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000m 산등성이가 온통 은빛입니다" 수십만 평 억새밭 펼쳐진 가을 명소
황매산군립공원. / 사진=합천군 제공
황매산군립공원. / 사진=합천군 제공

가을이 깊어지는 10월 중순이면 전국의 산들이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무가 울창한 산과 달리 넓은 초원이 펼쳐진 고지대에서는 전혀 다른 가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산등성이를 따라 자란 억새가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고, 바람이 불 때마다 물결처럼 출렁이는 모습이다.

특히 해발 1000m 안팎의 높은 산에서 바라보는 억새평원은 평지의 억새밭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사방으로 시야가 열려 있어 멀리 이어지는 산줄기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고개를 돌리는 방향마다 풍경이 달라진다.

이런 고원의 풍경은 높은 산을 오르는 등산객만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비교적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지금부터 10월 가을 여행지로 좋은 경남 합천의 황매산 억새평원과 산책코스, 축제 일정을 알아본다.

해발 1000m 산등성이를 뒤덮은 황매산 억새평원

황매산군립공원. / 사진=합천군 제공
황매산군립공원. / 사진=합천군 제공

경남 합천군 가회면과 대병면에 걸쳐 있는 황매산은 해발 1113m의 산으로, 가야산과 함께 합천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봄에는 철쭉이 피고 가을에는 억새가 산등성이를 뒤덮는다.

황매산의 가장 큰 매력은 정상 아래 펼쳐진 넓은 황매평원이다. 해발 800~1000m에 걸쳐 수십만 평 규모의 억새 군락지가 이어지며, 가을이면 완만한 구릉과 능선이 은빛으로 물든다.

황매평원은 과거 목장으로 이용됐을 만큼 넓고 경사가 완만한 지형을 갖고 있다. 일반적인 산에서는 높은 나무와 숲이 시야를 가리지만, 이곳에서는 탁 트인 초원 너머로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펼쳐진다.

특히 억새가 햇빛을 받는 방향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햇살이 정면에서 비추면 억새 이삭이 하얗게 반짝이고, 해가 낮아지는 늦은 오후에는 억새밭 전체가 따뜻한 황금빛을 띤다.

황매산은 차량으로 해발 800m대의 고지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산 아래에서 정상까지 장시간 등산하지 않아도 억새평원 가까이 접근할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도 많이 찾는다.

산 정상에서는 합천호를 비롯해 지리산과 덕유산, 가야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조망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겹겹이 이어진 능선과 넓은 하늘이 어우러져 황매산의 높은 고도를 실감하게 한다.

억새 사이로 걷는 산책길과 전망데크

황매산군립공원. / 사진=합천군 제공
황매산군립공원. / 사진=합천군 제공

황매산 억새평원은 멀리서 풍경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군락지 사이를 직접 걸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억새밭 사이로 흙길과 데크길이 이어져 있으며, 탐방로 양옆에는 사람 키만큼 높이 자란 억새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바람이 불면 억새 이삭이 서로 스치며 소리를 내고, 길이 굽어지는 곳마다 다른 능선이 모습을 드러낸다.

올해 억새축제에서는 두 가지 산책코스를 안내하고 있다. 짧은 A코스는 총 1.35km로 약 45분, 긴 B코스는 2.6km로 약 90분이 걸린다.

가볍게 억새를 감상하려면 짧은 코스가 좋고, 산등성이를 따라 조금 더 넓은 풍경을 보고 싶다면 긴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다만 구간에 따라 오르막과 계단이 있어 운동화를 신고 걷는 것이 편하다.

황매산군립공원. / 사진=합천군 제공
황매산군립공원. / 사진=합천군 제공

대표적인 전망 장소는 산불감시초소 전망데크다. 억새밭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 황매평원과 주변 능선을 넓게 내려다볼 수 있다. 가까이에서는 억새 이삭이 바람에 흔들리고, 멀리서는 군락지 전체가 하나의 은빛 물결처럼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별빛언덕도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 좋은 장소다. 완만하게 이어진 언덕과 넓은 하늘이 어우러져 산의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억새 가까이에서 꽃이삭을 담는 것도 좋지만, 능선이 길게 이어지는 방향으로 구도를 잡으면 황매산의 넓은 규모를 더욱 잘 표현할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해가 조금씩 낮아지는 오후에 산책해도 좋다. 억새 사이로 햇빛이 스며드는 모습이 아름답고, 오후 늦게는 주변 산줄기의 윤곽도 한층 뚜렷해진다.

25일까지 이어지는 가을 억새축제

황매산군립공원. / 사진=합천군 제공
황매산군립공원. / 사진=합천군 제공

올해 황매산에서는 10월 17일부터 25일까지 9일간 '제5회 황매산 억새축제'가 열린다. 억새평원의 자연경관을 중심으로 공연과 체험행사, 지역 먹거리 장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을 행사다.

지난 17일 잔디광장에서 열린 개막식에서는 가수 박현빈의 축하공연이 진행됐다. 이어 축제 마지막 주말인 24일과 25일에도 문화예술공연이 마련돼 있다.

평일에는 황매산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황매산 인생네컷'을 비롯해 힐링 음악감상, 10초를 잡아라, 주사위 게임 등의 체험행사가 열린다.

오래 걷기 어려운 방문객을 위한 나눔카트 투어도 운영한다. 만 70세 이상 어르신과 장애인, 임산부 등 보행약자는 동반 보호자 1명과 함께 전기카트를 이용할 수 있다.

나눔카트는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평일에 무료로 운행하며,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신청받는다. 부모님과 함께 황매산을 찾는 가족이라면 이용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산의 자연환경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숲해설가와 함께하는 도슨트 투어도 있다. 억새군락지를 걸으며 황매산의 식생과 주변 환경에 관한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으로, 주말에 사전 신청제로 운영한다.

황매산군립공원. / 사진=합천군 제공
황매산군립공원. / 사진=합천군 제공

산책을 마친 뒤에는 행사장 주변에 마련된 먹거리 장터에 들를 수 있다. 지역 농특산물 판매장도 함께 운영돼 합천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특산품을 구경할 수 있다.

황매산군립공원의 입장료는 무료이며, 공원 내 유료 주차장을 이용할 경우 별도의 주차 요금이 발생한다. 축제 마지막 주말인 24일과 25일에는 덕만주차장과 은행나무주차장을 연결하는 유료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다만 여행을 계획할 때는 평지와 고지대의 기온 차를 고려해야 한다. 황매평원은 높은 산등성이에 있어 가을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 많다. 특히 해가 기울면 기온이 빠르게 내려갈 수 있으므로 바람막이나 두꺼운 외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한 비가 내린 뒤에는 흙길 일부가 미끄러울 수 있고, 강풍이 부는 날에는 높은 전망 구간의 통행이 제한될 수도 있다. 황매산군립공원 홈페이지에서는 억새 개화 현황과 탐방 관련 공지를 확인할 수 있어 방문 전에 살펴보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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