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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외곽으로 차를 몰다 보면, 어느 순간 도심 소음이 멀어지고 산세가 깊어지는 구간이 나온다. 태화산 자락을 따라 굽이도는 길 끝에 자리한 마곡사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건물이 양쪽으로 나뉜 모습부터 눈길을 끈다. 흔히 보던 산사와 달리 마곡천을 경계로 수행 공간과 법당 구역이 갈라져 있어, 다리를 건너야 절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마곡사는 충남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이름을 올린 사찰이다. 7~9세기 무렵 창건된 고대 불교 사찰들을 묶은 연속유산 가운데 하나로, 태화산 숲과 마곡천을 품고 오랜 시간을 이어왔다.
마곡사, 마곡천을 가운데 둔 절
마곡사는 서기 640년 자장율사가 처음 터를 닦았다고 전해진다. 사적기에는 선종 사찰이 퍼지던 9세기에 다시 중창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임진왜란 당시 승병이 모이는 거점이었던 탓에 큰 피해를 입어 전소됐으나, 조선 각순대사가 1651년 절을 다시 일으키면서 18세기 무렵 지금의 가람 배치를 갖췄다.
절은 계류를 경계로 남원과 북원으로 나뉜다. 북원은 주불전인 대광보전이 중심을 잡고 있으며, 그 마당에는 14세기 무렵 세워진 티베트식 상륜부를 얹은 오층석탑이 서 있다. 남원은 작은 마당을 가운데 두고 영산전과 참선 공간이 자리를 잡았다.
보물 네 점이 모인 가람, 천 개의 작은 불상까지
절 안에는 국가지정 보물 4점이 흩어져 있다. 대웅보전(보물 제801호)은 조선 각순대사가 1651년 고쳐 지은 건물로, 1층 앞면 5칸·옆면 4칸, 2층 앞면 3칸·옆면 3칸 규모의 팔작지붕을 얹었다. 2층에 걸린 현판은 신라 명필 김생의 글씨로 알려져 있다. 대광보전(보물 제802호)은 마곡사의 중심 법당으로, 불에 타 사라졌던 것을 1813년 다시 지었다. 앞면 5칸·옆면 3칸 규모이며 문살에 꽃 모양 조각을 새겨 넣었다.
오층석탑(보물 제799호)은 청동으로 만든 머리장식이 중국 원나라 라마탑과 닮은 모습이라 고려 후기 원과의 교류 흔적으로 여겨진다. 영산전(보물 제800호)은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안에 7분의 여래불상과 1000분의 작은 불상을 모셔놓아 천불전이라고도 불린다. 정면에 걸린 현판은 세조의 글씨라고 전해진다.
백범 김구 선생이 숨어 지낸 절, 향나무로 남은 흔적
마곡사는 백범 김구 선생과도 얽힌 사연이 있다. 1896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김구 선생은 인천교도소에서 사형수로 복역하다 탈옥해 1898년 마곡사로 숨어들었다. 하은당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원종이라는 법명을 받고 삭발했으며, 이때 머물던 곳이 백련암이다.
광복 후인 1946년 마곡사를 다시 찾은 김구 선생이 대광보전과 응진전 사이에 향나무를 심었는데, 지금도 그 나무가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삭발했던 바위와 마곡천을 잇는 다리는 백범교라는 이름이 붙어, 마곡천 풍경을 내려다보는 자리로 남았다. 마곡사 생태농장에서 군왕대로 이어지는 백범 솔바람 명상길은 약 1시간 정도 걸으며 둘러볼 수 있다.
소나무 숲길 7.1㎞, 명상산책길 완주 동선
절 둘레로는 명상산책길이라는 이름의 코스가 조성돼 있다. 총 길이는 7.1㎞이며 주차장에서 출발해 활인봉과 생골마을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동선으로, 완주에는 약 2시간 30분이 걸린다. 빽빽한 소나무 숲 사이를 걷는 구간이 길게 이어져 산책하는 동안 숲 특유의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다.
식당가 앞 대형 무료 주차장은 소형차 기준 100대 규모로 운영되며, 사찰까지는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사찰 인근 유료주차장은 별도의 요금이 붙는다. 계곡을 따라 걷는 구간이 많은 만큼, 슬리퍼보다는 운동화나 등산화를 챙겨 신는 편이 안전하다. 공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마곡사행 시내버스가 하루 15회 운행해 대중교통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마곡사 아래 식당가, 한정식으로 채우는 한 끼
절 관람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목의 식당가에는 한정식을 내는 ‘마곡사귀빈식당’이 있다. 산더덕정식과 산채정식, 청국장정식, 산채비빔밥 등을 판매한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라스트 오더는 오후 6시 30분이다. 식당가 앞 무료 주차장을 이용하면, 사찰 관람과 식사까지 한 번에 묶을 수 있어 동선을 짜기에도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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