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만에 열린 길을 걷습니다…" 오는 11월 30일까지만 열리는 화천 비밀의 숲길
호수와 산 능선을 내려다보며 화천 DMZ 평화의 길을 걷는 탐방객들. (AI 생성) / 온더투어
호수와 산 능선을 내려다보며 화천 DMZ 평화의 길을 걷는 탐방객들. (AI 생성) / 온더투어

9월 말로 접어들면서 강원 산간에는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낮의 더위도 한풀 꺾이면서 여름에는 걷기 부담스러웠던 접경지역 길을 찾기 좋은 시기가 돌아왔다. 산과 북한강이 맞닿은 화천에서는 평소 자유롭게 들어가기 어려운 지역까지 둘러볼 수 있는 'DMZ 평화의 길'이 가을 탐방객을 맞고 있다.

화천 DMZ 평화의 길은 일반적인 둘레길과 이용 방식이 다르다. 화천에는 사전 신청 뒤 안내를 따라 접경지역 안쪽으로 들어가는 ‘백암산 비목 코스’와 20코스부터 23코스까지 이어지는 장거리 횡단노선이 함께 조성돼 있다. 백암산 비목 코스에서는 차량과 도보, 케이블카를 이용해 백암산과 양의대습지, 평화의댐 일대를 둘러보고, 횡단노선에서는 북한강과 산길을 따라 화천 일대를 직접 걸을 수 있다.

신분 확인 거쳐 들어가는 백암산 비목 코스

안개가 내려앉은 화천 산길을 따라 DMZ 평화의 길을 걷는 탐방객들. (AI 생성) / 온더투어
안개가 내려앉은 화천 산길을 따라 DMZ 평화의 길을 걷는 탐방객들. (AI 생성) / 온더투어

백암산 비목 코스는 원하는 날 현장을 찾아 바로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다. DMZ 평화의 길 공식 누리집이나 걷기여행 플랫폼 두루누비에서 미리 신청해야 하며, 방문일 8일 전까지 예약과 취소가 가능하다. 참가 대상은 만 7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다. 접경지역 안으로 이동하는 일정이 포함돼 성인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고, 미성년자는 가족관계증명서로 신분을 확인한다.

참가비는 1인당 1만 원이며 화천군은 참가비와 같은 금액을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백암산케이블카가 운행하는 날에는 케이블카 이용료를 현장에서 따로 결제한다. 예약할 때 '최소 4명'이라는 조건도 확인해야 한다. 신청자가 일행 4명을 직접 모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혼자 신청해도 되지만 해당 회차 전체 참가 확정 인원이 4명 이상이어야 일정이 진행된다. 3명 이하로 남으면 해당 회차는 취소된다.

탐방 당일에는 화천공영시외버스터미널 2층 화천 방문자센터에서 출발한다. 대중교통으로 화천을 찾으면 버스터미널에 내린 뒤 곧바로 집결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군사 상황이나 날씨에 따라 탐방 일정이 취소되거나 코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해야 한다. 백암산케이블카 운행이 어려운 날에는 딴산과 꺼먹다리, 파로호안보전시관, 살랑교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바뀔 수 있다.

탐방이 시작되면 해발 1178m 백암산 일대로 향한다. 백암산은 6·25전쟁 당시 금성전투가 벌어진 곳이자 가곡 ‘비목’과 관련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약 2.12km 길이의 백암산케이블카를 타고 정상부에 오르면 북쪽으로 임남댐, 남쪽으로 평화의댐 일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코스에는 양의대 하천습지도 포함된다. 북한 임남댐과 남한 평화의댐 사이 북한강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습지로, 민간인통제선 안에 있어 개인이 임의로 들어가 둘러볼 수 없다. 강원도는 2026년 5월 양의대 하천습지를 지질·생태명소로 선정했고, DMZ 평화의 길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후반부에는 평화의댐으로 이동한다. 화천군에 따르면 평화의댐은 높이 125m, 길이 601m 규모다. 주변에는 세계평화의 종 공원과 물문화관, 비목공원, 국제평화아트파크가 가까이 자리해 있다. 댐 벽에는 높이 93m, 폭 60m 규모의 트릭아트 벽화 '통일로 나가는 문'도 조성돼 있어 백암산에서 내려온 뒤 평화의댐 일대까지 이어 둘러보게 된다.

짧게는 4시간, 길게는 5시간 걷는 화천 코스

산으로 둘러싸인 화천 평화의 댐과 주변 호수를 바라보는 풍경. (AI 생성) / 온더투어
산으로 둘러싸인 화천 평화의 댐과 주변 호수를 바라보는 풍경. (AI 생성) / 온더투어

DMZ 평화의 길 횡단노선은 전체 35개 코스, 약 510km로 이어지며 화천에는 20코스부터 23코스까지 4구간이 지나간다. 코스마다 거리와 지형이 달라 걷는 시간과 체력 부담도 차이가 크다.

20코스는 명월2리정류장에서 청정아리풍차펜션까지 이어지는 10.4km 구간이다. 예상 소요 시간은 약 4시간이며 난이도는 '어려움'으로 분류된다. 화천 4구간 가운데 거리는 가장 짧지만 임도와 계곡을 지나는 길이 섞여 있어 거리만 보고 가볍게 접근하기는 어렵다. 종점에서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아 귀가 교통편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21코스는 청정아리풍차펜션에서 화천대교까지 12.7km를 걷는다. 약 4시간 30분이 걸리며 난이도는 '보통'이다. 마을길과 농로가 이어져 20코스보다 가파른 산길 비중은 줄어든다.

22코스는 화천대교에서 풍산교까지 이어지는 15.3km 구간으로 약 5시간이 걸린다. 공식 난이도는 '쉬움'이다. 화천읍을 지나 북한강을 따라 걷다가 미륵바위와 꺼먹다리를 차례로 만나며 풍산교 방향으로 이동한다. 3코스 가운데 거리는 가장 길지만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긴 산길보다 강변을 오래 걷는 일정에 가깝다. 많은 비가 내린 뒤에는 숲으로다리 일대 수상 시설 운영 여부에 따라 일부 구간이 통제될 수 있다.

20.6km 이어지는 23코스와 평화의댐

화천 횡단노선 가운데 가장 긴 곳은 23코스다. 풍산교에서 출발해 국제평화아트파크까지 20.6km를 걷는 길로, 예상 소요 시간은 약 7시간 30분이다. 난이도는 '보통'이며 칠성신병교육대와 안동철교를 지나 평화의댐 방향으로 길이 이어진다.

23코스는 다른 세 구간보다 접경지역 안쪽을 더 깊이 지나간다. 화천군에 따르면 2025년 3월 민간인통제선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해당 구간을 걸어서 지나갈 수 있게 됐다. 군 시설이 있는 지역을 통과하는 만큼 현장에서 신분 확인을 요청받을 수 있어 신분증을 챙겨야 하며 야간 통행도 허용되지 않는다.

20km가 넘는 길을 걸어야 하는 만큼 출발 시간도 중요하다. 9월 말부터 가을이 깊어질수록 해가 짧아지고 화천 산간은 해가 산 너머로 넘어간 뒤 주변이 빠르게 어두워진다. 7시간 이상 걷는 일정을 잡았다면 아침부터 출발해 해가 지기 전에 평화의댐 쪽으로 내려오는 편이 안전하다.

귀가 방법도 미리 정해둬야 한다. 23코스 종점인 평화의댐에는 정기 대중교통이 운행하지 않아 완주한 뒤 곧바로 버스를 타고 화천읍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일행 차량을 종점에 두거나 이동 차량을 따로 준비하는 등 돌아올 방법까지 정한 뒤 출발해야 한다.

23코스를 모두 걸으면 국제평화아트파크와 평화의댐 일대에서 걷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국제평화아트파크에는 수명을 다한 탱크와 자주포 등 군 장비를 평화를 주제로 꾸민 야외 작품이 설치돼 있다.

백암산 비목 코스 사전 예약·참가비 1만 원·신분증 지참
20코스 10.4km·약 4시간·난이도 어려움
21코스 12.7km·약 4시간 30분·난이도 보통
22코스 15.3km·약 5시간·난이도 쉬움
23코스 20.6km·약 7시간 30분·난이도 보통
23코스 귀가 평화의댐 정기 대중교통 없음·이동 수단 사전 준비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 신분증을 챙겨 접경지역 출입 과정에서 신분 확인에 대비한다.  

- 백암산 비목 코스는 해당 회차 참가 확정 인원이 4명 이상이어야 운영된다.  

- 23코스를 걸을 때는 평화의댐에서 돌아올 차량이나 이동 수단을 출발 전에 정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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