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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끝자락에 들어서면 한낮에는 여름 기운이 남아 있어도 산 위 공기는 빠르게 서늘해진다. 단풍이 산을 붉게 물들이기 전, 가을빛을 먼저 드러내는 풍경이 억새다. 햇빛을 받은 꽃차례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산비탈이 은빛으로 반짝이며 초가을 산행객의 발길을 끈다.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경계에 자리한 명성산은 해발 922.6m 높이의 산이다. 산 아래 산정호수에서 계곡과 폭포를 따라 오르면 약 15만 ㎡ 규모의 억새밭이 펼쳐진다. 10월로 접어들수록 산 중턱과 능선 사이 억새가 밝은 빛을 띠면서 포천을 찾는 가을 산행객도 많아진다.
산정호수 품고 포천과 철원 경계에 솟은 명성산
명성산은 포천 북부와 철원 남쪽 경계를 따라 길게 자리한다. 서쪽 산자락 아래에는 산정호수가 놓여 있고, 산 안쪽으로 들어가면 계곡과 폭포, 바위 능선이 차례로 나타난다. 산정호수에서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거쳐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널리 알려져 있으며, 억새밭을 지나 더 올라가면 해발 922.6m 정상에 닿는다.
산 이름에는 나라를 잃은 뒤 금강산으로 향하던 마의태자가 산을 바라보며 울었다는 이야기와 궁예가 왕건에게 쫓기며 이곳에서 슬피 울었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진다. ‘울 명(鳴)’과 ‘소리 성(聲)’을 쓰는 이름에도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금은 산정호수와 폭포, 억새 능선을 한 코스에서 만날 수 있어 포천의 가을 산행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10월 절정 맞는 억새밭과 산정호수 축제
2026년 제29회 포천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축제는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산정호수와 명성산 일대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17일 오후 6시 예정이며 산정호수에서는 억새콘서트와 수상 불꽃극, 체험 프로그램 등이 이어진다. 축제 기간에 맞춰 명성산을 찾는다면 낮에는 억새 산행을 하고, 하산한 뒤 산정호수에서 저녁 행사를 보는 일정도 가능하다.
야간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수상 불꽃극은 17일 오후 8시부터 8시 30분까지, 18일에는 오후 7시 30분부터 8시까지 예정돼 있다. 17일에는 개막식 뒤 억새콘서트가 열리고, 18일에는 수상 불꽃극에 이어 EDM 공연이 진행된다. 낮부터 밤까지 머무를 계획이라면 산행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해가 지기 전에 산 아래로 내려오는 편이 안전하다.
축제를 앞두고 억새밭 탐방로와 산정호수 주변 정비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명성산 억새밭 탐방로 예초와 산정호수 수초 제거 공사가 계약돼 10월 행사를 앞둔 현장 정비가 이어지고 있다. 축제 기간에는 산정호수 일대까지 방문객이 몰릴 가능성이 큰 만큼, 조용하게 산을 걷고 싶다면 행사 전후 날짜를 고르는 방법도 있다.
9월 말의 명성산은 10월 중순 풍경과 차이가 있다. 억새 꽃차례가 올라오기 시작하지만 산 전체가 하얗게 뒤덮이는 시기는 아직 이르다. 초록빛 잎과 갈색 줄기 사이로 은빛 꽃차례가 섞여 보이고, 10월로 들어서면서 억새 색이 점차 밝아진다. 넓은 억새밭이 은빛으로 물든 장면을 보고 싶다면 축제가 열리는 10월 중순 전후가 방문 시기를 잡기 좋다.
명성산 억새밭은 주차장 옆에서 바로 만나는 평지형 군락지가 아니다. 산정호수에서 산길로 들어서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지나 고도를 올려야 넓은 억새밭이 모습을 드러낸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던 숲길을 벗어나면 시야가 크게 열리고, 억새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팔각정 쪽으로 올라갈수록 산비탈을 채운 군락이 넓게 들어온다.
산행 초반에는 계곡과 폭포를 따라 걷고, 등룡폭포를 지나면서부터 억새밭으로 향하는 오르막이 이어진다. 팔각정 부근에 도착하면 지나온 억새 군락과 주변 산줄기를 함께 내려다볼 수 있다.
책바위부터 산안고개까지 달라지는 명성산 등산 코스
명성산은 산정호수에서 등룡폭포를 거쳐 억새밭으로 오르는 제1코스 외에도 여러 길이 있다. 제2코스는 상동주차장에서 비선폭포를 지난 뒤 책바위 능선으로 올라 팔각정을 거쳐 정상으로 향한다. 주능선 서쪽은 경사가 가파르고 바위가 많은 구간이 이어져 계곡을 따라 걷는 제1코스보다 산행 난도가 높은 편이다. 억새밭뿐 아니라 바위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산정호수 풍경까지 보고 싶다면 책바위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제3코스는 자인사에서 출발해 돌계단과 나무계단을 지나 팔각정과 정상으로 올라간다. 제4코스는 산안고개에서 계곡을 따라 주능선으로 올라 정상에 닿는다. 산안고개 코스는 산정호수와 등룡폭포, 넓은 억새밭을 차례로 지나는 제1코스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정상 등정을 우선한다면 산안고개 쪽으로 오를 수 있지만, 가을 억새밭을 보려는 목적이라면 산정호수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더 자연스럽다.
평일 통제 확인하고 해 지기 전 하산
평일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출발 전 등산로 통제 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 현재 숲길 휴식기간제로 폐쇄된 명성산 등산로는 없지만 군 사격훈련이 진행되는 날에는 일부 구간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 먼 길을 찾아간 뒤 입구에서 돌아서는 일을 피하려면 방문 당일 현장 안내를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명성산 정상은 해발 922.6m지만 산정호수에서 출발하면 계곡을 지나 능선까지 계속 고도를 높여야 한다. 9월 말부터 10월에는 산 아래보다 팔각정과 능선 부근에서 바람이 더 차갑게 느껴진다. 오르막에서 흘린 땀이 식으면 금세 서늘해질 수 있어 얇은 바람막이나 겉옷을 배낭에 넣어두는 편이 좋다.
| 위치 | 경기 포천시 영북면·강원 철원군 갈말읍 경계 |
| 억새 시기 | 10월 중순 전후 은빛 억새 풍경 |
| 대표 산행 | 상동주차장→비선폭포→등룡폭포→억새밭→팔각정 |
| 억새꽃축제 | 10월 16~18일 |
| 산행 전 확인 | 평일 군 사격훈련에 따른 등산로 통제 여부 확인 |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 억새밭만 둘러본다면 상동주차장에서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지나 팔각정까지 오르는 제1코스를 선택한다.
- 평일에 명성산을 찾는다면 군 사격훈련에 따른 등산로 통제 여부를 출발 전에 확인한다.
- 축제 기간 야간 공연까지 볼 계획이라면 해가 지기 전에 하산을 마치고 산정호수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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