닥 접지력이 좋은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신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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