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대신 여기 갑니다…" 오직 썰물 때만 S자 물길이 열리는 이색 해안 명소
순천 와온해변 갯벌 위로 S자 해안길이 드러나고, 붉은 노을빛이 바다와 섬 사이로 번지고 있다. / 한국관광공사
순천 와온해변 갯벌 위로 S자 해안길이 드러나고, 붉은 노을빛이 바다와 섬 사이로 번지고 있다. / 한국관광공사

한여름이 되면 이름난 해수욕장마다 피서객이 몰린다. 바닷물에 뛰어들고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펴는 풍경도 좋지만, 복잡한 해변을 벗어나 조용한 바닷가를 찾고 싶은 날도 있다. 전남 순천 와온해변은 그런 여행객에게 잘 맞는 곳이다.

순천만 동쪽 끝에 자리한 와온해변에서는 고흥반도와 순천만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넓은 백사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해수욕장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해안선을 따라 걸으면 잔잔한 바다와 갯벌이 차례로 이어지고, 물때에 따라 물길과 모래톱의 모양도 조금씩 바뀐다. 

3km 해안선 따라 이어지는 와온해변 노을

와온해변 앞바다에 해가 지며 넓은 갯벌과 모래톱, 작은 섬이 한눈에 펼쳐지고 있다. / 한국관광공사
와온해변 앞바다에 해가 지며 넓은 갯벌과 모래톱, 작은 섬이 한눈에 펼쳐지고 있다. / 한국관광공사

와온해변 해안도로는 약 3km 길이로 이어진다. 바다를 가리는 높은 건물이나 큰 방파제가 많지 않아 길가에 멈춰 서면 서쪽 하늘과 갯벌이 막힘 없이 펼쳐진다. 해안선을 따라 걷거나 잠시 차를 세우고 바다를 마주하는 여행객도 많다.

해가 산 너머로 기울며 붉은 노을이 바다를 물들이고 있다. / 한국관광공사
해가 산 너머로 기울며 붉은 노을이 바다를 물들이고 있다. / 한국관광공사

와온해변을 찾은 사람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시간은 해 질 무렵이다. 한여름에는 오후 7시가 지나서야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갯벌과 바다 위로 붉은빛이 천천히 내려온다. 

태양이 낮아지면 갯골에 남은 물과 갯벌 표면에도 빛이 닿는다. 물이 빠진 날에는 갯벌 사이 물길이 더 잘 드러나고, 바닷물이 들어온 날에는 잔잔한 수면에 노을빛이 비친다.

썰물 때 드러나는 S자 갯골

간조 시간이 되면 물이 빠져나간 갯벌 위로 굽이진 S자 형태의 갯골이 모습을 드러낸다. / 한국관광공사
간조 시간이 되면 물이 빠져나간 갯벌 위로 굽이진 S자 형태의 갯골이 모습을 드러낸다. / 한국관광공사

만조 때 해안도로 가까이까지 차오르던 바닷물은 썰물 때가 되면 멀리 빠져나간다. 물이 머물던 자리에는 넓은 갯벌이 드러나고, 그 사이로 좁고 구불구불한 물길이 이어진다.

알파벳 S자처럼 휘어진 갯골은 바닷물이 빠져나가며 갯벌 위에 자연스럽게 남긴 물길이다. 해 질 무렵에는 낮아진 빛이 갯골과 갯벌 표면에 닿아 굴곡이 선명해진다. 물이 빠진 갯벌에서는 게와 고둥, 짱뚱어 같은 생물을 볼 수 있고, 주변에는 갯벌 환경에 맞춰 자라는 염생식물도 있다. 와온해변에서는 노을뿐 아니라 순천만 갯벌의 생태도 함께 볼 수 있다.

남해안 바닷바람 맞으며 걷는 나무 데크 산책로

순천 와온해변에 나무 데크 산책로가 놓여 있어 갯벌과 노을 풍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 한국관광공사
순천 와온해변에 나무 데크 산책로가 놓여 있어 갯벌과 노을 풍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 한국관광공사

와온해변에는 갯벌 가까이 걸을 수 있는 나무 데크 산책로가 놓여 있다. 남해안 도보 여행 코스인 남파랑길 일부 구간으로, 차에서 내려 해안가를 천천히 걷기에 알맞다. 길을 따라가면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갯벌과 바다를 가까이 볼 수 있다. 산책로 중간에는 하트 모양 조형물과 벤치도 있어 잠시 쉬어 가기 좋다.

산책로 주변에는 갈대와 칠면초 같은 갯벌 식물이 자란다. 칠면초는 가을에 붉은빛이 짙어져 농주마을 방향으로 걷는 여행객이 많지만, 여름에는 초록빛 식물이 갯벌 가장자리를 채운다. 물이 빠진 시간에는 데크 아래 갯벌에서 게와 고둥 같은 생물이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출발 전 확인할 물때와 해안 산책 주의점

와온해변 전망 데크에서 해가 지고, 갯벌과 바다 위로 붉은 노을빛이 번지고 있다. / 한국관광공사
와온해변 전망 데크에서 해가 지고, 갯벌과 바다 위로 붉은 노을빛이 번지고 있다. / 한국관광공사

와온해변을 찾기 전에는 날씨와 물때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기상청 예보와 해양수산부 조석 정보를 함께 보면 간조 시간과 일몰 시간을 맞추기 쉽다.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과 해 질 무렵이 겹치면 갯벌 위로 S자 갯골이 드러나고, 낮아진 빛이 갯골 주변에 닿아 와온해변의 노을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갯벌 주변은 바닥이 미끄럽거나 질퍽한 구간이 있어 운동화처럼 걷기 편한 신발이 좋다. 데크와 탐방로를 벗어나면 발이 빠지거나 물때를 놓칠 수 있어 정해진 길을 따라 걷는 편이 안전하다.

갯벌은 게와 고둥, 짱뚱어가 사는 공간이고 염생식물도 함께 자라는 곳인 만큼 해산물 채취는 피해야 한다. 7월에는 햇볕이 강해 모자와 자외선 차단제를 챙기고, 산책 중에는 물을 자주 마시는 편이 낫다.

순천만 갯벌 따라 맛보는 지역 먹거리 

인근 식당에 짱뚱어탕과 여러 반찬이 차려져 갯벌 여행 뒤 지역 밥상을 맛볼 수 있다. / 한국관광공사
인근 식당에 짱뚱어탕과 여러 반찬이 차려져 갯벌 여행 뒤 지역 밥상을 맛볼 수 있다. / 한국관광공사

와온해변 주변에서는 순천만 갯벌과 남해안에서 나는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새꼬막과 짱뚱어, 낙지, 맛조개가 식당 메뉴에 자주 오르고, 계절에 따라 갯벌에서 나는 재료를 쓴 음식도 만날 수 있다.

순천 일대에서 많이 찾는 음식으로는 짱뚱어탕이 있다. 된장을 푼 국물에 시래기와 짱뚱어를 넣고 푹 끓여 내는 향토 음식으로, 진한 국물 맛 덕분에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새꼬막은 살짝 데쳐 양념장을 곁들이거나 채소와 함께 무쳐 먹는다.

노을을 본 뒤 저녁 식사를 하려면 순천 도심이나 여수 방향 식당가로 이동해도 된다. 꼬막 정식과 장어구이, 남도식 한정식을 내는 곳이 있어 와온해변 산책 뒤 식사 장소를 고르기 어렵지 않다.

와온해변 인근에서 하룻밤 머물기 좋은 숙소 3곳

와온해변은 당일치기로도 다녀오기 좋지만, 일몰과 이른 아침 갯벌까지 보려면 하룻밤 머무는 편이 여유롭다. 주변에는 독채 펜션과 한옥 숙소, 바다 전망 펜션이 있어 일정에 맞춰 고를 수 있다.

해룡면 와온길에 있는 '와온 그리고 나 펜션'은 와온해변에서 차량으로 약 3분 거리다. 한옥 외관에 깔끔한 실내를 갖춘 독채 숙소로,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반려견 동반 여행객이 머물기 좋다. 

'일몰한옥펜션'은 한옥 숙소를 선호하는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언덕 쪽에 있어 와온해변 방향으로 지는 노을을 보기 쉽고, 마당과 처마가 있는 한옥에서 조용히 머물 수 있다.

여수시 율촌면에 있는 '사운드오브뮤직 펜션'은 와온해변까지 차량으로 약 7분 걸린다. 행정구역은 여수지만 와온해변과 가까워 함께 다녀오기 쉽다. 객실 테라스에서 바다를 볼 수 있고, 일부 객실에는 개별 미온수 수영장도 있다. 대형 해수욕장보다 숙소 안에서 조용히 물놀이를 즐기려는 여행객이 고르기 좋은 숙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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