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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유리창을 절반쯤 내리고 해안 도로를 달리면, 짠 냄새와 파도 소리가 동시에 차 안으로 들어온다. 창밖으로는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지고, 반대편에는 동해 바다가 도로 바로 옆까지 붙어 있다.
강원 강릉 옥계면과 강동면을 지나는 이 도로는 차로 10분이면 지나가는 짧은 구간이지만, 국내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 중 하나로 꼽힌다. 도로 일부가 바다를 메워 만들어진 탓에 파도가 치는 날에는 바닷물이 도로 위까지 올라오기도 한다.
강릉 헌화로, 바다를 메워 만든 도로
강릉 헌화로는 강동면과 옥계면을 지나는 동해안 해안도로다. 금진해변에서 정동진항까지 이어지는 전체 구간 가운데, 금진항에서 심곡항까지 이어지는 약 4㎞ 구간이 도로 개설의 중심에 있다. 1998년 금진항에서 심곡항 구간이 처음 열렸고, 2001년 심곡항에서 정동진항 구간이 이어 개설되면서 지금의 노선이 갖춰졌다. 금진항에서 심곡항까지는 해안도로, 심곡항에서 정동진항까지는 내륙도로로 구분된다.
헌화로라는 이름은 삼국유사에 실린 향가 헌화가에서 따왔다. 신라 성덕왕 때 강릉태수로 부임하던 순정공과 그의 아내 수로부인이 이 길을 지나던 중 절벽에 핀 철쭉꽃을 보게 됐다. 수로부인이 꽃을 꺾어다 줄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절벽이 가팔라 쉽게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때 지나가던 한 노인이 절벽에 올라 꽃을 꺾어 바치며 노래를 불렀고, 이 노래가 헌화가로 전해진다. 도로변 풍경이 이 설화의 배경과 닮았다는 이유로 이 길에는 헌화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좁은 도로 폭과 파도, 헌화로 안전하게 달리는 법
헌화로는 도로 폭이 좁고 커브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임의로 차를 세우는 행동은 위험하다. 중간중간 마련된 소규모 주차 공간과 전망 지점에서만 정차해 풍경을 살피는 것이 안전하다. 태풍이 잦은 여름철에는 남동풍이 강해지면서 파도가 갑자기 높아지는 날이 있고, 이때는 바닷물이 도로까지 튀어 오르기도 한다. 기상 특보가 내려지면 차를 멈추지 말고, 현지 안내와 통제선을 따라야 한다.
도로 개설 초기인 1998년에는 도로변 난간 높이가 1.2m 정도로 높아 시야를 가리는 문제가 있었다. 너울성 파도로 도로가 훼손된 뒤 2008년 보수 공사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난간 높이를 70㎝ 정도로 낮추면서 지금과 같이 절벽과 바다를 가리는 것 없이 볼 수 있게 됐다.
심곡항 바다부채길과 정동진으로 이어지는 동선
헌화로 드라이브를 마친 뒤에는 심곡항에서 시작하는 바다부채길과 이어 걸을 수 있다. 도로 위에서 다 담지 못한 절벽과 바위 풍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산책로다. 북쪽으로는 정동진항과 모래시계공원, 레일바이크가 자리하고, 남쪽으로는 금진해변과 옥계해변이 이어져 있어 드라이브와 해변 나들이를 하나의 동선으로 묶을 수 있다.
강릉 도심에서 헌화로까지는 자가용으로 30~40분 정도 걸리고, 정동진에서 출발하면 약 10분이면 닿는다. 입장료나 별도의 통행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7월 피서철에는 오전 일찍 정동진에서 일출을 본 뒤 헌화로로 이동하는 동선이 인기고, 오후 인파가 몰리기 전인 이른 오전이나 평일에 찾으면 한결 여유 있게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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