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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열기가 도로 위로 올라오는 여름에는 멀리 떠나는 여행보다 가까운 그늘이 더 반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는 고층 건물과 큰길 사이에 1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숲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관리하는 홍릉숲이다.
홍릉숲은 1922년 임업시험장으로 문을 연 연구림이다. 그동안 연구와 보존을 중심으로 운영돼 일반 관람은 주말에만 가능했다. 평일에는 쉽게 들어갈 수 없어 서울에 오래 산 사람에게도 낯선 숲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28일부터는 평일에도 사전예약 없이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입장료는 평일과 주말 모두 무료다.
명성황후 능터에서 시작된 연구림
홍릉숲이라는 이름은 조선 왕실 역사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는 본래 명성황후의 능인 홍릉이 있었다. 이후 능이 경기 남양주로 옮겨졌고, 남은 터에는 1922년 임업시험장이 들어섰다.
홍릉숲은 국내 근대 임업 연구가 시작된 장소로 꼽힌다. 우리나라 첫 수목원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이런 역사와 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산림문화자산 제1호로 지정됐다.숲 전체 규모는 수목전시원과 도시림을 합쳐 약 35~42ha다. 안에는 침엽수원, 활엽수원, 초본식물원, 관목원 같은 구역이 나뉘어 있다. 처음부터 관람용 숲으로 만든 곳이 아니라 나무와 식물을 연구하고 보전하기 위해 가꾼 시험림이었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금도 홍릉숲에서 수목 육종과 병해충 연구, 기후변화에 강한 나무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도심 산책지이면서 동시에 한국 임업 연구의 출발점을 품은 숲이다.
100년 넘은 숲에서 만나는 홍릉8경
홍릉숲 평일 개방에 맞춰 국립산림과학원은 숲 안에서 눈여겨볼 만한 지점 8곳을 '홍릉8경'으로 정했다. 홍릉8경에는 명성황후 능이 있던 홍릉터와 수령 130년을 넘긴 반송, 높이 38m대의 노블포플러 등이 들어간다.
북한 지역이 원산인 희귀 수목과 북방쇠찌르레기 서식·연구지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오래된 나무와 작은 연구 표지판마다 홍릉숲이 지나온 시간이 남아 있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100년 넘은 연구림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만난다.
5개 탐방로, 30분 산책부터 1시간 30분 코스까지
국립산림과학원 정문으로 들어서면 천년의숲길, 문배나무길, 황후의길, 숲속여행길, 천장마루길로 갈라진다. 홍릉숲을 짧게 둘러보고 싶다면 천년의숲길을 많이 걷는다. 약 900m 구간이라 30분 안팎이면 돌아볼 수 있다.
다섯 개 길을 모두 걸으면 전체 거리는 약 3km다. 걸음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1시간 30분 정도 잡으면 숲 안쪽까지 둘러볼 수 있다.
홍릉숲에는 2000종이 넘는 식물이 자란다. 같은 숲 안에서도 구간마다 나무 종류가 다르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보이는 풍경도 달라진다. 봄에는 새잎과 꽃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여름에는 큰 나무 아래 그늘이 길게 생긴다. 가을에는 단풍이 들고, 겨울에는 잎을 떨군 나무 사이로 상록수가 보인다.
숲해설과 산림과학관까지 함께 보는 길
홍릉숲은 숲해설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평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10시 30분, 오후 1시 30분, 오후 3시 30분에 숲해설가와 함께 걷는 프로그램이 열린다. 주말에는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2시에 해설 탐방이 있다. 참여하려면 숲나들e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하면 된다.
숲 옆에는 산림과학관도 있다. 평일에는 예약 해설로 운영되고, 주말에는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산림과 관련된 전시물이 있어 홍릉숲을 걷기 전후로 함께 들르기 좋다.
운영시간과 대중교통 안내
홍릉숲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문을 연다. 월요일과 법정공휴일에는 쉬며, 평일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입장은 오후 4시 30분에 마감된다.
주말 자유관람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지난 3월부터 오는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오는 11월~2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홍릉숲은 지하철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6호선 고려대역 3번 출구에서 7~10분 정도 걸으면 되고, 1호선 청량리역 2번 출구에서는 약 15분 걸린다. 숲 안에는 별도 주차장이 없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는 편이 좋다.
홍릉숲 나들이 후 들르기 좋은 인근 노포 3선
홍릉숲을 둘러본 뒤에는 청량리역과 재래시장 주변에서 식사를 이어가기 좋다. 숲에서 청량리역 방면으로 내려가면 오래된 중식당과 냉면집, 백반집이 모여 있다. 짧은 산책 뒤 가볍게 면 요리를 먹거나, 따뜻한 한식으로 식사를 마무리하기 좋은 거리다.
홍릉숲과 가까운 청량리동에는 중식당 '홍릉각'이 있다. 동네 주민들에게 오래 알려진 곳으로, 잘게 다진 고기를 넣은 유니짜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 식당 규모는 크지 않지만 홍릉숲에서 멀지 않아 산책 뒤 바로 들르기 좋다.
청량리역 방면으로 내려가면 '청량리 할머니 냉면'도 있다. 청량리 재래시장 인근에 자리한 매운 냉면집으로 알려져 있다. 양념장이 올라간 냉면에 찬 육수를 부어 먹거나 비빔냉면처럼 먹을 수 있어 여름철 산책 뒤 찾기 좋은 메뉴다.
따뜻한 한식을 먹고 싶다면 청량리역 인근 '광주식당'도 선택할 수 있다. 청국장과 냄비밥을 내는 식당으로,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 숲길을 걷고 시장 골목까지 이동한 뒤 밥과 국물 메뉴로 식사하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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