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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도 나무들이 붉고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선선한 날씨에 단풍을 구경하러 떠나기 좋은 시기지만, 가파른 산길을 오르거나 긴 시간 등산하는 일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가을 풍경을 조금 더 편하게 즐기고 싶다면 조선왕릉으로 눈을 돌려볼 만하다. 오랜 세월 보존된 숲과 왕릉이 어우러져 있으며, 비교적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멀리 산을 오르지 않아도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어 부모님과 함께하거나 주말에 가볍게 다녀오기에도 좋다.
울긋불긋한 단풍길을 걸으며 조선시대 왕릉까지 둘러볼 수 있는 서울·경기 조선왕릉 산책 명소 3곳을 소개한다.
1. 아홉 기 왕릉 사이로 길이 갈라지는 '경기 구리 동구릉'
경기 구리시 동구릉로 197에 자리한 동구릉은 한 지역에 아홉 기의 왕릉이 모여 있는 조선 최대 왕릉군이다. 태조의 건원릉을 시작으로 문종과 현덕왕후의 현릉, 선조와 의인왕후·인목왕후의 목릉, 장렬왕후의 휘릉, 현종과 명성왕후의 숭릉, 단의왕후의 혜릉, 영조와 정순왕후의 원릉, 문조와 신정황후의 수릉, 헌종과 효현황후·효정황후의 경릉이 자리한다. 모두 합치면 아홉 기의 능에 17위가 모셔져 있다.
동구릉에서 걷는 재미는 한 방향으로 곧장 들어갔다 나오는 데 있지 않다. 입구에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각 능으로 향하는 길이 나뉘어 원하는 거리만큼 코스를 잡을 수 있다. 짧게 걷고 싶다면 입구와 가까운 능을 중심으로 둘러볼 수 있고, 시간을 넉넉하게 잡았다면 안쪽 건원릉과 목릉까지 천천히 돌아볼 수 있다.
조선 초기에 조성된 능부터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능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동구릉을 걷는 재미를 더한다. 왕 한 사람의 봉분을 둔 단릉부터 왕과 왕비가 나란히 자리한 쌍릉, 서로 다른 언덕에 능침을 둔 동원이강릉, 세 봉분이 나란히 놓인 삼연릉까지 배치 방식도 서로 다르다. 특히 경릉은 헌종과 두 왕후의 능침 세 기가 나란히 놓인 삼연릉이다.
가장 안쪽에 자리한 건원릉도 그냥 지나치기 아깝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능으로, 조선왕릉 가운데 봉분이 억새로 덮인 곳은 건원릉이 유일하다. 태조의 유언에 따라 고향인 함흥에서 억새를 가져와 봉분에 심었다고 전한다. 잔디 봉분에 익숙한 다른 왕릉과 생김새가 달라 동구릉을 처음 찾았을 때도 비교해보기 쉽다.
입구 쪽 동구릉 역사문화관부터 들른 뒤 숲길로 들어가면 능을 이해하기도 한결 수월하다. 역사문화관에서는 조선왕릉과 동구릉의 구성, 왕릉 조성 방식과 관련된 자료를 볼 수 있다. 현재는 건원릉 고석의 보존 처리 과정과 고석 실물을 소개하는 전시도 운영되고 있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아졌다. 수도권 지하철 8호선 동구릉역 3번 출구에서 입구까지 걸어서 약 10분 거리다. 10월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입장은 오후 5시에 끝난다. 11월부터는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로 시간이 짧아지며 오후 4시 30분에 입장이 마감된다. 매주 월요일은 쉬지만 월요일이 공휴일이나 대체공휴일과 겹치면 문을 열고 다음 첫 번째 비공휴일에 쉰다.
2. 500년 넘게 지켜온 숲과 함께 걷는 경기 남양주 광릉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광릉수목원로 354에 있는 광릉은 조선 7대 왕 세조와 정희왕후 윤씨의 능이다. 동구릉처럼 여러 왕릉을 한꺼번에 둘러보는 곳이 아니라 한 능역을 천천히 걸으며 주변 숲까지 바라보기 좋은 장소다.
광릉은 왕과 왕비의 능침을 서로 다른 언덕에 두고 가운데 하나의 정자각을 배치한 동원이강릉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같은 능역에 두 능침이 있으면서도 봉분이 서로 떨어져 있어 정자각 앞에 섰을 때 양쪽 산자락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함께 볼 수 있다.
광릉 주변이 가을 나들이 장소로 오래 알려진 데는 왕릉을 둘러싼 숲도 한몫한다. 광릉숲은 조선시대부터 500년 넘게 보존돼 온 산림으로,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지정된 광릉숲과 주변 지역 면적은 2만4465㏊에 달한다. 조선왕릉인 광릉은 2009년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고, 주변 광릉숲은 이듬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왕릉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나무가 길 양쪽을 감싸는 구간이 이어진다. 화려한 시설이나 넓은 광장을 찾아다니는 곳이라기보다 흙을 밟으며 천천히 숲 안쪽으로 들어가는 산책에 가깝다.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과 낙엽이 쌓인 길을 함께 볼 수 있어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10월 하순부터 늦가을까지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광릉과 맞닿은 광릉숲 권역은 수도권에서도 오랫동안 산림이 보존된 지역이라 도로를 벗어나 왕릉 안으로 들어간 뒤의 풍경 차이가 크다. 왕릉을 둘러보는 거리가 아주 길지 않아 하루 종일 걷는 산행보다는 오전이나 오후에 몇 시간 머무는 일정과 잘 맞는다.
2026년 10월 광릉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오후 5시에 입장이 끝난다. 11월부터 1월까지는 오후 5시 30분에 문을 닫고 오후 4시 30분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월요일은 정기 휴일이다.
대중교통으로 간다면 지하철 4호선 진접역 2번 출구에서 버스를 이용한 뒤 경복대학 부근에서 21번 버스로 갈아타는 방법이 안내돼 있다. 서울 동북부에서 승용차로 이동하면 구리와 퇴계원을 거쳐 광릉내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다. 단풍철에는 광릉수목원로 주변 차량이 늘 수 있어 오전부터 이동 일정을 잡는 편이 한결 여유롭다.
3. 가을에 다시 열리는 연결 숲길 서울 태릉과 강릉
서울 노원구 화랑로 681에 있는 태릉과 강릉은 서울 안에서 왕릉과 숲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곳이다. 태릉에는 조선 11대 왕 중종의 왕비 문정왕후가 잠들어 있으며, 강릉에는 문정왕후의 아들인 13대 왕 명종과 인순왕후가 함께 모셔져 있다. 태릉은 한 기의 봉분을 둔 단릉이고 강릉은 왕과 왕비의 능침을 나란히 조성한 쌍릉이다.
평소 태릉과 강릉을 따로 생각하기 쉽지만 가을에는 두 능역 사이 숲길까지 걸어볼 수 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2026년 태릉과 강릉 연결 숲길을 10월과 11월에 개방하고 있다. 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숲길 입구를 이용할 수 있으며, 11월에는 입구 마감이 오후 3시 30분으로 앞당겨진다. 태릉 정문 매표소에서 숲길 입구까지도 약 20분이 걸려 오후 늦게 도착한다면 일반 관람 종료시간만 보고 움직이면 숲길에 들어가지 못할 수 있다.
태릉에서 강릉 방향으로 걷는 길은 서울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할 만큼 나무가 이어진다. 소나무와 활엽수가 함께 있는 구간을 지나며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능역 사이의 거리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태릉에서는 능침 가까이 올라가 볼 수 있는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3월부터 12월까지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해설사와 함께 태릉 능침을 관람할 수 있다. 일반 관람로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일정이라 참가하려면 현장 운영 여부와 집결 시간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다. 태릉과 강릉 전시관에서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정기 해설도 진행한다.
지하철만 타고 입구 바로 앞까지 바로 도착하지 않지만 대중교통 선택지는 여러 개다. 6호선 화랑대역과 6·7호선 태릉입구역, 1·6호선 석계역에서 버스로 갈아탈 수 있다. 승용차로 찾는 경우 태릉과 강릉에 각각 주차장이 있으며 주차요금은 무료다.
10월 태릉과 강릉의 일반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 마감은 오후 5시다. 다만 연결 숲길 입구는 오후 4시에 먼저 닫힌다. 두 왕릉과 연결 숲길을 한 번에 걸으려면 늦은 오후보다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11월에는 일반 관람도 오후 5시 30분에 끝나고 오후 4시 30분부터 입장이 막힌다.
동구릉과 광릉, 태릉과 강릉의 개인 관람료는 내국인 만 25세부터 만 64세까지 1000원이다. 세 곳 모두 산행 코스처럼 가파른 길을 오래 오르는 장소는 아니지만 흙길과 낙엽이 있는 구간을 걷게 된다. 밑창이 미끄러운 구두보다 굽이 낮은 운동화를 신고, 10월 하순에는 해가 넘어간 뒤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는 점을 생각해 얇은 겉옷을 한 장 챙기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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