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하나로 섬이 육지가 됐어요…"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인구 150명 마을 여행지
섬과 다리가 이어져 드라이브 중 잠시 들르기 좋은 해안 풍경을 보여준다. / 한국관광공사, ai 
섬과 다리가 이어져 드라이브 중 잠시 들르기 좋은 해안 풍경을 보여준다. / 한국관광공사, ai 

전남 여수시 화정면 끝자락, 여자만 어귀에 자리한 작은 섬 적금도가 조용히 알려지고 있다. 예전에는 화양면 벌가항에서 하루 몇 차례 운항하는 배를 타야 닿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팔영대교와 적금대교가 놓이면서 차로 들어갈 수 있는 섬이 됐다. 국도 제77호선이 섬을 지나가면서 여수와 고흥을 잇는 드라이브 여행지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적금도는 면적 0.81㎢, 주민 수 150명 안팎의 작은 섬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낚시와 캠핑, 갯벌 체험, 해안 트레킹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상업 시설이 많지 않아 오래된 어촌 마을의 모습도 남아 있다.

섬 전체를 관통하는 다리들, 이제는 경유지가 아닌 목적지

여수와 고흥을 잇는 해상 드라이브 코스. / 여수관광 공식 블로그 최설민
여수와 고흥을 잇는 해상 드라이브 코스. / 여수관광 공식 블로그 최설민

적금도가 육지와 이어진 것은 2020년 연륙·연도교가 완공된 뒤부터다. 그전까지는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는 섬이었다. 지금은 화양면에서 조발도와 둔병도, 낭도를 차례로 지나 적금대교를 건너면 적금도에 닿는다. 반대편으로는 팔영대교를 통해 고흥군 영남면과도 연결된다.

적금도는 여수와 고흥을 잇는 해상 드라이브 길 가운데 한 지점이 됐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배편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했지만, 지금은 차로 섬 안까지 들어갈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여수 시내버스 220번이 섬 안쪽까지 운행하고, 고흥 쪽에서는 과역과 적금을 오가는 농어촌버스도 다닌다. 

이름에 새겨진 금광 전설,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흔적

여수 적금도 해안가에 갯벌과 바다가 맞닿아 있다. / 여수관광 공식 블로그 최설민
여수 적금도 해안가에 갯벌과 바다가 맞닿아 있다. / 여수관광 공식 블로그 최설민

적금도라는 이름은 '쌓을 적(積)'과 '쇠 금(金)' 자를 쓴다. 풀이하면 '보물이 쌓인 섬' 정도가 되는데, 여기에는 실제 역사적 배경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적포, 혹은 적호(赤湖)라 불리던 섬이었는데 예로부터 금맥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이 소문은 실제 채광 시도로 이어졌고, 조선인과 일본인 모두 섬 곳곳을 파헤쳤다고 전해진다.

소량의 금맥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실제 채굴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지금도 섬 곳곳에는 당시 뚫린 동굴이 남아 있어 걸으며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여러 지역에서 광물 채굴이 이뤄졌던 역사가 작은 섬에도 남은 것이다.

섬에 사람이 정착한 시기는 임진왜란 무렵으로 전해진다. 순천 낙안면에서 피란 온 고령신씨 일가가 먼저 들어와 살기 시작했고, 이후 전주이씨와 함안조씨, 진주강씨, 밀양박씨 등이 차례로 정착하며 마을을 이뤘다고 한다.

여자만 초입에서 만나는 사계절 낚시터

낚시객이 바다를 바라보며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 여수관광 공식 블로그 최설민
낚시객이 바다를 바라보며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 여수관광 공식 블로그 최설민

적금도는 여자만 어귀에 있어 낚시 여행지로도 알려져 있다. 여자만은 순천만과 보성 벌교 갯벌로 이어지는 남해안 내만이다. 갯벌과 조간대가 넓어 감성돔과 농어, 볼락 같은 어종이 드나들기 좋고, 적금도 주변 바다도 낚시 포인트로 찾는 사람이 많다.

섬 서남쪽 암석 해안은 갯바위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바위가 이어진 해안에서는 감성돔과 농어, 볼락을 노려볼 수 있고, 계절에 따라 우럭이나 갑오징어를 잡으러 나서는 낚시객도 있다. 가을에는 감성돔을 노리는 낚시객이 늘면서 평소 조용하던 섬 주변도 조금 더 붐빈다.

갯바위 낚시 외에 선상낚시도 가능하다. 장비를 모두 갖추지 않은 여행객이라면 배를 타고 나가는 선상낚시를 이용해 적금도 주변 바다를 둘러볼 수 있다.

갯벌 체험과 해변 캠핑이 가능한 섬 동쪽 해안

적금도 동쪽 해안은 바다가 안쪽으로 들어온 지형이라 물이 빠지면 넓은 갯벌이 드러난다. 이 일대에서는 조개나 게를 잡는 갯벌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와 함께 찾는 가족 여행객도 많다. 해안 가까이에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도 있어 여름과 가을에는 섬 주변에 머무는 발길이 늘어난다.

섬 중앙부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운영하는 어촌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 마을은 2006년 전국 최초로 어민 주식회사를 세운 곳이며 전복·바지락 양식장 어업권을 마을 공동으로 관리해 2008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캠핑객은 마을 편의시설 일부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대형 캠핑장처럼 시설이 촘촘하게 갖춰진 곳은 아니지만, 바다와 갯벌 가까이에서 조용히 머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족 단위 여행객이 찾는다.

마을에서 서쪽 해안까지, 걸으며 만나는 풍경들

아름다운 남서쪽의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타포니해안선길. / 여수관광 공식 블로그 최설민
아름다운 남서쪽의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타포니해안선길. / 여수관광 공식 블로그 최설민

적금도는 차로 둘러보는 것보다 걸을 때 보이는 지점이 많다. 마을에서 서쪽 해안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를 따라가면 매 모양을 닮았다고 전해지는 매바위와 바위가 층층이 쌓인 탑고지를 볼 수 있다. 

여수에는 오동도와 향일암, 이순신대교처럼 잘 알려진 관광지가 많다. 적금도는 이들 명소와 달리 상업 시설이 많지 않아 조용히 남해 바다를 보며 걷기 좋은 섬이다.  

적금도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인근 미식 코스 3곳

적금도를 둘러본 후 허기가 찾아온다면, 다리 하나 건너 이웃한 낭도로 향해 입맛을 돋우는 향토 음식을 맛볼 차례다. 낭도는 적금도와 연도교로 바로 이어져 있다.

가장 먼저 눈여겨볼 곳은 낭도 마을 안쪽에 자리한 '100년 도가식당'이다. 이곳은 오랜 세월 운영해 온 양조장에서 직접 빚은 젖샘 막걸리와 새콤하게 무쳐낸 서대회가 유명하다. 밥에 쓱쓱 비벼 먹기 좋은 서대회 무침과 청주처럼 깔끔한 맛을 자랑하는 젖샘 막걸리를 곁들이면 남해안 바다의 진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조금 더 든든하고 깊은 국물 맛을 원한다면 적금도로 진입하기 전 거쳐 가는 화양면 나진리에 위치한 '나진국밥'을 추천한다. 이곳은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노포로, 신선한 돼지머리 고기와 통통한 콩나물이 듬뿍 들어간 시원하고 칼칼한 국밥이 일품이다. 

가벼운 메뉴를 찾고 있다면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요리를 내놓는 '낭도엄마맛집'을 추천한다. 이곳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해물라면 전문점이다. 문어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거나 신선한 조개가 가득 담긴 라면 국물은 드라이브의 피로를 단번에 녹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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