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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이 되면서 덕유산 자락이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계곡을 따라 자란 나무들이 가을빛으로 변하고, 커다란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에는 떨어진 낙엽이 떠다닌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숲은 울창해지고, 탐방로 주변에는 가을 특유의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진다.
덕유산은 해발 1614m의 향적봉으로 유명하지만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도 아름다운 계곡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가파른 산행이 부담스럽거나 부모님과 함께 여행한다면 비교적 완만한 숲길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북 무주에는 조선시대 암행어사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특별한 옛길이 있다. 수백 년 전 주민들이 오가던 길을 복원한 곳으로, 덕유산의 여러 명승지를 지나며 가을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구천동어사길의 볼거리와 트레킹 코스를 알아본다.
조선시대 어사 박문수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옛길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설천면에 자리한 구천동어사길은 덕유산국립공원 구천동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생태탐방로다.
이 길의 이름은 조선 영조 때 활동한 어사 박문수의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1732년 전라도 지역을 살피던 박문수가 무주에 들러 주민들을 괴롭히던 사람을 벌하고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줬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당시 박문수는 주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무주를 떠났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고전소설 '박문수전'에도 등장하지만, 실제 박문수가 이 길을 걸었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구천동어사길은 본래 계곡 주변에 살던 주민들이 오가던 생활 통로였다. 산속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던 좁은 오솔길로,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구간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이후 2016년부터 옛길을 복원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기존 지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나무 데크와 탐방로를 정비했고, 2020년에는 백련사 입구까지 약 5km 구간의 복원이 마무리됐다.
현재는 숲나들길, 청렴길, 치유길, 하늘길 등 네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각 구간은 자연환경과 지형에 따라 서로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계곡을 따라 옛길의 흔적이 남아 있어 일반적인 공원 산책로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흙길과 돌계단이 이어지고, 오래된 나무들이 머리 위를 감싸는 구간도 만날 수 있다.
구천동 33경 따라 펼쳐지는 가을 단풍길
무주구천동은 덕유산 향적봉에서 나제통문 방향으로 이어지는 계곡 일대다. 이곳에서 경치가 아름다운 장소 33곳을 선정한 것이 구천동 33경이다.
구천동어사길에서는 그 가운데 인월담, 비파담, 구월담, 안심대 등 여러 명승지를 만날 수 있다.
제16경 인월담은 넓은 바위 위로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장소다. 신라시대 인월화상이 이곳에서 수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커다란 암반과 작은 폭포가 어우러진 풍경이 특징이다.
인월담을 지나면 제17경 사자담이 나타난다. 이 주변에는 좁은 바위틈을 통과하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소원의 문'도 있다. 전쟁터에 나간 남편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던 여인이 이곳을 지났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조금 더 걸으면 제19경 비파담을 만난다. 선녀들이 내려와 비파를 연주하며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바위 사이에 맑은 물이 고여 있고, 주변 나무들이 수면에 비치는 모습이 아름답다.
제21경 구월담 인근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남아 있다. 옛날 이곳에서 극락정토를 꿈꾸며 수많은 불상을 만들다 중단했다는 전설이다. 숲속에는 당시의 흔적으로 전해지는 장소도 있다.
계곡 주변에는 나무 데크가 설치된 구간도 있다. 바위와 가까운 곳에서는 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고, 울창한 숲속에서는 낙엽이 쌓인 흙길을 걷게 된다.
특히 가을에는 단풍나무와 활엽수들이 붉고 노랗게 물들면서 계곡 양쪽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물가에 자리한 바위와 나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3.3km 기본 코스부터 백련사까지 걷는 방법
구천동어사길은 걷는 거리와 체력에 따라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가장 무난한 코스는 덕유대자연학습장에서 안심대까지 이어지는 약 3.3km 구간이다. 편도 약 1시간 30분이 걸리며, 국립공원 탐방코스 기준 난이도는 '하'에 해당한다.
■ 기본 트레킹 코스
덕유대자연학습장 → 인월담 → 사자담 → 비파담 → 구월담 → 안심대
이 구간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 등산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도 걸을 수 있다. 같은 길을 따라 돌아오면 왕복 약 6.6km로, 휴식 시간을 포함해 3시간 이상 여유를 잡는 것이 좋다.
가볍게 산책하고 싶다면 인월담까지만 둘러본 뒤 돌아오는 방법도 있다. 초입에는 자연습지 교육장이 있어 어린 자녀와 함께 방문했을 때 주변의 생태환경을 살펴볼 수 있다.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안심대에서 백련사 방향으로 걸음을 이어가면 된다.
■ 백련사 확장 코스
안심대 → 신양담 → 명경담 → 구천폭포 → 백련담 → 백련사
기본 코스와 연결되는 약 1.7km 구간으로, 어사길 전체를 완주하면 편도 약 5km를 걷게 된다.
이 가운데 제28경 구천폭포는 여러 층의 바위를 따라 물이 흘러내리는 장소다. 계곡 상류의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 있으며, 길 끝에서는 제32경 백련사를 만난다.
백련사는 신라시대 백련선사가 머물렀던 곳에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사찰이다. 덕유산 깊은 숲에 자리하고 있으며, 구천동 일대에 있던 여러 사찰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돌아올 때는 기존 백련사 탐방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어사길보다 길이 넓은 편이어서 올라갈 때와 다른 코스로 내려오고 싶은 탐방객에게 어울린다.
구천동어사길을 방문하려면 덕유산국립공원 구천동지구로 이동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에는 '구천동 관광특구' 또는 '덕유산국립공원 삼공주차장'을 검색하면 찾기 편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무주공용버스터미널에서 구천동 방면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탐방로에 들어가기 전에는 국립공원 안내판에서 출발 지점과 이동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11월부터는 산속의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오전에 출발하는 편이 좋다. 계곡 주변에는 낙엽이 쌓인 돌계단과 젖은 흙길이 있어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숲길 중간에는 식수를 구하기 어려운 구간이 있다. 긴 코스를 선택한다면 마실 물과 간단한 간식을 미리 챙기고, 출발 전 덕유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탐방로 개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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