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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지면서 산과 공원 곳곳에 붉고 노란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숲길을 걷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래된 성당이나 사찰 주변에서 단풍을 구경하는 나들이도 좋다. 조용한 산책길을 따라 걸으며 가을 풍경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가족과 함께 찾기에도 좋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에 자리한 배론성지는 산으로 둘러싸인 천주교 성지로, 가을이면 성당과 순례길 주변이 단풍으로 물드는 곳이다. 오래된 건물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으며, 경내를 따라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천천히 걸으며 늦가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함께 자라고 있어 단풍철이면 노란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노란 은행잎 위에서 붉은 단풍을 올려다보는 11월 첫째 주
배론성지의 은행나무는 단풍나무보다 먼저 물들고 잎도 일찍 떨어지는 편이다. 올해도 은행나무는 잎이 많이 떨어져 성당 주변 잔디밭과 산책로에 노란 낙엽이 두껍게 쌓여 있다. 10월 말부터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은행잎이 떨어지는 속도도 빨라졌다.
반면 단풍나무는 아직 붉은 잎을 달고 있다. 단풍나무 잎의 80~85%가 붉게 물든 상태로, 이번 주에는 더욱 선명한 단풍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잎이 깔린 길을 걸으며 고개를 들면 가지마다 붉게 물든 단풍이 펼쳐져 두 가지 가을 풍경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기온이 더 내려가면 단풍나무 잎도 점차 떨어지기 시작한다. 노란 은행잎과 나무에 남아 있는 붉은 단풍을 함께 구경하려면 11월 초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비가 내린 뒤에는 산책로에 쌓인 낙엽이 미끄러울 수 있어 발밑을 살피며 천천히 걷는 편이 좋다.
| 나무 | 현재 상태 | 볼 수 있는 모습 |
|---|---|---|
| 은행나무 | 만개 지나 낙엽 진행 | 잔디밭·흙길 위 노란 낙엽 카펫 |
| 단풍나무 | 80~85% 착색 | 이번 주 가장 붉은 시기, 11월 중순까지 낙엽 |
배의 바닥을 닮은 골짜기에 신자들이 숨어든 까닭
배론이라는 이름은 골짜기의 생김새에서 유래했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가운데가 배 밑바닥처럼 움푹 들어가 있어 배론이라 불리게 됐다. 한자로는 '舟論'이라고 쓴다. 산이 양옆을 감싸고 있어 바깥에서는 마을이 잘 보이지 않으며, 겨울에는 찬바람도 어느 정도 막아준다. 외부와 떨어진 지리적 환경 덕분에 천주교 박해가 심했던 시절에는 신자들이 숨어 지내는 곳이 됐다.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나면서 천주교 신자들은 박해를 피해 산골 마을로 들어갔다. 당시에는 정조가 세상을 떠난 뒤 어린 순조를 대신해 정순왕후가 정치를 이끌고 있었으며, 천주교를 금지하는 정책으로 이승훈과 이가환, 정약종 등 많은 신자가 목숨을 잃었다. 중국인 주문모 신부도 스스로 관아에 나아간 뒤 순교했다.
배론으로 피신한 신자들은 옹기를 만들어 팔며 생활했다. 산속에 가마를 만들고 옹기를 구워 생계를 이어갔으며, 점차 신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만들어졌다. 당시 배론에는 옹기를 굽는 가마가 여러 곳에 있어 신자들이 생활하면서 피워 올리는 연기도 다른 가마의 연기와 쉽게 구별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 항목 | 내용 |
|---|---|
| 지명 유래 | 배의 밑바닥을 닮은 골짜기(舟論) |
| 은신 시기 | 1801년 신유박해 |
| 신자들의 생계 | 옹기 제작 |
비단 편지 13384자가 쓰인 토굴 터와 황사영의 마지막
배론성지에는 천주교 박해 당시 황사영 알렉시오가 백서를 작성했던 이야기도 전해진다. 황사영은 정약용의 맏형인 정약현의 사위로, 정약용에게는 조카사위가 되는 인물이다.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배론의 토굴로 피신했으며, 숨어 지내는 동안 천주교 신자들이 겪은 박해를 알리고 신앙의 자유를 요청하는 편지를 작성했다.
황사영이 쓴 편지는 '황사영 백서'로 알려져 있다. 일반 종이가 아닌 비단에 붓으로 글을 적었으며, 가로 약 62cm, 세로 약 38cm 크기에 122줄, 총 1만 3384자를 빼곡하게 담았다. 편지에는 당시 천주교 신자들이 겪었던 박해와 조선의 상황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황사영은 편지를 중국 베이징의 주교에게 전달하려 했지만, 전달 과정에서 계획이 발각되면서 편지는 조정에 압수됐다. 황사영도 체포돼 1801년 처형됐으며, 편지는 끝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천주교 박해의 실상을 전하는 기록으로 남았고, 비단에 작성된 원본은 현재 바티칸에 보관돼 있다.
배론성지에는 황사영을 기리는 순교 현양탑과 백서를 작성했던 토굴 터가 남아 있다. 방문객들은 현양탑을 둘러보고 토굴 터를 찾아가며 황사영이 박해를 피해 숨어 지냈던 당시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초가 신학교에서 최양업 신부 묘소까지 이어지는 길
성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복원된 성 요셉 신학교가 나온다. 1855년 장주기 요셉 성인의 집에 문을 연 이 학교는 한국 최초의 근대식 신학교로, 프랑스 출신 메스트르 신부가 교장을 맡아 초가지붕 아래에서 사제 후보생을 가르쳤다. 1866년 병인박해로 문을 닫기까지 운영된 기간은 11년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박해가 계속되던 시대에 조선 땅에서 사제를 길러내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학교에서 산자락을 따라 오르면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묘소가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한다. 1821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난 최양업은 마카오에서 공부한 뒤 1849년 사제 서품을 받고 김대건 신부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인 사제가 됐다.
같은 해 귀국해 11년 6개월 동안 짚신을 신고 전국의 산간 교우촌을 돌았고, 그 거리는 약 7000리(약 2800km)에 이른다. 1861년 과로와 장티푸스로 길 위에서 선종했으며, 유해는 이후 배론으로 옮겨져 안장됐다. 2021년에는 교황청이 가경자로 선포했다. 묘소 앞 언덕에 서면 붉은 단풍잎이 날리는 가운데 배론 골짜기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 장소 | 알아둘 내용 |
|---|---|
| 성 요셉 신학교 | 1855년 설립, 1866년 폐쇄, 복원된 초가 |
| 최양업 신부 묘소 | 11년 6개월간 약 7000리(약 2800km) 사목 |
| 가경자 선포 | 2021년 |
주차부터 복장까지 가기 전에 알아둘 이용 수칙
배론성지는 수도권에서 차로 약 2시간, 제천 시내에서는 약 20분 거리에 있다. 제천 시내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도 있지만 하루 운행 횟수가 3회에 불과해 대중교통으로 방문할 경우 돌아오는 버스 시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자가용이나 렌터카를 이용하면 이동이 한결 편리하며, 성지에는 넓은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성지에 도착하면 주차장에서 황사영 순교 현양탑과 토굴 터를 먼저 둘러본 뒤 성 요셉 신학교 초가로 이동하면 된다. 이어 성당 앞 은행나무길을 따라 걸으며 가을 풍경을 감상하고, 최양업 신부 묘소와 숲속 산책로를 지나 주차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주요 장소를 천천히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주말에는 순례객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만큼 비교적 한산한 오전 9~10시 사이에 방문하면 조용히 산책을 즐기기 좋다.
배론성지는 천주교 신자들이 기도하고 순례하는 장소인 만큼 관람할 때도 조용한 분위기를 지켜야 한다. 반려동물 출입과 취사, 돗자리 사용은 금지돼 있으며, 큰 소리로 떠들거나 다른 방문객의 기도를 방해하는 행동도 삼가야 한다. 사진을 찍을 때는 기도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음식은 성지에 들어가기 전이나 관람을 마친 뒤에 먹는 편이 좋다.
| 구분 | 내용 |
|---|---|
| 위치 | 충북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길 296 |
| 운영 시간 |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연중무휴) |
| 입장료·주차비 | 무료 |
| 교통 | 시내버스 하루 3회, 자가용·렌터카 이용 |
| 금지 사항 | 반려동물·취사·돗자리·고성방가 |
| 방문 시간 | 오전 9~10시 도착 |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1. 개장 직후 오전 9시 도착
주말 정오에는 순례객과 탐방객이 한꺼번에 몰린다.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에 들어가면 낙엽 밟는 소리와 새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길을 걸을 수 있다.
2. 자가용·렌터카 이동 필수
제천 시내에서 배론성지로 가는 시내버스는 하루 3회뿐이다. 버스 시간에 맞추면 2시간짜리 코스를 여유 있게 돌기 어려우니 차로 가는 것이 편하다.
3. 미끄럼 방지 신발과 간식 사전 준비
은행잎이 두껍게 깔린 길은 젖어 있으면 미끄러울 수 있어 바닥이 단단한 운동화가 낫다. 성지 안에서는 취사와 돗자리 사용이 금지돼 있으니 간식은 출발 전에 먹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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