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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저녁 6시가 넘으면, 청주 청원구 정북동 들판에 카메라를 든 사람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매년 이맘때면 성벽 너머로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 자리를 잡는 이들이 늘어난다. 들판 한복판에 놓인 흙 성벽과 그 위에 선 소나무 다섯 그루가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이곳을 찾는 이유다.
미호천과 무심천이 만나는 까치내 일대에 자리한 이 성벽은 청주 정북동 토성으로 불린다.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유적이지만 입장료 없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어, 여름밤 산책 코스로도 찾는 사람이 많다.
미호천 평야 한복판에 남은 삼국시대 방형 토성
청주 정북동 토성은 미호천과 무심천이 만나는 평야 중심부에 조성된 평지형 방형 토성이다. 성벽 둘레는 약 675m, 높이는 약 3.5m로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전체 면적은 9만1936㎡에 달한다.
축조 방식은 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를 판자로 나눈 뒤, 흙과 진흙을 교대로 다져 쌓아 올리는 판축 기법이다. 이 공법으로 쌓은 성벽은 1000년이 지난 지금도 형태가 남아 있다. 정북동 토성은 1999년 국가유산 사적 제415호로 지정됐고, 한국 초기 토성 축조 기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다뤄지고 있다.
정확한 축조 시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3~4세기 삼국시대 초기에 쌓았다는 견해가 있고, 6~7세기 통일신라 무렵 조성됐다는 견해도 있다. 조선 영조 때 기록인 상당산성고금사적기에는 후백제 견훤이 이 일대에 토성을 쌓고 군량을 모아 상당산성으로 옮겼다는 내용도 남아 있다. 이 때문에 9세기 후반에서 10세기 전반, 후삼국 시기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성문 네 곳과 치 12개, 해자까지 갖춘 방어 시설
정북동 토성은 흙으로만 쌓아 올린 담이 아니라 방어를 위한 시설을 갖춘 형태다. 성벽 네 면 중앙마다 성문을 뒀는데, 남문과 북문 주변 좌우 성벽은 적을 측면과 후방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서로 어긋나게 배치한 옹성 방식이다. 반면, 동문과 서문은 일직선으로 마주 보는 형태다.
성벽 바깥쪽으로는 12개의 치가 돌출되게 세워져 측면 공격을 막았고, 네 모서리에는 적의 움직임을 살피는 누각도 설치됐다.
성벽 밖에는 물을 채운 해자가 둘러져 있다. 안쪽 해자는 너비 9~17m, 최대 깊이 1.6m 규모였고, 바깥쪽 해자는 폭 3.5~5m 정도로 확인됐다. 발굴 조사 결과 해자는 처음에는 1열로 만들어졌지만, 이후 성벽에 치가 추가되면서 폐기됐다. 이후 다시 2열 구조로 조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문지 북쪽 성벽 조사에서는 사다리꼴 단면의 중심 토루와 그 안팎에 덧붙인 내외피 판축 토루가 확인됐다. 중심 토루의 밑변 너비는 6.2m, 남은 높이는 3.6m 정도다. 성벽 전체 기저부 너비는 14.4m, 남은 높이는 3.9m 수준으로 조사됐다.
다섯 소나무와 노을이 겹치는 여름 포토 스폿
정북동 토성을 찾는 이들 상당수는 역사 유적 답사보다 성벽 위 소나무 다섯 그루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약 675m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초록빛 들판이 사방으로 펼쳐지고,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소나무 실루엣과 붉은 하늘이 겹치면서 인물 사진 배경으로 손꼽히는 구도가 나온다.
여름철 성벽 안쪽 잔디밭은 돗자리를 펴고 앉기 좋아 피크닉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또한 비가 그친 뒤에는 토성과 들판의 색감이 한층 짙어진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의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여름철 방문객이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정북동 토성은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는 없다. 입구 부근에는 소형 주차 공간이, 성 내부에는 100여 대 규모 대형 주차장이 함께 마련돼 있어 자가용으로 이동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정북동 토성 인근 카페, 답사 뒤 쉬어가는 곳
정북동 토성 바로 옆에는 카페 토성마을이 자리하고 있어 답사 후 들르기 좋다. 매장 안쪽 좌석 규모가 넉넉한 편이고, 날이 따뜻한 계절에는 야외 오두막 좌석도 인기를 끈다.
계절마다 매장을 채우는 꽃 장식이 바뀌는데, 방문 시기에 따라 목화솜이나 다른 계절 꽃으로 꾸며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명란, 딸기, 잠봉, 후추 등 여러 종류로 구성된 소금빵과 버터떡, 직접 로스팅한 브루잉 커피도 함께 갖추고 있어 토성 산책 뒤 잠시 쉬어가기에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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