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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행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 중 하나가 산의 높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은 준비부터 부담스럽지만, 200~300m 정도의 낮은 산이라면 비교적 가볍게 오를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높이만 보고 등산 난이도를 판단하기 어려운 산도 있다.
특히 바다와 맞닿은 섬에는 고도가 낮아도 바위가 가파르게 솟아 있는 산이 적지 않다. 숲길을 걷다가 갑자기 커다란 바위 절벽을 만나고, 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구간도 있다. 정상까지 오르는 거리는 짧아 보여도 평지 산책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전남 신안군 비금도가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해발 255m 선왕산과 226m 그림산이 자리하고 있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거대한 바위와 계단, 바위 사이로 난 통로가 이어져 산행 자체가 특별한 볼거리가 된다.
상암마을에서 출발하는 그림산·선왕산 트레킹 코스
비금도 그림산·선왕산 트레킹은 비금면 죽림리 상암마을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그림산에 오른 뒤 투구봉을 둘러보고 죽치우실을 지나 선왕산 정상에 도착한 다음 하누넘해수욕장으로 내려오는 종주 코스가 대표적이다.
전체 산행 동선은 상암마을 주차장 → 그림산(226m) → 투구봉 왕복 → 죽치우실 → 선왕산(255m) → 하누넘해수욕장 순서다. 하트해변 전망대까지 방문하려면 하산 후 해안도로를 따라 추가로 이동하면 된다.
대표적인 산행 거리는 약 5.5~7km이며, 코스 선택과 휴식 시간에 따라 3시간 30분에서 5시간 정도가 걸린다. 하트해변 전망대까지 걸어가면 이동 거리가 약 1km 이상 추가될 수 있다.
출발지인 상암마을은 비금도 중서부에 자리한 조용한 마을이다. 주차장 주변에서 등산로를 찾을 수 있으며, 처음에는 나무가 우거진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이후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위가 많아지고 경사가 급해진다. 숲 사이로 비금도의 농경지와 염전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림산의 암릉 구간에 가까워진 것이다.
상암마을에서 그림산 정상까지는 대략 1시간 안팎을 예상할 수 있다. 다만 계단에서 사진을 찍거나 전망을 감상한다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바위 절벽에 설치된 계단과 해산굴
그림산 산행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위 절벽을 따라 설치된 계단이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화강암에 계단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좁은 산등성이를 따라 길이 이어지고, 나무가 적은 구간에서는 아래쪽 평야와 바다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림산 주변에는 바위 사이를 통과하는 해산굴도 있다. 좁은 틈을 지나야 하는 구간으로, 몸을 숙이거나 자세를 낮춰 이동해야 한다. 좁은 공간이 부담스럽다면 현장에 마련된 우회로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림산 정상은 해발 226m다. 높이는 낮지만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높은 산이 적어 넓은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발아래로는 비금도의 농경지와 사각형 염전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바다와 작은 섬들이 이어진다. 가까운 곳에는 거대한 화강암 봉우리가 솟아 있어 바다와 바위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정상에서는 지나온 계단과 다음 목적지인 투구봉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바위 위에 설치된 계단과 보행 시설이 주변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독특한 장면을 만든다.
다만 일부 구간은 경사가 급하고 발 디딜 공간이 좁아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바람이 강할 때는 난간을 잡고 천천히 이동하는 편이 좋다.
투구봉과 죽치우실 지나 선왕산 정상까지
그림산 정상을 지나면 투구봉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투구봉은 커다란 바위가 장수가 쓰던 투구를 닮았다고 알려진 곳이다.
투구봉 주변에는 바위 봉우리 사이를 연결하는 보행 시설과 계단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그림산에서 지나온 암릉과 그 아래 펼쳐진 들판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커다란 바위와 가파른 계단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간은 비금도 산행을 대표하는 사진 촬영 장소 가운데 하나다. 주변이 넓게 열려 있어 맑은 날에는 다도해의 작은 섬들까지 볼 수 있다.
투구봉을 둘러봤다면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선왕산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 구간에서는 숲길과 바위 능선이 번갈아 나타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중간에 만나는 죽치우실은 잠시 쉬어가기 좋은 지점이다. 우실은 섬마을에서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돌을 쌓아 만든 방풍 시설을 뜻한다.
죽치우실을 지나면 선왕산으로 향하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그림산의 가파른 계단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능선길이 이어지며, 곳곳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선왕산 정상은 해발 255m로 비금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정상에 오르면 그림산에서 이어진 산줄기와 주변 바다가 함께 보인다.
이곳에서는 비금도 남서쪽으로 뻗은 능선과 해안선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바다 위로 떠 있는 섬들이 겹겹이 보이고, 가까이에는 거대한 바위가 자리하고 있어 풍경이 한층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선왕산에서 하누넘해변으로 내려오는 마지막 구간
선왕산 정상에서 하누넘해수욕장 방향으로 내려가면 산행의 마지막 구간에 들어선다.
처음에는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점차 숲길로 접어든다. 하산하는 동안에도 바위가 나타나는 곳이 있어 발밑을 살피며 이동해야 한다.
하누넘해수욕장 방향의 갈림길에서는 이정표를 확인한 뒤 해변으로 내려가면 된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일부 구간의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체력이 떨어지기 쉬운 하산 후반부에 특히 주의하는 것이 좋다.
산행을 마치면 하누넘해수욕장에 도착한다. 비금도 서남쪽 해안에 자리한 이 해변은 산과 바위에 둘러싸인 작은 만으로, 하트해변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하다.
하트 모양의 해안선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해변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전망대 방향으로 추가 이동해야 한다.
하트해변 전망대에서는 산자락 사이에 자리한 모래사장과 굽은 해안선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해변 주변의 산과 바다, 바위가 어우러져 하트 모양을 만드는 모습이 특징이다.
이곳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해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주변 산자락이 바다를 감싸고 있어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다만 종주 코스는 출발점인 상암마을과 도착점인 하누넘해수욕장이 다르다. 상암마을에 자동차를 주차했다면 하산 후 다시 돌아갈 교통편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남강항에서 배로 약 40분, 당일치기 여행 방법
비금도는 전남 신안군에 속한 섬으로 육지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자동차를 이용한다면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도 남강항으로 이동하면 된다. 남강항에서 비금도 가산항까지는 여객선으로 약 40~45분이 걸린다.
차량을 실을 수 있는 차도선이 운항하고 있어 자동차를 가져갈 수도 있다. 섬 안에서 상암마을 등산로 입구와 하누넘해변을 이동해야 한다면 차량을 이용하는 편이 편리하다.
목포에서도 비금도 방면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출발 항구와 선박에 따라 운항 경로와 소요 시간이 달라지므로 예약할 때 가산항까지 가는 배편인지 확인해야 한다.
비금도 가산항에 도착했다면 상암마을 주차장으로 이동해 산행을 시작하면 된다.
당일치기로 트레킹을 계획한다면 오전에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오전 9시쯤 상암마을에서 출발하면 그림산과 투구봉, 선왕산을 거쳐 오후 1~2시쯤 하누넘해변에 도착하는 일정을 생각할 수 있다.
산행을 마친 뒤 시간이 남는다면 비금도 북쪽의 원평해수욕장도 둘러볼 만하다. 명사십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곳으로, 길게 이어진 모래사장과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림산과 선왕산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산행할 수 있지만 섬에 들어가는 배편과 차량 선적비, 현지 교통비는 따로 준비해야 한다.
비금도 산행은 높은 산을 오르지 않고도 바위 능선과 다도해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정상 높이가 낮더라도 가파른 계단과 바위 구간이 이어지므로 등산화와 충분한 식수, 바람을 막아줄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① 그림산 정상 부근에는 좁은 해산굴과 우회로가 있으므로 바위 사이를 지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우회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② 상암마을에서 출발해 하누넘해수욕장으로 내려오는 종주 코스는 출발점과 도착점이 달라 차량 회수 방법이나 택시 이용을 미리 계획해야 한다.
③ 여객선 운항 시간은 날씨와 운항 일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출발 당일 남강항과 가산항의 왕복 배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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