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처음 열린 곳입니다" 메타세쿼이아길 따라 1416주가 물드는 익산 가을 정원
아가페정원 전체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메타세쿼이아 숲과 정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 투어전북
아가페정원 전체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메타세쿼이아 숲과 정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 투어전북

가을 단풍은 산과 들을 한꺼번에 물들이지 않는다. 10월 중순에 접어들면 나뭇잎 끝이 먼저 노랗게 색을 바꾸고, 하순으로 넘어갈수록 숲길 전체가 서서히 다른 옷을 입는다. 어느 날 문득 올려다본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주황빛으로 번지며 가을이 깊어지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초록빛이 대부분이던 길이 며칠 사이 노란 기운을 머금고, 바닥에는 떨어진 잎이 얇게 깔리며 계절이 넘어가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황등면 율촌길에 자리한 아가페정원은 이러한 가을의 색깔이 바뀌는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는 장소다. 5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굳게 닫혀 있던 이곳이 일반에 개방되면서 조용한 숲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6년 기준 이곳의 단풍 절정은 10월 하순부터 11월 중순 사이로 예상된다. 연도별 기상 조건에 따라 단풍이 드는 시기가 며칠 앞서거나 늦어질 수 있으므로, 단풍이 번지는 초입부터 절정까지의 진행 과정을 잘 살피고 일정을 잡는 편이 낫다. 반세기 동안 숨겨져 있던 울창한 숲길이 세상에 나오면서, 이제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익산의 대표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50년 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정원

아가페정원 안에 조성된 산책로. 돌길 양옆으로 잘 다듬어진 나무와 화단이 이어진다. / 투어전북
아가페정원 안에 조성된 산책로. 돌길 양옆으로 잘 다듬어진 나무와 화단이 이어진다. / 투어전북

아가페정원의 역사는 1970년부터 시작됐다. 고 서정수 신부가 노인복지시설인 아가페정양원을 설립하면서 시설 주변에 나무와 꽃을 심었다.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푸른 나무로 둘러싸고,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접하며 지낼 수 있도록 정원을 가꾼 것이다.

처음부터 관광객을 위한 공간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조성한 정원이었기에 일반인의 출입이 오랫동안 제한됐다. 나무는 해마다 자랐고, 작은 묘목이었던 수목들이 수십 년의 세월을 거치며 울창한 숲을 이뤘다.

정원은 2021년 3월 전라북도 제4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됐다. 이후 일반인에게도 개방되면서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숲을 누구나 걸을 수 있게 됐다.

아가페정원은 자연 그대로의 산림과는 모습이 조금 다르다. 길 양옆으로 나무가 가지런히 심겨 있고, 둥글게 다듬은 관상수와 꽃밭이 산책로 주변에 자리한다. 높은 나무 아래로 낮은 나무들이 이어져 있어 걸으면서 정원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현재도 노인복지시설과 함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방문객에게 개방된 구역에서만 관람할 수 있다. 정원 안에서 산책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시설에는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키 큰 나무가 길게 늘어선 메타세쿼이아 산책길

하늘에서 내려다본 아가페정원의 산책로. / 투어전북
하늘에서 내려다본 아가페정원의 산책로. / 투어전북

아가페정원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메타세쿼이아 산책길이다. 길 양옆으로 높이 자란 나무들이 나란히 서 있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나무 사이로 길게 뻗은 산책로가 눈에 들어온다.

메타세쿼이아는 곧게 자라는 줄기와 가늘고 부드러운 잎이 특징이다. 소나무처럼 바늘 모양의 잎을 가진 침엽수지만, 가을이 되면 잎의 색이 변하고 겨울에는 모두 떨어진다.

봄에는 연한 초록색 잎이 나오고 여름에는 가지마다 잎이 무성해진다. 가을에는 나뭇잎이 노란빛을 거쳐 황갈색과 붉은 갈색으로 바뀐다. 나무가 워낙 높게 자라는 만큼 잎이 물들기 시작하면 산책로 전체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메타세쿼이아길에서는 고개를 들어 나무 위쪽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줄기들이 곧게 솟아 있고, 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햇빛이 들어오는 날에는 나무 아래에 길고 가느다란 그림자가 생긴다.

사진을 찍을 때는 산책로 입구에서 길 안쪽을 바라보면 나무들이 양옆으로 늘어선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사람을 함께 촬영하려면 산책로 중간에 서고 카메라를 조금 멀리 두는 편이 좋다.

메타세쿼이아부터 공작단풍까지 17종 1416주 수목

아가페정원에는 17종 1416주의 나무가 심겨 있다. 메타세쿼이아 산책길을 지나면 다른 종류의 나무들이 모여 있는 정원도 볼 수 있다.

그중 공작단풍은 가을에 붉게 물드는 나무다. 잎이 가늘고 깊게 갈라진 모양으로, 일반 단풍나무와는 생김새가 다르다. 초록색이던 잎은 기온이 내려가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공작단풍 주변에는 사계절 푸른 잎을 유지하는 나무들도 있다. 향나무와 소나무, 오엽송 등은 늦가을에도 짙은 녹색을 띤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 옆으로 푸른 침엽수가 서 있어 나무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색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

계절마다 피는 꽃도 달라진다. 봄에는 수선화와 튤립, 목련 등이 피어나고,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 무렵에는 고려연산홍이 분홍색 꽃을 피운다. 꽃이 많이 피는 시기에는 정원 곳곳이 초록색 나무와 분홍색 꽃으로 채워진다.

9월에는 상사화도 볼 수 있다. 상사화는 꽃이 필 때 잎이 없는 식물로, 여름이 지나면 꽃대가 올라온다. 아가페정원에서는 붉은 상사화가 피는 시기에 맞춰 늦여름과 초가을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10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메타세쿼이아 단풍

아가페정원의 메타세쿼이아는 일반적인 단풍나무보다 늦게 물드는 편이다. 10월 중순에는 초록색 잎이 많이 남아 있고, 하순으로 갈수록 노란빛과 갈색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10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방문하면 초록색이 남은 메타세쿼이아와 잎이 물들기 시작한 나무들을 함께 볼 수 있다. 같은 산책로에서도 햇빛을 많이 받는 곳과 그늘진 곳의 잎 색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10월 말부터 11월 중순 무렵에는 나뭇잎의 갈색이 한층 짙어진다. 길 양옆에 서 있는 메타세쿼이아가 황갈색으로 물들면 초록색이던 여름의 산책길과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 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기에는 산책로 바닥에도 낙엽이 쌓인다. 낙엽이 많아지면 흙길이 갈색으로 덮이고, 걸을 때마다 발밑에서 마른 잎이 밟히는 소리가 난다.

다만 2026년 아가페정원의 단풍 절정 날짜가 정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 기온이 평년보다 높거나 낮은 해에는 나뭇잎이 물드는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비가 많이 내리거나 강한 바람이 불면 잎이 예상보다 일찍 떨어지기도 한다.

메타세쿼이아가 완전히 물든 모습을 보고 싶다면 10월 하순 이후 방문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단풍 상태는 날씨에 따라 달라지므로 출발하기 전에 정원에 문의해 보는 것이 좋다.

무료로 개방하는 아가페정원 방문 전 알아둘 사항

아가페정원에 조성된 원형 정원. / 투어전북
아가페정원에 조성된 원형 정원. / 투어전북

아가페정원은 전북 익산시 황등면 율촌길 9에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자동차로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차 공간도 마련돼 있다.

운영 시간은 3월부터 10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오후 4시에 입장이 마감되므로 늦어도 오후 4시 전에는 도착해야 정원에 들어갈 수 있다.

11월부터 2월까지는 운영 시간이 한 시간 짧아진다.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에 문을 닫는다. 입장 마감도 오후 3시로 앞당겨진다.

가을 단풍을 보러 방문할 때는 10월과 11월의 운영 시간이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11월 주말에는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도착하는 것이 정원을 둘러보기에 편하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무일이다. 평일에는 별도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지만, 주말과 공휴일에는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주말 방문은 2주 전 예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예약 신청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전화로 할 수 있으며, 예약할 때는 방문 날짜와 인원, 입장 가능 여부를 함께 확인하면 된다.

구분 내용
위치 전북 익산시 황등면 율촌길 9
주요 볼거리 메타세쿼이아길 · 공작단풍
17종 1416주 수목
가을 단풍 시기 10월 하순부터 11월 중순 무렵
운영시간 3~10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1~2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입장 마감 3~10월: 오후 4시
11~2월: 오후 3시
휴무일 매주 월요일
입장료 무료
방문 예약 평일: 예약 없이 입장
주말·공휴일: 사전 전화 예약
2주 전 화~금요일 예약 신청
주차 주차 공간 마련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 주말과 공휴일에는 사전 예약이 필수이므로 방문 2주 전에 예약 여부를 확인한다.

- 11월부터는 오후 3시에 입장이 마감되므로 여유 있게 도착하는 것이 좋다.

- 메타세쿼이아가 길게 늘어선 산책로 안쪽에서 촬영하면 나무와 숲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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