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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기온이 30도 안팎을 오르내리면서 산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다만, 여름철에는 저지대 산보다 해발 1000m를 넘는 산줄기를 찾는 경우가 많다. 골짜기마다 수량이 풍부해지고, 숲이 짙은 그늘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강원과 경기, 충북에는 여름 산행지로 찾기 좋은 산 4곳이 있다.
접근성이 좋은 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산부터 군사통제구역이라 숲이 그대로 남은 산, 이름에 옛사람의 사연이 담긴 산까지 지역과 특징이 저마다 다르다. 계곡과 능선, 조망 포인트를 함께 갖춘 4곳의 산행 정보를 정리했다.
1. 두타산
강원도 동해시와 삼척시 경계에 있는 두타산은 높이 1353m로 태백산맥 본줄기에 속한다. 산 이름은 산스크리트어 두타를 한자로 옮긴 말로, 세상의 번뇌를 털어내고 마음을 닦는 일을 뜻한다. 승려들이 도를 닦기 좋은 산이라는 뜻에서 이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산 북동쪽에 자리한 무릉계곡은 두타산보다 더 널리 알려진 곳이다. 노송과 암벽, 폭포, 넓은 반석이 어우러진 계곡으로, 수백 명이 앉을 수 있을 만큼 넓은 반석 지형 덕분에 예로부터 여름 피서지로 사랑받았다. 장마와 소나기가 지나간 직후에는 수직 암벽에서 쏟아지는 쌍폭포와 용추폭포의 물살이 거세진다.
2020년 가을 개방된 베틀바위 산성길과 두타산협곡 마천루 구간은 데크길이 정비돼 있어 기암괴석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남사면은 소나무숲, 북사면은 활엽수림으로 나뉘어 방향에 따라 숲의 모습이 다르다. 무릉계곡 초입에는 신라시대인 642년 자장율사가 세운 삼화사가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모은다는 뜻을 담아 삼화라는 이름으로 바꿔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동해와 15㎞ 정도 떨어져 있어, 산행 후 바다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2. 금수산
충북 제천시 수산면과 단양군 적성면에 걸친 금수산은 월악산국립공원 북쪽 끝자락에 자리한다. 높이는 1016m다. 원래는 바위가 희다는 뜻에서 백암산으로 불리다가, 조선 명종 때 단양 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이 가을 단풍이 든 산세를 보고 비단에 붉은 실로 수를 놓은 듯하다며 금수산이라는 이름을 새로 지었다고 전해진다. 다만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인용된 김일손의 글에 이미 금수산이라는 지명이 나오는 것으로 미뤄, 조선 전기 이전부터 이 이름이 쓰였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트이면서 충주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서쪽 자락 능강계곡은 숲이 우거져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청정 계곡이며, 상류의 얼음골은 한여름에도 바위 틈에서 얼음이 얼거나 찬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청풍호 쪽에서 산을 올려다보면 능선이 머리카락과 코, 가슴 라인을 갖춘 사람이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는 이야기가 있어, 신선봉 일대는 미인봉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산이 여자의 형상을 하고 있어 음기가 강하다는 풍수 해석에 따라 등산코스에 남근석을 세워 놓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3. 화악산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화천군에 걸쳐 있는 화악산은 높이 1468m로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최고봉인 신선봉에는 방송 송신소와 군부대가 있어 민간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산세가 거친 데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숲이 그대로 남아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화악산을 한반도의 정중앙으로 봤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함북 온성 땅끝까지 이은 선과, 평북 의주에서 경북 구룡포까지 이은 선이 만나는 지점이 화악산이라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화악산을 국토를 떠받치는 산으로 여겼고,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던 터가 지금도 남아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실운현 고갯길과 능선 주변에는 7월이면 동자꽃, 말나리, 모싯대 등 여름 야생화가 핀다. 북쪽 사창리 방향과 남쪽 가평 골짜기는 수량이 풍부한데, 특히 조무락골과 오백년계곡은 숲이 터널처럼 우거져 한여름에도 계곡물에 손을 넣으면 버티기 힘들 정도로 차갑다. 정상 부근인 응봉 일대는 한국전쟁 직후 뿌려진 지뢰가 아직 남아 있다는 증언이 있어, 길 이외의 구역으로는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4. 계방산
강원도 평창군과 홍천군 경계에 있는 계방산은 높이 1577m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백두대간 오대산 두로봉에서 갈라진 산줄기가 서쪽으로 뻗으며 처음 세운 산이 계방산이며, 이 줄기는 한강기맥의 근간이 된다. 높이는 상당하지만 산행 시작 지점인 운두령이 이미 해발 1089m에 자리해 있어 실제 오르는 고도차는 크지 않다. 자동차로 넘을 수 있는 고개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이 운두령이다.
7월 운두령 부근에서는 동자꽃, 말나리, 모싯대, 세잎쥐손이 등 야생화를 능선을 걸으며 볼 수 있고, 정상 부근 초원 지대도 눈에 띈다. 정상과 운두령 전망대에서는 오대산 비로봉과 설악산, 방태산 능선이 펼쳐진다. 정상부와 능선에는 주목과 철쭉 군락이 발달해 있고, 확인된 식물만 500종이 넘어 산에서 자라는 식물의 종류가 풍부한 편이다. 노동계곡에는 멸종위기 동식물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 이름은 계수나무 계에 꽃다울 방을 쓰는데, 옛 문헌에 계수나무가 많아 산 전체에 향기가 가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다만 대동여지도 등 옛 지도에는 다른 이름으로 표기돼 있어, 지금의 이름은 일제강점기 지도에서 처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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