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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지는 10월 말, 제주 해안에도 계절의 변화가 찾아왔다. 여름 내내 푸른빛을 띠던 풀들이 황금색으로 변하고, 바닷가에 자란 억새는 하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가 한쪽으로 기울면서 해안 곳곳에 가을 특유의 풍경이 펼쳐진다.
제주에서 억새를 감상하려면 새별오름이나 산굼부리처럼 넓은 초원이 있는 장소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해안가에서도 억새가 아름다운 산책길을 만날 수 있다. 산을 오르는 수고 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고, 길 끝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전망 정자까지 마련돼 있다.
특히 10월 말부터 11월까지는 억새와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시기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억새가 황금빛으로 변하고, 바다 너머로 붉은 노을이 번지면서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제주시 조천읍에는 약 30분이면 걸을 수 있는 해안 산책길이 있다.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어 제주 동쪽 여행 중 잠시 들르기에도 좋다. 가을이면 더욱 아름다워지는 닭머르해안길의 볼거리와 방문 방법을 알아본다.
30분이면 걷는 1.8km 제주 해안 산책길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 자리한 닭머르해안길은 제주 북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다.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해안누리길 50코스에 포함돼 있으며, 제주올레 18코스와도 연결되는 구간이다.
전체 길이는 약 1.8km로, 일반적인 걸음으로 약 30분이 걸린다. 길을 따라 걸으며 제주 특유의 검은 현무암 해안과 드넓은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이름부터 독특하다. '닭머르'는 바닷가로 튀어나온 바위의 생김새에서 유래했다. 해안의 지형이 닭이 흙을 파헤치고 그 안에 앉아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책로 주변으로는 검은 현무암이 길게 이어진다. 제주 화산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형이지만, 닭머르에서는 바위와 바다가 가까이 맞닿아 있어 더욱 선명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파도가 밀려오면 바위 사이로 하얀 물거품이 생기고, 물이 빠지면 울퉁불퉁한 현무암 표면이 드러난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수평선까지 시야가 트여 있어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기 좋다.
해안길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신촌리 마을의 옛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주변에는 남생이못으로 불리는 습지와 과거 주민들이 사용했던 공동목욕탕 등도 남아 있다.
신촌리는 제주 북쪽 해안에 형성된 오래된 마을이다. 바다와 마을이 가까이 붙어 있어 해안을 따라 걷는 동안 주민들의 생활 공간과 자연 풍경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산책 거리가 길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걷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바다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으며,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이나 가벼운 산책을 원하는 여행객에게도 어울린다.
은빛 억새밭 끝에 자리한 바다 전망 정자
닭머르해안길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바다를 향해 뻗은 바위 위에 자리한 팔각정이다.
정자로 향하는 길에는 나무 데크가 조성돼 있다. 바닷가의 굴곡진 지형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지고, 그 주변으로 억새가 넓게 자라고 있다.
특히 가을에는 나무 데크 양옆으로 은빛 억새가 풍성하게 피어난다. 바람이 불면 억새가 물결처럼 흔들리고,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바다에 점점 가까워진다.
이곳의 억새는 제주 오름에서 보는 풍경과 차이가 있다. 새별오름처럼 넓은 산비탈을 뒤덮은 억새가 아니라 바닷가의 검은 현무암과 함께 자라는 억새다.
멀리서 바라보면 억새밭 사이로 나무 데크가 구불구불 이어지고, 그 끝에 작은 팔각정이 자리하고 있다. 정자 뒤로는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어 제주 해안 특유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정자로 향하는 길은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나무 데크 입구에서 바다 방향으로 카메라를 향하면 억새밭과 산책로, 팔각정을 한 장에 담을 수 있다.
특히 억새가 풍성하게 자란 시기에는 산책로 양옆이 은빛으로 물든다. 햇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억새가 하얗게 보이기도 하고, 노란빛을 띠기도 한다.
정자에 도착하면 주변 풍경이 한층 넓게 펼쳐진다. 검은 현무암이 바다 쪽으로 뻗어 있고, 그 주변으로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다.
팔각정에는 잠시 앉아 쉬어갈 공간도 있다. 바다를 향해 시야가 트여 있어 걷다가 잠시 머물며 제주 북쪽 해안을 바라보기 좋다.
다만 정자 주변은 바위가 많은 해안 지형이다. 사진을 찍을 때는 난간이 설치된 전망 공간을 이용하고, 억새밭 안쪽이나 해안 절벽 가장자리로 내려가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붉은 노을까지 감상하는 무료 가을 여행지
닭머르해안길은 낮과 저녁의 분위기가 뚜렷하게 달라지는 장소다.
한낮에는 푸른 바다와 하얀 억새가 선명하게 보이지만,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풍경 전체가 따뜻한 색으로 변한다.
늦은 오후에는 낮아진 햇빛이 억새에 비치면서 은빛 꽃이 황금색으로 물든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고, 나무 데크에는 길게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특히 해 질 무렵에는 팔각정이 좋은 전망 장소가 된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정자와 검은 현무암이 어두운 실루엣으로 나타난다.
바다 위로 붉은빛이 번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일몰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객들에게도 알려져 있다.
노을을 목적으로 방문한다면 일몰 30분에서 1시간 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해가 지기 전에는 억새밭과 바다를 촬영하고,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정자 주변에서 저녁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닭머르해안길의 또 다른 장점은 별도의 입장료가 없다는 점이다. 산책로는 상시 개방돼 있으며, 예약이나 입장권 구매 없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주소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신촌북3길 17 일대다. 차량 내비게이션에 '닭머르해안길' 또는 '닭머르 정자'를 검색하면 찾아갈 수 있다.
차량으로 방문할 때는 산책로 입구 주변의 주차 가능 공간을 확인해야 한다. 대형 관광지처럼 넓은 주차 시설이 마련된 장소는 아니어서 주말과 일몰 시간대에는 주차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한 해안가에 자리한 만큼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10월 말부터 11월까지는 해가 지면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기 때문에 가벼운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산책로에는 나무 데크가 설치돼 있지만 일부 구간은 바닥이 고르지 않을 수 있다. 걷기 편한 운동화를 착용하고 바람이 강하거나 비가 내리는 날에는 현장 상태를 살펴 이동하는 편이 안전하다.
제주 동쪽 여행을 계획한다면 이른 오후에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고 해 질 무렵 닭머르해안길에 들르는 일정도 좋다. 짧은 거리에서 억새와 바다를 감상할 수 있어 장시간 걷기 어려운 여행객에게도 부담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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