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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에는 코엑스와 초고층 오피스 빌딩 사이로 오래된 사찰 하나가 있다. 바로 '봉은사'다. 봉은사는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약 2분 거리다. 코엑스와 가까워 2호선 삼성역이나 7호선 청담역에서 걸어오는 방문객도 많다.
빌딩 숲 사이에 사찰이 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봉은사가 도심 한가운데 들어선 것은 아니다. 봉은사가 있던 땅 주변으로 강남 개발이 진행됐고, 논밭이던 일대가 지금의 삼성동으로 바뀌었다.
봉은사의 시작은 신라 원성왕 10년인 7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회국사가 세운 절이 출발점이며, 당시 이름은 견성사였다. 이후 조선시대에 성종의 왕릉인 선릉을 지키는 능침사찰로 지정되면서 봉은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가 남아 있는 판전
봉은사 경내에서 역사 이야기가 가장 많이 따라붙는 건물은 판전이다. 봉은사에 남아 있는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됐고, 목판을 보관하던 곳으로 쓰였다. 처마 아래에는 '판전'이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다.
이 현판 글씨는 추사 김정희가 세상을 떠나기 3일 전에 쓴 것으로 전해진다. 추사는 조선 후기 서예를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인물이다. 힘을 덜어낸 듯한 글씨지만 획마다 깊이가 있어, 판전 앞에 서면 건물보다 현판을 먼저 올려다보는 사람도 많다.
봉은사는 보물 2점과 서울시 유형문화재 36점을 보유하고 있다.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는 동국역경원에서 간행한 대방광불화엄경수소연의초와 홍무 25년 장흥사 동종이다. 판전과 선불당을 포함한 여러 전각도 문화재로 관리되고 있어, 경내를 걸으며 오래된 건축물과 불교 문화재를 함께 볼 수 있다.
낮과 밤이 다른 봉은사 산책길
봉은사는 시간대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달라진다. 낮에는 경내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전각 사이로 난 길에도 햇빛이 덜 든다. 여름에는 나뭇잎이 우거져 한낮에도 그늘 아래를 걸을 수 있다.
해가 진 뒤에는 대웅전과 석탑 주변에 조명이 켜진다. 낮에는 지나치기 쉬운 처마선과 기둥, 단청 색이 불빛 아래에서 살아나고, 전각 뒤로는 강남 빌딩 불빛이 보인다. 야간 조명은 일몰 뒤부터 밤 10시 이전까지 볼 수 있다.
봉은사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치유 관광지 100선에 포함된 적도 있다. 강남 한복판에 있어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고, 코엑스나 삼성동 일정을 잡은 방문객이 함께 들르는 경우도 많다.
템플스테이와 사찰 음식으로 만나는 불교 문화
봉은사에서는 경내를 둘러보는 것 외에도 템플스테이와 사찰 음식 체험을 신청할 수 있다. 두 프로그램은 일정에 맞춰 운영되며, 참여하려면 봉은사 공식 채널에서 날짜와 신청 방법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불교대학과 경전학교도 열리고 있어 불교 문화에 관심이 있는 방문객이라면 하루 일정으로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사찰 음식은 육류와 오신채를 쓰지 않고 만든다.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처럼 향이 강한 재료를 피하고, 채소와 곡물, 장류를 중심으로 차린다. 맛이 세지 않아 처음 접하는 사람도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음식이 만들어지는 방식까지 함께 배울 수 있다.
천년 사찰에서 마주하는 강남의 다른 얼굴
봉은사는 서둘러 한 바퀴 돌고 나오는 곳보다 천천히 머물 때 더 잘 보이는 사찰이다. 경내로 들어서면 먼저 판전 현판을 올려다보고, 미륵대불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 뒤 전각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봉은사를 찾을 때는 가벼운 겉옷을 챙기는 편이 낫다. 해가 지면 경내 공기가 낮보다 서늘해지고, 나무가 많은 길에서는 바람도 더 차게 느껴진다.
야간에는 낮보다 방문객이 적지만 법당 주변은 참배객이 오가는 곳이다.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플래시를 켜고 촬영하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봉은사 산책 후 들르기 좋은 삼성동 맛집 3곳
봉은사를 둘러본 뒤에는 코엑스와 삼성동 일대에서 식사 일정을 잡기 좋다. 가볍고 깔끔한 식사를 원한다면 '서관면옥 삼성점'을 찾는 사람이 많다. 평양냉면 전문점으로, 담백한 육수와 메밀면을 중심으로 한 메뉴를 낸다. 점심 식사로 냉면을 먹거나, 전통주와 곁들여 한 끼를 천천히 먹으려는 방문객에게 잘 맞는다.
중식 메뉴를 원한다면 '무탄 코엑스점'도 선택지에 넣을 수 있다. 코엑스 안에 있는 중식당으로, 스테이크 트러플 짜장면과 고추유린기, 약돌돼지볶음탕수육 등이 알려져 있다.
한식 메뉴를 찾는다면 '솔내음 스타필드 코엑스몰점'을 들러도 된다. 스타필드 코엑스몰 안에 있어 봉은사 산책 뒤 실내로 이동해 식사하기 편하다. 정식과 한식 메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밥과 국, 반찬이 있는 식사를 원하는 방문객에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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