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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소원면에는 바다와 숲을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천리포수목원이 있다. 만리포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해안가에 있으며, 국내 최초의 민간 사립 수목원이자 바다와 맞닿은 해안 수목원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면적은 약 58만 9429㎡이고, 방문객에게 개방된 밀러가든은 6만 5623㎡ 규모다.
1962년 부지를 사들이기 시작해 1970년부터 나무를 심었으며,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지금의 숲과 정원을 가꿔왔다.
미국에서 태어나 태안에 숲을 만든 민병갈
천리포수목원을 만든 사람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칼 페리스 밀러다. 한국 이름은 민병갈이다. 1921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했고, 1979년 한국 국적을 얻었다. 태안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2년이었다. 당시 나무가 거의 없던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으며 수목원의 틀을 잡아갔다.
바닷가 땅은 나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해풍이 거셌고 토양에는 염분이 많아 심은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민병갈은 태안의 날씨와 땅에 잘 견디는 식물을 하나씩 찾아 심었고, 살아남은 나무를 살펴가며 숲을 넓혔다.
1만 7000개 분류군이 자라는 천리포수목원
민병갈이 여러 해 동안 모아 심은 식물은 2024년 기준 약 1만 7000개 분류군에 이른다. 국내 수목원 가운데 가장 많은 식물을 보유한 곳으로 알려졌고, 목련과 동백나무, 호랑가시나무도 여러 품종을 만날 수 있다. 봄에는 색과 모양이 다른 목련이 차례로 피며, 계절에 따라 동백꽃과 호랑가시나무 열매도 볼 수 있다.
2000년 국제수목학회는 천리포수목원을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했다. 세계에서는 12번째였고, 아시아 수목원 가운데서는 가장 먼저 명단에 올랐다.
7월부터 이어지는 수국의 계절
천리포수목원에서는 7월부터 수국이 피기 시작한다. 파란색과 분홍색, 보라색, 흰색 수국이 산책로 곳곳에 꽃을 올리고,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산수국도 함께 볼 수 있다. 품종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달라 오는 8월까지 차례로 개화하며, 방문 날짜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색과 모양도 달라진다.
여름에는 수국뿐 아니라 태산목과 클레마티스도 꽃을 피운다. 태산목은 사람 얼굴만 한 크기의 흰 꽃이 피고, 클레마티스원에서는 덩굴을 따라 자란 큼직한 꽃을 볼 수 있다. 온실 안에서는 차지나무 꽃에서 나는 짙고 달콤한 향도 맡을 수 있다.
연꽃 호수에서 해안 전망대까지 걷는 길
수목원 가운데에는 연잎과 연꽃이 가득한 연꽃 호수가 있다. 여름이면 넓은 잎 사이로 꽃이 피고, 물속에서는 올챙이와 작은 수생생물을 볼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연꽃 호수를 지나 설립자 동상이 있는 쪽으로 걸으면 우드랜드에 들어선다. 상록수가 빽빽한 숲 아래에는 우드칩을 깐 산책로가 놓여 있고, 길가 벤치에서는 나무 그늘을 받으며 쉬어갈 수 있다.
산책로 끝에는 서해를 바라보는 해안 전망 데크가 있다. 데크에 서면 나무 사이로 바다와 수평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운영 시간과 입장료, 여름 방문 전 알아둘 내용
천리포수목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고, 입장은 오후 5시에 마감한다. 휴무일 없이 운영되며 여름철 입장료는 일반 1만 3000원, 우대 1만 원, 특별우대 6000원이다. 꽃이 많이 피는 봄에는 일반 1만 5000원, 우대 1만 1000원으로 달라진다. 만 36개월 미만 유아는 관련 기준에 따라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후원회원과 태안 주민은 특별우대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숲이 넓어 그늘이 많은 편이지만 한낮에는 기온이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여름에 방문할 때는 물이나 시원한 음료를 챙기고, 햇볕이 강한 시간대를 피해 오전이나 늦은 오후에 둘러보는 편이 좋다.
숲과 바다의 여운을 이어가는 천리포수목원 인근 맛집 3곳
천리포수목원을 천천히 둘러본 뒤에는 태안에서 나는 해산물과 향토 음식으로 식사를 이어가기 좋다. 수목원에서 만리포와 모항항으로 향하는 길에는 보쌈과 게국지, 생선구이 등을 내는 식당이 있어 이동 거리와 입맛에 맞춰 고를 수 있다.
모항항길에 있는 '호호아줌마'는 굴김치보쌈정식과 청국장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부드럽게 삶은 보쌈을 굴김치에 싸 먹고 구수한 청국장을 곁들이면 한 끼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다.
태안 향토 음식인 게국지를 맛보고 싶다면 만리포와 천리포 인근에 있는 '청어람'으로 향하면 된다. 게국지와 우럭젓국을 비교적 짜지 않고 칼칼하게 끓여내며, 어리굴젓과 소라무침을 비롯한 여러 밑반찬도 함께 나온다.
수목원에서 멀리 이동하고 싶지 않을 때는 뒤편에 있는 '어촌밥상'도 들러볼 만하다. 여러 생선을 노릇하게 구워 한 접시에 내며, 담백한 생선구이에 짭조름한 우럭젓국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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