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구역으로 막혀 있던 섬인데… 지금은 무료로 걷는 120년 등대 품은 한국 명소
푸른 바다 위로 국가문화재 등대가 솟아 있는 팔미도의 아름다운 전경. / 인천투어, ai
푸른 바다 위로 국가문화재 등대가 솟아 있는 팔미도의 아름다운 전경. / 인천투어, ai

여름 바다를 찾는 발길이 늘어나는 때, 인천 앞바다의 작은 등대섬도 여행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인천 중구 무의동에 자리한 팔미도다. 육지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으로, 해변보다 등대로 먼저 기억되는 곳이다.

팔미도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식 등대가 남아 있다. 120년 넘게 서해 뱃길을 밝혀온 등대다. 한때 해군이 주둔해 민간인 출입이 제한됐지만, 지금은 입장료 없이 둘러볼 수 있는 섬으로 바뀌었다.

인천항 뱃길을 밝히기 위해 세워진 등대

인천항의 뱃길을 밝히기 위해 세워진 등대와 주변 조형물이 어우러진 모습. / 인천투어
인천항의 뱃길을 밝히기 위해 세워진 등대와 주변 조형물이 어우러진 모습. / 인천투어

팔미도는 인천항으로 들어가는 바닷길에 자리한 섬이다. 1883년 인천항이 문을 열면서 서해를 오가는 배가 크게 늘었고, 항구로 들어오는 길을 안전하게 알려줄 시설도 중요해졌다. 처음에는 횃불로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 쓰였지만, 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밤바다를 횃불에만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대한제국은 근대식 항로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고, 팔미도 등대도 이 과정에서 세워졌다. 1903년 6월 팔미도 정상에는 석유등을 밝히는 등대가 들어섰다. 설계는 영국인 기술자가 맡았고 공사는 일본 회사가 진행했다. 

1903년에 세워져 오랜 역사를 간직한 팔미도 등대의 웅장한 외관. / 인천투어
1903년에 세워져 오랜 역사를 간직한 팔미도 등대의 웅장한 외관. / 인천투어

팔미도 등대는 높이 7.9m, 지름 약 2m의 작은 건축물이다.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역할은 컸다. 처음에는 석유 백열등으로 불을 밝혔고, 이후 전기등과 태양광 발전 설비, 위성항법보정 장치까지 더해지며 시대에 맞춰 바뀌었다. 2003년까지 실제 선박의 길을 안내하며 100년 동안 서해 바다를 오가는 배들이 인천항으로 들어오는 길목을 지켰다.

전쟁의 밤바다를 밝힌 팔미도 등대

1950년 인천상륙작전 당시 연합군의 길잡이 역할을 했던 팔미도의 해질녘 풍경. / 인천투어
1950년 인천상륙작전 당시 연합군의 길잡이 역할을 했던 팔미도의 해질녘 풍경. / 인천투어

팔미도 등대가 한국 현대사에 깊게 남은 순간은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때였다. 당시 연합군은 어두운 밤바다를 지나 인천항으로 들어가야 했다. 조류가 거세고 수로가 좁은 인천 앞바다는 낮에도 항해가 쉽지 않은 곳인데, 작전은 밤바다를 뚫고 진행돼야 했다.

어두운 밤바다를 환하게 비추며 묵묵히 불을 밝히는 팔미도 등대의 야경. / 인천투어, ai
어두운 밤바다를 환하게 비추며 묵묵히 불을 밝히는 팔미도 등대의 야경. / 인천투어, ai

이때 꺼져 있던 팔미도 등대에 다시 불이 들어왔다. 등대 불빛은 함대가 인천항 쪽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기준점이 됐다. 낙동강 전선에서 밀리던 전세를 뒤집기 위해 준비된 인천상륙작전에서 팔미도 등대의 불빛은 작전 진입로를 밝히는 중요한 신호가 됐다. 이런 역사를 인정받아 옛 팔미도 등대는 2002년 인천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후 2020년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57호로 지정하면서 국가 차원의 보존 대상이 됐다. 

옛 등대 옆에는 2003년 새로 세워진 높이 23m의 현재 등대가 함께 서 있다. 팔미도에서는 1903년 세워진 옛 등대와 현재 운용되는 새 등대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군사구역에서 바다 여행지로 바뀐 팔미도

오랫동안 통제됐던 군사구역에서 이제는 누구나 바다를 조망할 수 있게 된 전망대 내부. / 인천투어
오랫동안 통제됐던 군사구역에서 이제는 누구나 바다를 조망할 수 있게 된 전망대 내부. / 인천투어

팔미도는 오랫동안 일반인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섬이었다. 섬 안에 해군 시설이 있었고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출입이 통제됐다. 바다 위에 등대가 서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 섬을 밟아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울창한 소나무와 탁 트인 바다 절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팔미도 내 산책로. / 인천투어
울창한 소나무와 탁 트인 바다 절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팔미도 내 산책로. / 인천투어

팔미도가 시민에게 처음 문을 연 때는 2009년이다. ‘인천 방문의 해’를 맞아 섬 출입이 허용됐고, 개방 첫해에만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팔미도를 찾았다. 오랜 시간 막혀 있던 등대섬을 직접 둘러볼 수 있게 되면서 인천 앞바다의 새로운 여행지로 이름을 알렸다.

연안부두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이 팔미도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모습. / 인천투어
연안부두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이 팔미도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모습. / 인천투어

지금 팔미도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관리한다. 연안부두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면 왕복 두 시간 안팎으로 다녀올 수 있다. 섬 안에는 등대와 역사관, 홍보관이 있으며 시설 이용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운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연중무휴로 개방된다. 다만 섬에 들어가려면 사전에 관할 기관을 통해 예약과 문의를 해야 한다. 

등대 너머 이어지는 역사관

등대 역사관 주변에 마련된 우주선 모형과 분수대가 있는 휴식 공간. / 인천투어
등대 역사관 주변에 마련된 우주선 모형과 분수대가 있는 휴식 공간. / 인천투어

등대 주변에는 3층 규모의 등대 역사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팔미도가 맡았던 임무와 국내 근대 해운·항만의 변천사를 영상과 전시물로 볼 수 있다. 홍보관에서는 팔미도뿐 아니라 전국 등대가 바닷길을 어떻게 밝혀왔는지도 함께 다룬다.

섬을 찾은 방문객들이 사계절 썰매장에서 튜브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인천투어
섬을 찾은 방문객들이 사계절 썰매장에서 튜브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인천투어

관람 뒤에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청소년 해양 교육과 등대 사진전, 작은 음악회도 해마다 열린다. 등대만 보고 돌아가는 섬이 아니라 전시와 체험, 바다 산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팔미도 다녀온 뒤 들르기 좋은 연안부두 맛집 3곳

팔미도를 오가는 유람선은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발한다. 왕복 두 시간 안팎의 섬 여행을 마치고 부두로 돌아오면 바로 근처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좋다. 

가장 먼저 들를 만한 곳은 밴댕이회무침거리다. 연안부두를 대표하는 먹거리 골목으로, 새콤달콤하게 무친 밴댕이회무침을 맛볼 수 있다. 금산식당은 이 거리에서 오래 영업해 온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해산물을 넉넉하게 먹고 싶다면 충청도7호 같은 횟집을 찾는 여행객도 많다. 활어회와 함께 여러 해산물 반찬을 곁들이는 상차림으로 알려진 곳이다. 전복, 해삼, 산낙지 등 바다 식재료를 함께 맛볼 수 있다.

따뜻한 국물로 마무리하고 싶다면 해물탕이나 매운탕을 내는 식당도 선택할 수 있다. 광희해물촌은 연안부두 일대에서 해산물 요리로 알려진 곳 가운데 하나다. 산낙지, 전복, 가리비 같은 해산물을 넣은 탕류와 활어회 뒤에 끓여 먹는 매운탕을 찾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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